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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나는 정지민을 존중한다 2 : 정지민이 남긴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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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gil 2009. 10. 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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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7일 이곳 '미디어후비기' 블로그 '정지민이 날 "특별히 처리해주겠"다고 합니다'라는 글 아래 '정지민'이란 이름으로 댓글이 달렸다.

"오늘 어쩌다 네 생각 떠오르는 동네에 와봐서 기념으로 남겨준다"며 쓴 이 글은 제법 길었는데, 실제 정지민이 쓴 글인지도 알 수 없고, 나로서는 굳이 감출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꼭 알릴 이유도 없는 나의 개인적인 정보를 담고 있어 하루 정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삭제했다. 그런데, 나중에 정지민의 까페에 들어가보니 정지민(프쉬케)이 내 블로그를 거론하며 "그냥 오늘 댓글을 하나 달고 나왔"다고 밝혔길래, 실제 정지민이 쓴 글로 판단된다.

정지민이 미디어후비기에 남긴 댓글. 난 '홍XX이니 하는 가명'은 물론 그 어떤 다른 이름을 쓴 적이 없는데, 혼자서 "겁나서 질질대는 꼴도 보기 싫다"는 둥 난리다. -,.-

정지민이 자신의 카페에 남긴 글. '미디어후비기'에 위 댓글을 남겼다고 한다.


그 대단하신 정지민이 직접 내 블로그에 왕림해 장문의 댓글까지 남긴 걸 보고 살짝 놀라기도 했는데, 사연은 있다. 지난해 정지민의 PD수첩에 대한 주장들이 조중동을 통해 대서특필될 무렵 나는 '미디어후비기'에 '정지민씨, '괴물'은 되지 맙시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고, 이런 나의 글에 대해 정지민이 자신의 까페에 "아주 특별히 처리해주겠음", "소설 쓴 대가를 치뤄야 할 것임" 등등의 표현을 담아 글을 썼고, 나는 다시 이에 대해 '정지민이 날 "특별히 처리해주겠"다고 합니다'라는 글을 썼다.

어떤 내용이 오고갔는지는 해당 글을 읽어보면 알테지만, 핵심만 이야기하면 정지민이 애초 PD수첩 오역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PD수첩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글(여기 클릭)을 남긴 것과 이후 조중동 등을 통해 소개되는 정지민의 말이 사뭇 다르게 느껴져 그걸 지적한 것이다.

내가 처음 글의 제목을 단 이유는 나름 영화 '생활의 발견'에 대한 오마주이자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패러디였는데, 그런 묘사를 한 것은 정지민이 조중동에 쏟아내는 말들과 그것을 대서특필하는 조중동을 보며 아래와 같이 느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애초 PD수첩 게시판에 글을 남겼을 때는 많은 부분 번역을 문제삼은 것에 대한 지적에 집중했고 PD수첩 방송 자체에 대해서는 "방송에 의도가 없다 내지는 없어야 한다고 한 적 없음. 당연히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방송 제작해서 방영할 수 있음"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또 "방송이란게 원래 다 의도가 개입하는건데, 광우병이 위험하다고 느꼈다면 되도록 부각시킬 수도 있는거겠죠"라며 "하지만 논란이 생겼을 때, 애매하게 "번역" 운운하는 게 비겁하단 겁니다"라고도 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정 씨의 애초 자존심이 상처받은 것에 대한 순수한 반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점점 정 씨는 '몬스터'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어쨌든, 나는 애초 정지민이 PD수첩 게시판에 "vCJD이니 CJD이니 이것도..사실 전 피디수첩팀의 해명은 정당하다고 봐요. 죽은 여자분 어머니가 계속 혼동해서 말하면서도, 결국은 인간광우병으로 의심하고 있었고요"라고 쓴 부분에 대해 이후 정지민이 '로빈 빈슨은 혼동하지 않았다'며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의 사인으로 vCJD(인간광우병)의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한 것에 대해 '의도적인 왜곡'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그것이 조중동을 통해 대서특필되며 PD수첩이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다뤄지길래, 그것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 정지민이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두고 PD수첩이 보도한 내용, 가령 'MRI 결과 CJD였다'는 로빈 빈슨의 말을 vCJD로 자막 표기한 것 등을 두고 PD수첩을 문제삼았던 부분들 중에 설득력있고 타당한 부분 또한 적지 않다. 얼마든지 문제지적할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을 두고 '왜곡'으로 몰아가며 PD수첩을 마냥사냥하는 것은 결코 온당치 않다고 판단했다.

