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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소송 건 에이미트, 무덤 파려나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9. 8. 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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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유통업체인 에이미트가 연기자인 김민선과 MBC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화제'다. 그러자 중앙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에이미트측의 주장만 받아 다시 김민선과 PD수첩 제작진이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몰아댄다.

2009년 8월 11일 중앙일보 기사

위 중앙일보 기사는 김민선의 사진까지 떡 하니 싣고 "광우병 선동"이라는 제목을 달아, 다시 '마녀사냥'에까지 나섰다. 이미 작년에도 보수신문들은 김민선 등의 발언을 부각해 촛불시위를 '연예인탓'으로 몰아댄 적이 있었다.

또한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숱한 논란의 과정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보수신문들은 서로 앞다퉈 에이미트 측의 주장을 '대변'하며 이들을 앞세워 PD수첩과 MBC 등을 공격하는 한편 에이미트 등 미쇠고기 수입업자들을 속된 말로 '빨아주는' 기사를 써대며 조중동 스스로 미국산 쇠고기 예찬론자요, 전도사가 되기도 했다.

기자들의 연출사진으로 마치 손님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맛있게 굽고 있는 양 '조작'했던 중앙일보의 사진기사. 사진에 등장한 '다미소' 또한 에이미트 계열의 정육식당이다.

중앙일보 등의 지면에 등장한 에이미트 신문광고. 촛불 이후 에이미트는 조중동의 주요 광고주가 되기도 했다.

어쩌면 에이미트 박창규 사장은 이처럼 거액의 소송을 내면 보수신문이 크게 써주고, 그러면 법원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날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번 소송은 에이미트 측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패착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는 에이미트 박창규 사장 혼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소상공인에 불과한 전국의 에이미트 가맹점의 점주들, 그리고 더 나아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 모두를 돌이키기 힘든 곤경으로 내모는 것 같아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에이미트는 손해배상 청구 대상을 잘못 잡았다. PD수첩에게만 했다면, 지금까지 진행된 PD수첩 관련 검찰수사와 앞으로 있을 재판의 연장으로 인식돼 대중들로부터 큰 거부반응은 없었겠지만, 스타급 연기자인 '김민선'까지 걸고 넘어짐으로써 '논란'과 '화제'를 자초했다. 물론 PD수첩만 걸었다면 크게 부각이 되지 않았을 거라 예상하고, 김민선을 걸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 대가는 아무래도 에이미트 측에게 가혹할 것 같다.

에이미트 홈페이지 게시판의 에이미트 비난글

에이미트의 김민선 소송이 알려진 직후 에이미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급속히 상승하고 있고, 이는 다른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미국산 쇠고기 자체에 대한 대중들의 불쾌감과 비호감을 부추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에이미트의 소송 자체가 타당성이 있는가 여부다. 내가 보기엔 지극히 회의적이다. 최재천 전 의원이 블로그에서 "김민선의 발언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어려움, 사업의 어려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거부감정 등이 어떻게 인과관계를 가질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시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들의 사업이 어려워진 것과 김민선의 발언(물론 PD수첩 방송까지)의 연관성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겠는가?

보다 근본적으로는 'PeopleLOG'가 지적했다시피 과연 정말로 김민선의 글과 PD수첩 방송 탓에 미국산 쇠고기 영업이 어려워졌는지도 믿기 힘들다.

2008년 8월 19일 중앙일보 기사

위 기사는 중앙일보 2008년 8월 19일자 8면이다.
이 기사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검역량에서 뉴질랜드산을 제치고 호주산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수입업체들은 특히 LA 갈비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다며 수입을 늘리려 하고 있다""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새 수입위생조건이 고시되고 50일이 지난 지금, 국내 쇠고기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이 기사에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에이미트 박창규 사장의 코멘트까지 등장하는데,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수입업체 에이미트의 박창규 대표는 "LA갈비는 물량이 없어 대리점에 주지 못한다"며 "대형 마트에서도 미국산 쇠고기를 팔기 시작하면 광우병 파동이 일기 전인 2003년 수준만큼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의 이 기사에 앞서 7월 2일(이때면 아직 촛불시위의 여파가 채 가라앉지 않았을 때다), 동아일보에도 박창규 사장의 발언이 등장하는데, 동아일보는 "한국수입육협회 박창규 임시 회장은 '매한 물량 가운데 약 200kg은 새로 검역을 통과한 쇠고기'라며 '소비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동아일보는 다음날에도 관련 기사를 싣고 '에이미트가 팔려고 내놓은 물량이 다 나갔다'며 "예전에 미국에서 쇠고기를 먹어봤을 때 연하고 맛있어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소비자의 코멘트와, "음식점 등에서 가격과 구입 시기 등을 묻는 전화도 많이 걸려 왔다"박창규 사장의 코멘트를 싣기도 했다.

또 동아일보는 10월 8일에는 "미국산 쇠고기 프랜차이즈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며 업체들이 매장과 가맹점을 늘리고 있는 현황 등을 소개하며 "연말까지 프랜차이즈 매장을 120개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는 박창규 사장의 코멘트를 인용하기도 했다.

앞에서 살펴본 기사들은 2008년 7월 이후의 기사들이다. PD수첩이 방송된 것은 2008년 4월 29일이었고, 김민선의 글이 알려진 건 5월초다. 그리고 촛불은 5월에 급속히 타오르다가 6월 10일을 정점으로 서서히 사그라들었다(물론 아직 꺼지지 않았다!!).

그 엄청난 난리를 겪은 직후에 "없어서 못판다"더니, 지금에 와서 손해를 봤다며 김민선 탓, PD수첩 탓을 하는 걸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일까?

자신의 입으로 '장사가 잘된다'고 했던 말이 이같은 기사로 버젓이 다 남아 있는데, 재판부가 과연 에이미트 측의 손을 들어줄까? 그렇게해서 실제 재판부가 에이미트의 주장을 기각한다면 에이미트의 이미지,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들의 이미지, 미국산 쇠고기의 이미지는 완전히 땅바닥에 추락하게 됨을 왜 모를까?

에이미트의 이번 소송, 어리석다 못해 자기 무덤과 동업자들의 무덤까지 함께 파는 것 같아 거듭거듭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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