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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캐스트가 '언론의 볼셰비키 혁명'?

조중동 잡다구리 후비기

by hangil 2009. 6. 1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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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 매체가 수적으로 너무나 많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무엇보다 주요 매체와 군소 매체가 산술적으로 똑같은 36분의 1(약 2.8%)의 취급을 받는다.
가령 최근 등장한 신생 인터넷 매체가 동아 조선 중앙 등 유력 신문이나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언론의 볼셰비키 혁명이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다.

오늘자 동아일보 '특파원 칼럼'에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송평인이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뉴스캐스트'에 대해 쓴 글의 한 대목이다. 뉴스캐스트에서 조중동이 인터넷매체와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을 두고 '언론의 볼셰비키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송평인은 "네이버에 들어가 보면 초기 화면에서 36개 매체의 뉴스가 동일한 시간 간격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며 이런 "틀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

즉, 공정하지 않은 네이버 메인화면에서는 매일같이 매 시간마다, 아니 매 분, 매 초 마다 '볼셰키비 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6월 15일자 동아일보 특파원칼럼. 동아일보 특파원이 쓴 칼럼인데 "사외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안내문구는 왜 붙었을까?

인식 구조가 어떻게 되면 저런 판단이 가능할지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지만, 뭐든지 색깔을 덮어씌우고 보는 동아일보의 기자라면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송평인의 의식 구조에 최대한 눈높이를 맞춰 좀 더 확장하게 보게 되면,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검색할 때 조중동 기사와 다른 매체의 기사가 함께 검색되고, 심지어 다른 '신생 매체'의 뉴스가 먼저 검색되는 상황은 가히 '볼셰비키 혁명의 완수'와 다름 없을 수도 있겠다.

송평인이 이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인터넷에서 형성되는 여론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송평인은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예로 들어 "이런 틀 속에서 군소매체와 좌파매체는 연합해 대세를 장악하고 기성체제(Establishment)를 향한 공격적 편집을 시도함으로써 뉴스 검색자의 눈에 여론이 왜곡돼 보이도록 만든다. 결과적으로 뉴스캐스트 방식은 동등하지 않은 것을 동등하게 취급함으로써 현실 공간의 여론의 지형을 가상공간에서 왜곡하고 만다"고 했다.

감히 '신생 인터넷매체' 따위를 조중동과 동등하게 배치했기 때문에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는 대(大) 동아일보 직원의 가슴 절절한 호소가 되시겠다.

동아일보 등이 인터넷여론과 관련해 '포털 책임론'을 제기한 지 이미 오래다. 조중동과 포털에 대해 적대감을 표출해 온 사람들의 끈질긴 공격으로 네이버는 '우리는 편집을 하지 않는다'며 지금의 뉴스캐스트 체제를 만들게 됐다. 하지만 그 뉴스캐스트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왜 동아일보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따위와 동급으로 취급당해야 하냐?'는 이유로.

나는 동아일보 등이 예전부터 포털의 뉴스 서비스 제공에 대해 비판을 제기할 때마다 의문이 있었다.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고, 손해를 본다고 여긴다면 포털에서 빠지면 되는 것 아닐까?
다음에서도 철수했는데, 네이버 뉴스캐스트에서는 왜 철수하지 못할까? 당당하게 철수를 선언하고 다른 언론사, 이왕이면 유력매체들끼리 담합해 동시에 포털에서 철수하면 될 것 아닌가.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동아일보 편집판. '200억녀 공개구혼'을 가장 눈에 띄게 실었다.

大 동아일보의 명예에 걸맞지 않게 신생 인터넷매체와 더불어 포털 권력에 기생하느니, 당당하게 철수를 선언하고 자신들의 사이트로 승부를 걸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송평인은 "포털 스스로 언론이 되는 것의 막중함을 깨닫고 물러나든가 정부와 국회는 그렇지 않은 포털에 언론과 똑같은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는 것이 굼뜨다면 동아일보가 먼저 나서봐라. 포털이 언론이 되지 못하게 뉴스 콘텐츠 제공자들 스스로 뉴스 제공을 중단하도록 동아일보가 선봉에 서면 되겠다. 그렇게해서 성공한다면 '언론의 볼셰비키 혁명'을 뒤엎을 수 있다. 동아일보로서는 해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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