정지민이 한때 했던 말처럼 방송에는 분명 의도가 개입될 수밖에 없고, 실제 로빈 빈슨이 자신의 딸의 사인으로 vCJD를 의심하고 있었다면, 또 아레사 빈슨의 죽음이 당연히 인간광우병과의 연계성 탓에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을 두고 '인간광우병 의심환자'로 다룬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본다. 특히 2008년 4월 29일 PD수첩 방송 자체가 광우병에 걸렸을 수도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다룬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자막을 잘못 표기하거나 진행자가 확인되지 않은 점을 단정지어 코멘트한 것은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PD수첩은 이후 방송을 통해 수차례 그 부분들에 대해 수정하고 사과했다.

그런데, '정지민의 말바꾸기'에 대한 나의 지적에 대해 사실 나는 정지민으로부터 명쾌한 답은 듣지 못했다. 뭐 꼭 굳이 정지민이 나에게 직접 입장을 밝힐 필요는 없다. 몇몇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정지민이 나중에 왜 그렇게 말했는지애 대해 설명하는 글을 남겼지만 그걸 읽어보더라도 '로빈 빈슨이 딸의 사인으로 결국은 vCJD를 의심하고 있었다'는 애초 정지민 개인의 판단(번역, 감수 과정에서 자료를 봤던)이 어떻게 뒤집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1년이 더 지나 정지민은 내 블로그에 단 댓글에서 "뭐 내가 표현을 좀 잘못했을 수는 있겠지"라며 "그리고 어차피 이런 문제, 말바꾸기라 쳐도 최대한 내가 처음엔 잘못 알았단 말밖에는 더 안되는 것이지-뭐에 대해? 피디들의 수준에 대해"라고 일정 부분 자신의 표현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엄마가 혼동하면서도'라고 쓴 부분은 사인이 뭔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더란 말이다"며 "난 첨에 PD들이 설마, 그 엄마가 두 개념을 헷갈렸다고 주장하는 줄은 몰랐"다고 한 부분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죽은 여자분 어머니가 계속 혼동해서 말하면서도"라는 애초 정지민의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인을 헷갈렸든', '개념을 헷갈렸든' 좌우지간 로빈 빈슨이 딸의 사인으로 인간광우병을 의심하고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지민의 이후 입장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정지민은 내 블로그 댓글에서 "'결국 인간광우병으로 의심했다'는 내용이 'CJD도 의심했다'는 내용하고 상호배제적이냐? 멍청아..."라고 나를 비난하며 "방송을 아직 안 본 입장에선, 인간광우병 이야기도 분명 있긴 있었다는 차원에서 '결국 인간광우병으로 의심하고는 있었다'고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멍청하긴.. 내가 다른 병은 의심 안했다고 썼냐?"라고 했다.

하지만 어쩌랴. 나는 여전히 로빈 빈슨이 딸의 사인으로 "결국 인간광우병으로 의심했다"는 말과 'CJD도 의심했다'는 말과는 연결이 되지 않고, '상호배제적'이기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9:1' 정도는 인간광우병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말이다.

바로, 죽은 이의 부모가 자식의 사인으로 인간광우병을 의심하고 있고, 동네개업의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신경전문의인 주치의(정지민은 "전문의 미인증자와 다를 바 없다"고 하지만, 이런 기사도 있다. --> ‘PD수첩’ 공판에서 드러난 검찰의 ‘거짓말’)가 MRI 결과에 따라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내리고, 미국 언론에서 인간광우병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의 사인으로 vCJD에 무게 중심을 두고 방송을 제작한 것은 문제 삼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방송과 신문의 기사들을 다 찾아봐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하나하나 기계적으로 균형을 맞춰 보도하는지.

물론 다시 말하지만, PD수첩이 자막표기나 코멘트에 있어 잘못한 부분은 있다. 지적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2008년 4월 29일 방송된 PD수첩은 왜곡방송이다라는 주장은 참으로 기가 막히는 주장이다.

CJD니, vCJD니, 젖소니 이런 소니 지금 PD수첩 오역 문제가 마치 PD수첩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는데, 단언컨대 PD수첩의 핵심이자 그날 PD수첩의 의미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날 PD수첩의 의미는...(3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