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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변으로 가득 찬 김형오 의장 성명서에 대하여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7. 2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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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미디어 관계법이 우리 사회에서 논의된 지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여야에게는 충분한 협상과 타협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관계법이 국회에 제출된 후에도 지난 7개월여 동안 제대로 된 논의 한번 못한 채 극단적 자기주장에 얽매어 결국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무슨 1년이 됐습니까? 지난해 연말부터 7개월째죠.
방통위가 1년여전 3조원 미만 기업만 진출할 수 있었던 지상파/종편/보도채널을 10조원까지 늘리려고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을 두고도 그렇게 논란과 반대가 심했는데, 한나라당은 아예 조중동과 재벌이 지상파/종편/보도채널에 진출할 수 있게 장벽 자체를 거둬들이려고 막가파 법안을 내놓은 게 아닙니까?
그리고, 그동안 제대로 된 논의 한 적 있습니까? "여론 수렴"하라고 만든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여론조사조차 거부한 게 누굽니까?
김 의장 말대로 "지난 7개월여 동안 제대로 된 논의 한번 못한 채" 이대로 직권상정해서 법 처리하면 됩니까??
 

저 자신도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습니다. 끊임 없이 협상을 종용했고, 인내를 갖고 합의를 기다렸으며, 중재안까지 내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의 협상시간은 국회의 공전과 파행을 연장하고, 갈등을 심화 증폭시키는 것 외엔 의미를 부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처구니없습니다. 할 수 있는 노력 다했다니요? 김 의장이 애매모호한 태도로 한나라당의 압박에 굴복한 결과 사회적 갈등이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된 것 아닙니까? 국회 의장이면 의장답게,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특정 세력에게만 혜택을 주는 이런 법안 고치라고 한나라당에게 호통을 치고,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을 거치라고 요구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시간 오래 끌면 그게 국회의장으로 할 수 있는 노력 다 한 겁니까?
 

사실 미디어 관계법 그 중 방송법은, 기존 세력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새로운 세력이 진출할 수 있도록 얼마나, 어떻게 진입장벽을 낮출 것인가가 요체입니다. 또한 이것이 우리 사회 도처에 있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새롭게 진출하려는 세력 간의 갈등을 푸는 핵심이며, 방송법은 그 시금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렴하고 조정하기 위해 존재하는 우리 국회는 극단적 이해관계자들의 대변자처럼 되었기 때문에 한 치의 진전도 이뤄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조중동에게 지금 당장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을 주고 3년 뒤에는 지상파까지 주겠다는 것 아닙니까? 조중동이 "새롭게 진출하려는 세력"입니까? 그리고 지상파 방송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입니까?
김 의장, 우리사회 기득권은 조중동이 가지고 있습니다. 미디어 환경에서 기득권을 움켜쥐고 여론을 쥐락펴락한 게 조중동 아닙니까?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은 그 조중동의 기득권을 더욱 확대시키고 강화시키겠다는 것 아닙니까!!!
한나라당은 "극단적 이해관계자들의 대변자", 즉 조중동과 재벌의 대변자였는지 몰라도,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디어법을 반대하는 국민 대다수의 여론을 대변한 사람들입니다. 어디서 한나라당과 함께 비교합니까?
 

이제 미디어관계법은 마냥 시간을 끈다고 해결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또한 여야는 지난 3월 미디어법에 대해 '6월 임시국회 표결처리'를 국민 앞에 약속했습니다. 그렇다면 국회의장으로서는 국회의원의 절대과반 이상이 처리를 요구하는 법안을 법절차에 따라 표결에 부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이것이 의회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다수결의 원칙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약속을 어긴 게 누굽니까? 여론 수렴 하라고 했더니, 여론수렴 거부한 게 누굽니까?
그 과정이 충족되어야 '6월 임시국회 표결처리' 약속도 의미 있는 것 아닙니까? 시간만 지나면 땡입니까?
"의회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다수결의 원칙"이라구요?
의회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 대의 민주주의는 곧 국민들의 뜻을 대변하는 민주주의입니다. 어디서 함부로 다수결의 원칙을 '최후의 보루'라고 이야기합니까? 의회 의석 "절대 과반" 가지면 그게 '다수결'입니까? 국민 여론 70%의 반대는 김 의장 눈에 보이지 않습니까?

