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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다룬 PD수첩, 검찰은 미워하겠지만

다큐후비기

by hangil 2009. 5. 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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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을 봤습니다.
이제는 마치 까마득한 일처럼 느껴지는 용산참사를 다루더군요.

겨우 살아남았지만, '폭도'요, '테러분자'요, '방화살인범'으로 내몰린 용산철거민들의 재판에서 검찰이 법원의 공개 결정에도 불구하고 내놓지 않고 있는 수사기록 3000여쪽의 진실을 다루더군요.

혹시, PD수첩이 미공개된 3000쪽을 입수했나 기대하는 마음도 내심 가졌는데, 그건 아니더군요. 이미 '시사인'에서  입수해 5월 4일 발행된 86호를 통해 소개했고, '한겨레'에서도 보도한 내용들을 PD수첩이 재구성했더군요.

검찰이 공개하지 않는 3000여쪽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던 시사인 보도



살짝 실망감을 가지긴 했지만, 역시 PD수첩이었습니다.

잡지와 신문, 활자로 보던 것과 영상과 오디오로 접하는 건 전혀 달랐습니다.
검찰 수사기록 즉 검찰이 경찰특공대원 등을 수사한 내용을 대역을 통해 재연하며 성우가 수사 내용을 읽어내려가는 게 역시 글로 읽던 것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래서 이미 상당 부분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다시금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도대체, 지금 검찰이 숨기고자 하는 게 뭔지에 대한 궁금증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법원이 공개 결정을 했음에도 '배째라'고 버티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정말 궁금합니다.

3000여쪽 가운데 마지못해 공개한 400여쪽.
그것만으로도 용산참사가 발생하던 그날, 경찰이 얼마나 무리하게 작전을 펼쳤는지 그 일단이 드러납니다.

PD수첩은 고발했습니다.

애초 300톤 크레인을 이용해 철거민들이 저항하던 망루 지붕을 들어내려 했던 경찰이 100톤 크레인밖에 구하지 못했음에도 그대로 작전을 강행했던 사실을.

고공농성에서 매트리스를 깔아놓는 게 기본적인 규정임에도 오히려 철거민들이 농성하던 망루 밑에는 매트리스가 깔려 있지 않았던 사실을.

망루의 철거민이 인화물질을 망루 바깥으로 붓는 것을 보고도 대원들을 투입시켰던 경찰특공대장이 처음엔 '불이 난 후에야 붓는 걸 알았다'고 했다가 나중엔 '겁이 나서 그랬다며 말을 바꿨다'는 사실을.

그리고, 수사 초기 증언이 제각각이던 경찰특공대원들이 나중엔 약속이나 한듯 내용을 맞춘 것에 대해 경찰특공대원조차 "화재 원인이 경찰 측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서로 경험한 내용을 공유하면서 화재 원인이 농성자 측에 있다는 쪽으로 어느 정도 정리된 내용을 진술하지 않았나 싶다"고 검사에게 말한 사실을.

이러니, 검찰이 PD수첩을 미워할만 하지요.
이메일을 뒤지고, 집안을 뒤지고, 결혼 앞둔 사람까지 잡아갈 정도로, 3일밖에 참여하지 않은 프리랜서 PD마저 잡아갈 정도로 PD수첩을 미워할만 하지요.

이러니, MB정부가 PD수첩을 싫어할만 하지요. MBC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지요.
PD수첩에게 정치보복하고, MBC를 장악하려 할 만 하지요.

용산은 잊혀져가고 있는데, PD수첩 좌빨들이 다시 여론을 들쑤시기라도 한다면, 그 얼마나 속이 쓰리겠습니까?

'수사기록 공개하라'는데도 검찰이 배째라라고 나오고, 이런 검찰에게 법원은 오히려 검찰이 좋아할 걸 '불이익'처럼 강변하는데 PD수첩이 긁어 부스럼 만들면 그 얼마나 심기가 불편하시겠습니까?

수사기록 공개않는 검찰을 항의하려고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데도 경찰이 불법집회라고 잡아가는 세상인데, 감히 PD 나부랭이들이 설쳐대는 꼴이 얼마나 눈꼴 시리겠습니까?

사진출처 : 한겨레(용산 참사 사건 공판에서 변호인을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수사기록 3000쪽을 전면 공개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불법집회 개최를 이유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김명진 기자)

그래서 말입니다.
그래서 PD수첩은 지켜져야 합니다.
지금 용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방송과 신문이 대한민국 그 어디에 있습니까?

그리고 시사인도 지켜져야 하고 한겨레도 지켜져야 합니다.

생떼 같은 목숨이 여섯이나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에 타죽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이제 시간이 흘러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모든 언론이 용산을 쳐다보지도 않을 때 여전히 용산을 이야기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보면 참언론이 보인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용산 참사가 벌어지고 검찰이 철거민들을 다 때려잡아넣고 수사를 오로지 철거민들만의 책임으로 몰아갈 때 경찰의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이 '경찰과 용역업체의 합동작전'임을 다시 한 번 고발하며 검찰이 새로 수사하게 만들었던 곳이 바로 PD수첩이요, 한겨레, 경향신문, 시사인이었습니다. 여전히 용산을 주시하고 유가족들과 함께 하는 민중의 소리도 있습니다.

용산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PD수첩을 지키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살리고, 시사인과 민중의 소리를 키워야겠습니다. 참언론이 대접받는 세상은 다름 아닌 우리 스스로가 만들 수 있습니다.

5월 18일 서울에 도착한 오체투지 순례단 성직자들이 오체투지로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용산참사 현장이었습니다. 관련기사는 민중의 소리를 참조하세요. http://www.vop.co.kr/2009/05/19/A000002525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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