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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실업대란 우려는 악어의 눈물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7. 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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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비정규직보호법, 정확하게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 법 시행을 3년 또는 2년 동안 유예하자며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야당과 노동계가 이에 반발해 이른바 '5인 회동'이라는 것을 꾸려 협상을 진행했으나, 어제 자정 협상은 결렬되었다.

그리고, 오늘 법 시행을 맞아 한나라당은 '실업대란'이 발생하게 되었다며 야당 탓을 하고, 조중동 등 보수신문 또한 한나라당 주장의 확성기 노릇을 하며 실업대란의 위기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터트리고 야당 탓과 아울러 '노동계 탓'도 하고 있다.

7월 1일 조선일보 1면

7월 1일 조선일보 사설

비정규직 보호법이 개정되지 못한 것은 과연 잘못인가? 그리고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주장처럼 정말 실업대란은 일어날 것인가?

그런데, 이렇게 이번 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년 마다 한번씩 실직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이 법이 애초 제정될 때부터 노동계와 민주노동당에서 강하게 제기했다. 정규직 전환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과 사용자가 차라리 숙련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고 다른 사람과 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2007년 비정규직법 제정을 논의할 때부터 제기되어왔던 쟁점이었다.

그래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등에서는 기간 제한을 하지 말고, '사용 사유 제한을 하자'고 요구했다. 기간을 정해 비정규직을 사용하게 할 게 아니라,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사유'를 정해놓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을 고용토록 하자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기간 제한'을 밀어붙였고, 한나라당은 사실상 굿이나 보고 있으면서 실제로는 이보다 더한 주장을 했다.

조중동 역시 2년이 지나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하는 기업들의 '부담'을 앞장 서 내변하며 사실상 '비정규직 보호법'을 거부했다. 그러던 조중동이 이제와 자기들이 언제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변했다고 '실업대란'을 우려하며 야당 탓, 노동계 탓을 하고 있으니 정말 가소로운 노릇이다.

2007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2007년 6월 9일 - 2007년 7월 9일 한 달 동안 비정규직법과 관련한 신문 보도 모니터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민언련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 달 동안의 기사, 칼럼, 사진 기사 중 조선, 중앙은 각각 14건, 동아일보는 17건에 불과해 비정규직 문제는 물론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에 대해서도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반면 한겨레는 30건, 경향신문은 20건을 다뤘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법을 개정하거나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 등 노동자 입장에서 비정규직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조·중·동 보도는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표출처-민언련

이 표에서 보듯 당시 조중동은 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기업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 등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례를 다루는 데 집중했는데, 이는 다름 아니라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에 앞장 서는 듯한 뉘앙스의 '미담 기사'나 마찬가지였고, 특히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데 있어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반면 노동계에 대해서는 "비정규직법이 고용불안정을 증가시키고 있다", "파견근무의 융통성 없는 비정규직법은 노동시장을 더 왜곡시켰다"(중앙일보), "정부가 최근 쏟아내고 있는 과도한 노동보호 정책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동아일보),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기업현실에 눈을 감는 탁상정책 탓에 근로자들을 보호한다는 정책이 도리어 근로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조선일보) 등 비정규직보호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노동유연성 강화를 요구하기에 급급했다.

7월 1일 동아일보 1면

7월 1일 중앙일보 사설

7월 1일 중앙일보 4면

그랬던 조중동이 이제와 실업대란 운운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는 애틋한 마음을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다. 그들에게 진정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하는 마음이 있고, 실업대란을 우려한다면 야당 탓, 노동계 탓을 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한겨레 사설처럼 말이다.

7월 1일 한겨레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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