 

사진출처-오마이뉴스

저는 외롭고 불가피하게 내리게 된 오늘의 결단에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책임을 지겠습니다. 국민의 질책을 달게 받겠습니다. 다만, 우리 정치권이 이런 문제 하나조차 해결하지 못해 입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결국엔 국회의장이 나서서 의장의 고유권한으로 논쟁을 종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상황이 참담하기만 합니다.

당연히 책임지셔야죠. 김 의장이 끝내 직권 상정 한다면 김 의장의 정치생명은 그날로 끝이 날 것이 확실합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주도한 박관용 국회의장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모르진 않겠죠? 김 의장도 그 꼴이 날 겁니다.
그런데, 분통이 터지는 것은 이번 문제가 김 의장 혼자 책임지고 안지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번 직권상정으로 우리 언론이 조중동과 한나라당, 재벌에게 완전히 장악되고, 민주주의가 파괴된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이 입게 됩니다. 국민들의 피해는 도대체 누가 책임지는 겁니까? 왜 김 의장의 잘못된 결단으로 인한 책임을 국민들이 져야 합니까?
 

높고 통 큰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여야의 지도부, 개별적 헌법기관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의정에 임하지 못한 국회의원, 그리고 양심에 따른 소신을 관철하지 못한 온건파 모두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특히 협상을 진전시킬 수 없도록 몰아간 여야의 소수 강경파는 이 사태를 유발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의회 다수 의석만 믿고 오만불손하게 야당을 겁박해온 한나라당의 책임을 그런 식으로 흐트려놓지 마십시오. 그리고, 한나라당이 막가파식으로 나가도록 압박한 이명박 정부의 책임은 왜 뺍니까?
앞으로 벌어질 모든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 그 다음 한나라당, 그리고 김형오 의장 당신에게 있습니다.
 

저는 단언합니다. 불과 몇 년 후 오늘의 이 논쟁과 대치를 돌이켜 보면, 얼마나 부질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수준에 우리가 매몰돼 있었는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미디어산업의 눈부신 발전과 국제적 경쟁 현실에 조금이라도 눈을 돌린다면 이처럼 소모적 논쟁에 머물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정말 두렵습니다. 불과 몇 년 뒤 우리가 직면하게 된 현실이 너무나 무섭습니다. 조중동과 재벌, 한나라당이 미디어를 장악하게 되면, 지금처럼 저항할 수 있는 사람들도 없어지겠죠. 그야말로 한나라당의 영구집권의 길이 열리겠죠.
김 의장, 궤변은 하지 마십시오. "세계에서 벌어지는 미디어산업의 눈부신 발전"? 전세계 미디어시장을 독점한 거대 재벌들을 이야기하는 겁니까? 백보 양보합시다. 그 미디어산업에 뉴스가 포함됩니까? 왜 꼭 뉴스를 조중동과 재벌이 해야 합니까?
"국제적 경쟁 현실"이라니요? 왜 우리나라 뉴스가 CNN과 폭스뉴스와 경쟁해야 합니까? 진실을 추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공론장을 제공해야 할 우리나라 언론이 왜 다른 나라 언론과 경쟁해야 합니까?
 

오늘 본회의 표결에 부칠 법안은 4건으로, 미디어관계법 3건(방송법, 신문법, IPTV법)은 지난 3월 심사기간이 이미 지정되었던 것입니다. 그 중 방송법은 의회 다수파의 최대 양보안을 수정안으로 해 처리하겠습니다. 금융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규제완화안을 담은 금융지주회사법은 정무위원회에서 수정돼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법안을 부의토록 하겠습니다.

할 수 있는대로 해보세요. 정말 끝장을 보게 될 겁니다. 오늘의 결정, 김 의장 평생에 어떻게 남게 될지 두 눈 부릅 뜨고 지켜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야는 표결 직전 최후의 순간까지도 협상의 끈을 놓지 말기를 거듭 촉구합니다. 그러나 결국 여야가 한발짝씩도 물러서지 못해 타협을 이루지 못한다면 표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재차 밝힙니다.

협상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직권상정 철회하십시오.

 

안보와 경제 위기 등 산적한 국가적 현안 속에 수재마저 겹쳐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국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또다시 보여드리게 되어 한없이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끝없이 계속되는 소모적 논쟁을 종결하기 위해, 결코 바라지 않았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이런 조치를 부득이하게 내리게 된 점 널리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면,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미디어법의 폐기를 한나라당에게 요구하십시오. 끝내 직권상정한다면 국민이 김 의장과 한나라당을 반드시 심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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