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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체포한 PD수첩 프리랜서 PD, 그가 한 일은?

다큐후비기

by hangil 2009. 5. 1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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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4월 29일 방송된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의 제작에 참여했던 프리랜서 PD가 검찰에 체포됐다.
체포된 사람은 이승구 PD로, MBC에 소속된 PD가 아니라 'PD수첩' 제작진으로부터 취재를 의뢰받아 제작에 참여했던 독립PD다.
이승구 PD가 취재한 내용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와 유통업자들에 대한 부분으로, 주로 몰래카메라 방식으로 취재됐다.

이승구 PD에 대한 체포는 지난 4월 6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인 박창규 에이미트 회장은 "PD수첩 제작진이 '미국산 쇠고기 가맹점을 한번 해보려고 왔다'고 신분을 속이고 찾아와 2시간여 동안 '몰래 카메라'로 우리 회사와 식당을 찍어 방송에 내보냈다"며 'PD수첩' 제작진을 '주거침입·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형사 고발한 것에 따른 걸로 보인다.

(관련기사 : PD수첩 고발)

검찰은 이승구 PD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이승구 PD는 소환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승구 PD를 오늘 아침 9시경 그의 집 앞에서 체포했다.

법적 절차를 밟은 체포지만, 앞서 이뤄진 다른 'PD수첩'에 대한 체포수사와 마찬가지로 이승구 PD에 대한 체포 역시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어떻게든 'PD수첩' 제작진을 처벌하려고 머리를 싸매고 골몰하고 있는 검찰이 급기야 단 3일 제작에 참여했을 뿐, 방송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는 프리랜서 PD까지 잡아갔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창규 에이미트 회장은 이승구 PD가 신분을 속이고 몰래카메라로 자신의 회사와 식당을 찍어 방송에 내보냈다며 주거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지만, 그야말로 얼토당토않은 궤변이다.

만약 이 같은 이유로 주거침입이나 업무방해로 잡혀가야 한다면, MBC '불만제로'나 KBS '소비자고발' 같은 프로그램은 결코 존재할 수조차 없다.
공익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몰래 취재하는 것은 피치못할 사정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해 인정되어야 하고, 실제 인정되고 있다.
이 같은 몰래카메라 방식의 취재를 통해 그동안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온갖 종류의 불량식품과 위생상태가 엉망인 업체들의 실상이 폭로되었고, 그나마 조금씩 개선이 이뤄져왔다.

그런데, 왜 'PD수첩' 제작진에게는 이런 법적 굴레가 씌워지는걸까.
이유는 단 하나, MB정부의 정치보복 외에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연합뉴스는 이승구 PD 체포와 관련해 "A씨는 이 씨 등이 가맹점에 가입할 것처럼 찾아와 `몰래 카메라'를 찍은 뒤 광우병 위험에 대한 언급만 편집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말을 왜곡했다며 이 씨 등을 검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A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다.

A씨의 말처럼 PD수첩이 취재내용을 왜곡했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은 취재와 편집의 모든 과정을 책임진 MBC의 'PD수첩' 제작진에게 있지 의뢰받아 영상을 취재한 프리랜서 PD에겐 아무런 책임이 없다. 그를 집 앞에서 체포하면서까지 잡아갈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이뤄진 방송을 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들이 문제 삼는 게 무엇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도 알 수도 없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작년 방송된 'PD수첩' 중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와 판매업자 등을 몰래카메라로 인터뷰한 내용 전문을 소개한다.

내레이션 : 수입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업체들은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쇠고기 수입업자 A : 저희야 당연히 수입회사니까 당연히 환영은 하죠. 광우병 안 좋기는 해도 싸고 맛있게 드실 수 있는 거니까 미국산이 대세죠. 일단 들어오게 되면 미국산으로 70% 이상 돌아갈 겁니다.

수입업자 B : 걱정이야 되죠. 왜 안 돼요. 장사 하고 있어도 어차피 공식적으로 정부에서 해준 거니까 허가 내주고 하는 거니까 하는 거지만 뭐 그렇게 기분 좋을 일이 있겠어요. 먹고 살려니깐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내레이션 : 또 다른 수입업자. 이곳엔 아직 미국산 물량이 남아 있었다. 지난해 검역 직전에 들어왔던 물건이라고 한다. 냉동은 최고 2년까지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어 보였다. 관계자는 저가로 승부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수입업자 C : 가격이 싼 걸 선호하는 사람을 잡아먹는 게 맞다는 얘기예요. 미국산 먹으면 죽는다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도 난 미국산만 판매합니다.

내레이션 : 서울의 한 쇠고기 거리. 이곳에선 새 물량이 들어오기 전 남아 있는 재고를 처리하느라 바쁜 듯 했다.

마장동 판매상 A : 여기 미국산 갖다가 팔려고 지금 준비 땅하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가 완전히 경쟁이라, 그것도.
마장동 판매상 B : 광우병 무서우면 안 먹고 안 사면 그만이지 이명박 마냥 이명박이 그러잖아요. 쇠고기 안 가져와버리면 되지. 미국에서 강제로 먹이지는 않지 않느냐.

(이명박 대통령 발언 관련 뉴스보도 삽입)

내레이션 :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가의 쇠고기 전문점.

취재진 : 쇠고기가 대단히 싸네. 어디꺼에요?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 A : 미국거에요.
취재진 : 근데 뭐 원산지 표기 같은 건 안해요? 메뉴에다가 미국이라고?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 A : 저희는 수입업체라고 앞에 써놨습니다.

내레이션 : 다른 가게에도 원산지 표시는 없었다. 그래도 들어오는 손님 중 원산지를 물어보는 손님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취재진 : 손님들이 어디 산이냐고 물어보고 먹어요?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 B : 아니 그런 것 없어요. 왜요?
취재진 : 당연히 수입인줄 알고?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 B : 네, 수입인 줄 알고 드시는 거에요.

여기까지다. 방송분량으로 따지면 채 3분이 되지 않는 양이다.
도대체 이 가운데 무엇이 쇠고기 수입업자들의 말을 왜곡했다는 걸까?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이미 업자들은 팔 준비가 다 되어 있고, 원산지 표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싼 고기를 찾게 되면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등 이른바 시장의 실태를 있는 그대로 보여줬을 뿐이다.

검찰이 이승구 PD를 체포한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춘근, 김보슬 PD 등 MBC의 'PD수첩' PD들을 체포한 것보다 열배, 백배나 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한국독립PD협회는 이승구 PD 체포를 규탄하며 발표한 성명에서 "이제 검찰은 PD수첩 광우병 편에 참여했던 번역 작가를 비롯해, FD, 기술진, 심지어는 제작 기간 중 청소를 담당했던 환경 담당자까지 체포하는 희대의 코미디를 우리 앞에서 재현할지도 모른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코미디' 같은 일이지만, 이승구 PD의 체포가 눈 앞에서 벌어지고 보니, 어쩌면 이런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검찰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집단이지 않은가. 이미 '설마' 했던 수많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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