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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에게, “광고주 불매운동, 시장경제와 100% 부합”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6. 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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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시작된 '조중동 광고업체 불매운동'에 대한 조중동의 반격이 매우 거침없고, 매우 거칠며, 대단히 직설적이고 노골적이다. 언소주가 '광동제약 불매운동'을 선언한 지 만 하루도 되기 전에 광동제약이 언소주 측과 '합의'에 이른 것을 보고, 아마도 조중동이 대단한 위협을 느꼈나보다. 어제는 조중동 모두가 사설을 써서 일대 반격에 나서더니, 오늘도 공격이 이어졌다. 어제는 조선일보가 한면을 털어 "'광고주 마녀사냥' 또 시작"이라며 분위기를 몰아가더니, 오늘은 동아일보가 신문 한 면을 털어 "또 시작된 '광고주 압박'...'조폭이 물건사라 들이미는 격'"이라며 바통을 이어받았다.

6월 11일 동아일보 4면

여기에 검찰까지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며 조중동을 측면에서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나섰으니 다시 언론소비자운동에 피의 칼바람이 불어닥칠지도 모르겠다. 이제 법무부장관이 굳이 수사지휘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지침을 실천에 옮기나보다. 

이러고보니 언소주의 '광동제약 불매운동'에 동참했던 사람으로서 한편으로 살 떨리는 무서움을 지울 수 없지만, 그럼에도 며칠 동안 진행된 과정이 너무나 합법적이고 정당했기에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앞선 글들에서 '왜 이번 활동이 정당한가'에 대해 단상들을 남기긴 했지만, 일개 블로그 운영자의 판단을 별로 신통찮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어, 법 전문가께서 오늘 경향신문에 '특별기고'한 내용을 전문 게재해보련다.

나는 조중동을 권력집단으로, 불량신문으로, 나쁜신문으로 보고 있다. 그런 조중동을 제 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노력들이 이번 '2차 조중동 광고업체 불매운동'을 계기로 대단히 중요한 분수령을 맞고 있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부디, 언론소비자운동의 정당성에 대해 깊이 이해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다음은 박경신 고려대 법학 교수가 경향신문에 게재한 글이다.

“광고주 불매운동, 시장경제와 100% 부합”

광고주 불매운동이 다시 시작되었고 해당 신문들은 이 운동이 불법이며 지난 2월 유죄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무시함은 물론 자유시장경제를 훼손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이 중 한 신문은 자신들이 ‘자유시장경제’를 수호해왔다며 자신들의 생존의 중요성을 강변하고 있다.

우선 광고주 불매운동은 불법이라고 판정받은 바 없으며 이번 운동은 판결의 내용을 정밀하게 준수하고 있다. “언론매체의 소비자인 독자는 언론사의 편집정책을 변경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그 광고주들에게 조·중·동에 광고를 게재하지 말도록 하기 위하여 그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홍보하며,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주 리스트를 게재하거나 게재된 광고주 리스트를 보고 소비자로서의 불매의사를 고지하는 등 각종 방법에 의한 호소로 설득활동을 벌이는 것은…합법이다.” 바로 당시 이림 판사의 유죄판결문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이림 판사는 당시 신영철 서울중앙지법 법원장이 대법관으로의 안정적인 ‘승진’을 목표로 ‘정부 비판적’ 피고들의 사건이 최대한 보수적으로 결정이 나도록 사건배당과 재판결과에 개입을 하던 시점에 형사단독으로 근무했던 판사이다. 특히 이 사건은 당시 무작위 배당의 원칙을 깨고 신 법원장이 친히 이림 판사에게 배당하였다. 그가 ‘장악한’ 법원에서도 광고주 불매운동의 합법성이 인정된 것이다.

물론 판결문에는 “그러나…정상적인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항의활동을 집중함으로써…위 각 신문사와 체결한 광고계약을 취소…등의 결과를 가져왔다면…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할 것이다”라고 돼 있다.

하지만 위 판결에 기하더라도 이번의 운동은 합법이다. 이번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는 어디에서도 공식적으로 ‘광고주에게 항의전화를 하라’고 하지 않고 있으며 스스로 불매운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면 이는 시민들이 스스로 착안하여 하고 있는 것으로서 이림 판사의 공모 공동정범 이론 하에서도 공동행위로 묶일 수 없다. 또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직접 이 운동을 하지 않는 한 운동단체들의 ‘편파적 광고행위’ 중단 요구도 불법이 아니다.

광고주 불매운동은 자유시장경제 원리와 100% 부합한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소비자운동을 또는 2차불매운동을 불법이라고 규정하지 못한다. 자유시장경제에서 소비자들은 특정 기업들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을 절대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끼리 ‘A라는 제품을 사고 B라는 제품을 사지 말자’라고 서로 간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설득할 권리가 있음은 물론 이를 위해 담합을 하는 것도 법적으로 허용된다.

물론 자유시장경제는 규제가 되어야만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 꽃밭처럼 너무 큰 꽃이 있으면 뽑기도 하고 음지에 있는 것은 양지로 끌어내고 약한 꽃은 비료도 주고 하여 시장지배적 지위나 행동을 제어할 때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취지에서 공정거래법(우리나라에서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이 존재한다. 예컨대 언론보도시장에서 보도매체인 신문사들이 또다른 보도매체인 방송을 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사회 곳곳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대기업들이 방송을 하지 못하는 것도 모두 자유시장경제를 위해 필요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법은 소비자들의 담합은 장려한다. 소비자들의 욕구 충족이야말로 시장경제의 이론적 토대가 되고 있는 미시경제학에서 말하는 ‘효용’ 그 자체이며 소비자들이 담합하여 더욱 싼 값에, 자신들의 욕구에 맞는 제품을 시장에서 끌어내도록 ‘위력’을 행사하는 것은 제레미 벤덤이 말하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으로의 길이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시장경제를 소중히 생각한다면 소비자운동의 타당함과 신·방 겸영금지의 공정거래법적 타당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박경신|고려대법대 교수>

박경신 교수 경향신문 특별기고문

 

덧) 참고로 동아일보가 오늘자 보도에서 한겨레와 경향을 겨냥하며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의 글을 일부 인용했는데, 동아일보가 인용한 구절 외에 이상돈 교수는 "인터넷 등을 통해 어떤 매체에 광고한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지 말자고 운동하는 것은 일종의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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