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바타'와 '아마존의 눈물'

다큐후비기

by hangil 2009. 12. 28. 18:28

본문

영화 '아바타'를 봤다.
휴일이긴 하나 연휴 마지막날, 조조시간에 봤음에도 관객석은 거의 꽉 차 있었다.
과연 명불허전. 러닝타임이 2시간40분이나 됨에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였다.(아직 못보신 분은 볼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방도를 꼭 챙기시길)

일반 상영관에서 봤는데, 그곳에서도 '아바타'의 스케일은 지금까지의 영화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3D, 나아가 아이맥스로 보는 게 '아바타'의 진수를 확인하는 길이라 하니, 이왕이면 아이맥스를 통해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아바타' 자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으니 여기서 재차 반복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아바타'를 보면서 연관해서 떠오른 몇가지 가운데 한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아바타'와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아바타'를 보면서 '아바타'가 영감을 얻었을법한 다른 영화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독설닷컴의 고재열 기자는 '아바타' 안에 무려 20편의 영화가 숨어있다(<아바타> 안에 숨어있는 20편의 영화)고 하는데, 억지스런 부분도 없진 않으나 전혀 엉뚱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아바타'를 보면서 연상되는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이다. 특히 '천공의 성 라퓨타'와 '원령공주',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은 누가 뭐래도 제임스 카메론에게 큰 영감을 줬음을 부인할 수 없을 터.

하늘에 떠 있는 섬은 그 자체가 '천공의 성 라퓨타'였고, '이크란'을 타거나 심지어 주인공 제이크 설리가 '토루크 막토'가 되어 하늘을 나는 모습은 나우시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으며, '하늘의 사람' 지구인의 공격에 에이와와 교감한 판도라의 모든 생명체가 맞서 싸울 때 나비족 여전사 네이티리가 판도라 최고의 맹수 Thanator와 교감해 그 위에 올라탄 모습은 모로(들개들의 신)를 타고 종횡무진하는 원령공주와 그대로 오버랩된다. 심지어 지구 용병들이 타는 AMP Suit는 미야자키 하야오 또 다른 명작 '미래소년 코난'에 등장하는 로봇이 연상되기도 한다.

'아바타'(위)와 '원령공주'(아래)


물론 이런 것들이 오로지 미야자키 하야오만의 영향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아바타'를 통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을 떠올리는 것은 캐릭터나 장면의 유사성에 더해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연 파괴와 생명에 대한 경시를 고발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과 돈과 자원에 눈이 멀어 판도라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지구인과 나비족과의 전쟁을 통해 '아바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만큼 닮았다.

그리고 나는 '아바타'를 보며 당연히 미야자키 하야오를 떠올림과 동시에 최근 우리나라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이 생각났다.

'아바타'를 본 사람들이라면 백인들의 아메리카 대륙 침략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메리고 베스푸치 혹은 콜럼버스 혹은 그 어떤 유럽대륙의 백인들의 이른바 '신대륙 발견' 이후 아메리카 대륙에서 벌어진 원주민 학살 등 참극은 '아바타'에서 '하늘의 사람' 지구인의 침략에 놓이게 된 행성 판도라와 나비족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여기까지 동의하시는가?

그리고, '아바타'와 '아마존의 눈물'

그런데 아메리카 대륙에서 백인(또는 탐욕에 눈 먼 약탈자들 또는 문명인)들에 의해 벌어진 참극은 과거의 일일뿐일까?

MBC의 '아마존의 눈물'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벌어진 비극이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임을 생생하게 증명할 예정이다.

이미 12월 18일 방송된 프롤로그 '슬픈 열대 속으로'에서 예고했다시피, 1월 8일, 15일, 22일 방송될 '아마존의 눈물'은 인간의 욕심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열대밀림 아마존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을 예정이다. 특히 15일 방송될 2부 '낙원은 없다'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인간의 파괴로 인해 무너져가는 아마존의 자연 생태계와 그곳에서 수천년 동안 살아온 원주민들의 실상을 보여줄 것이고, 22일 방송될 3분 '불타는 아마존'은 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해마다 한국의 경기도 크기만큼의 열대 우림이 불타 사라지는 현실을 보여줄 것이다.

'아바타'(위)와 '아마존의 눈물'(아래)


탐욕에 눈 먼 인간들은 천연자원을 얻고, 농경지를 얻고, 목축지를 얻으려 아마존 열대 밀림을 불태우고 파괴하고, 그로 인해 아마존 생태계는 무너지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은 존재 자체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아마존 원주민들 역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외지인들로 인해 유입된 질병에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그들 스스로의 삶의 방식과 문화 역시 파괴되고 있다. 아울러 지구 전체 산소공급량의 20%를 제공한다는 아마존 밀림의 파괴는 곧 지구 전체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자, 그렇다면 언옵타늄을 채굴하기 위해 판도라 행성 나비족의 터전인 홈트리를 불태우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아바타'의 '하늘의 사람' 즉 지구인과 농경지와 목축지 등을 얻기 위해 아마존 밀림을 불태우는 문명인은 과연 본질적으로 같을까, 다를까? 지구인에 의해 생존이 위협당한 나비족과 아마존 원주민의 처지는 또 본질적으로 같을까, 다를까?

이것이 내가 '아바타'를 보며 그 엄청난 스케일과 눈을 뗄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영상과 스토리에 재미와 감동을 얻으며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마음 한켠이 무거웠던 이유다. 바로 지구에서 4.4광년이나 떨어져 있다는 가상 속 머나먼 판도라 행성에서 벌어진 일이 아닌 내가 발 딛고 선 지구의 어느 한쪽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을 '아바타'에서 본 것이다.

그래서, '아바타'를 보고 열광하는 수많은 각 나라, 각 대륙의 지구인들이 아마존에서, 혹은 지구 어느 곳에서 '문명'과 '개발'의 이름으로 벌어지고 일들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비족처럼 아마존의 원주민들도 그들이 선택해 지금껏 살아온 방식대로 그대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아바타'의 네이트리(위)와 아마존 원주민 여성(아래)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