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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거부, 참을 수 없이 가볍다"는 KBS'구'노조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2. 1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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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동조합이 최근 발행한 노보에 <수신료 거부 운동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란 제목의 글이 실렸다.

여기서 잠깐,

'KBS노동조합'이라...설명이 약간 필요하다.

지금 KBS에는 두 개의 노조가 있다.
앞의 노보를 낸 노조는 지난해 지금의 사장인 김인규씨가 KBS 사장이 되면, 해고와 구속까지 각오하겠다며 '결사저지'를 호언했던 그 노조다. 이 노조는 김인규 사장을 반대해 총파업을 결의했고, 위원장은 단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조합원들은 이 노조의 총파업 투쟁을 믿지 못해 파업 투표가 부결되었다. 그리고 '구속'과 '해고'까지도 결심했던, 그러면서 단식까지 했던 이 노조의 강동구 위원장은 낙하산 특보사장 김인규씨가 사장이 된 뒤 2010년 KBS 시무식에 참석해 김인규 사장 옆에 서서 떡까지 자르며 '화이팅'을 했다.


강동구 KBS구노조 위원장(왼쪽)과 김인규 KBS 낙하산 특보사장(오른쪽)


이 같은 'KBS노조'의 모습에 실망하고, 이대로는 국민의 방송 KBS를 정권으로부터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한 KBS 구성원들이 'KBS노조'를 탈퇴해 '새노조'를 만들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KBS노조'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다. 쉽게 구별하자면 앞의 노조는 KBS 기업별노조이고, 뒤의 노조는 산업별노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구별하면 설명이 더 복잡하니, 편의상 다르게 구별해볼까 한다.

얼마 전 선거를 통해 위원장까지 세운 언론노조 KBS본부는 '새희망, 새노조'를 주창하고 있다.


2009년 12월 31일 KBS새노조가 제야의 종 타종 때 시민들에게 배포한 호외


KBS 안팎에서도 이 노조를 'KBS 새노조'라 부르고 있다. 그러니 편의상 김인규 사장과 함께 떡을 자른 위원장이 있는 'KBS노조'는 'KBS 구노조'라 부르도록 하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KBS 구노조'가 낸 노보의 글은 칼럼 형식인데, 참여정부 시절에는 보수단체들이 수신료 거부운동을 벌였고, 지금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진보단체들이 수신료 거부운동을 벌이는 것을 거론하며 "운동 주체들은 수신료 거부 운동이 공영방송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기에 더욱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최소한 공영방송이 한국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면 수신료 거부 운동 주체의 행보는 더 무거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단체와 진보단체를 싸잡아 거론하긴 했지만, 당면 정국에서 '수신료 거부운동'은 진보적 단체에서 벌이고 있으므로 이 글이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거나 "행보는 더 무거워야 한다"고 주문한 대상은 진보 단체에 무게 중심이 실려있다.

KBS구노조의 노보


한마디로 수신료거부운동에 나선 진보단체들에게 '공영방송이 필요하다면 꼭 수신료 거부운동을 해야겠느냐?'고 딴지를 거는 것이다. KBS 구노조는 이런 글을 대놓고 노보에다 싣다니, 그들의 후안무치함에 구역질까지 날 지경이다.

KBS 구노조는 "공영방송에 대한 비판과 교정 작업이 꼭 수신료 거부운동 밖에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KBS가 정권홍보방송, 나팔수방송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노조 공방위나 직원들은 내부에서 끊임없이 이의제기하고 사측 간부들과 싸우며 교정 작업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진보세력들에겐 이런 내부 노력은 중요치 않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 --> 관제 사장 --> 관영방송'이라는 프레임에서 쉽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보세력이 프레임에 갇혀 경솔하게 수신료 거부운동에 나섰다는 뜻이다. 진정 그럴까? 이명박 정권 아래의 KBS를 보면서 수신료를 내지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그저 프레임에 갇혀 단순하고 경솔하고 가볍게 그러고 있는 것일까? 정녕 지금 KBS가 관영방송이 아니란 말일까?


여차저차 설명하면 입이 아프니 앞서 '미디어후비기'에 쓴 몇 가지 글과 'KBS새노조'는 과연 지금의 KBS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소개하는 걸로 대체한다.


KBS새노조 특보

KBS새노조 공방위보고서

(더 많은 자료는 KBS새노조 블로그(http://www.kbsunion.net/)의 '노보', '공방위 보고서' 카테고리 참고할 것)

상황이 이럼에도 공영방송 KBS를 정권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하고 '노동조합'이라는 간판을 달고도 그 안에 안주해 사람들이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수신료거부운동에 딴지를 걸다니, 낯짝이 두꺼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뭐 어차피 '구속'과 '해고'까지 결의했던 위원장이 정작 특보사장이 들어선 뒤에는 그 옆에 서서 떡을 자르기까지 했으니 볼장 다 본 노조니 염치니 체면이니 기대할 건 전혀 없다.

한가지만 더 지적하자면, KBS구노조는 이 글에서 참여정부 시절 보수단체들이 '좌파빨갱이친노방송'이라고 문제삼았던 것에 대해 "진보쪽에서 봤을 때 당시 KBS를 바라보는 보수세력의 시각이 천박하다 비난 할 만 했다"고 했다. 그리고 스스로 삼성X파일 보도, 이라크 파병보도, 노동자 분신, 농민 폭력진압 등을 들며 "KBS가 '좌파 방송'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을 때 사실 KBS는 '좌파 방송'답지 못한 일을 많이 했다"고 인정했다. 보수쪽의 수신료거부운동이 "프레임이 만들어낸 코미디"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이명박 정권 아래서 벌어지는 수신료거부운동과 같이 놓고 '프레임' 어쩌고저쩌고 유식한 척 지적질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소롭다. 오히려 지금 수신료거부운동을 하겠다는 시민들을 그저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기 때문에 특보사장이 들어온 KBS를 반대한다는 식의 프레임에 갇혀서 바라보는 건 KBS구노조가 아닌가.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할 의지도 없다면 그냥 입이나 다물고 있으라. 좀!!

참고로, KBS새노조는 김인규 사장이 수신료를 인상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국민동의 전제로 수신료 인상 추진”을 강조하며 수신료 인상의 5대 조건을 내걸었다.
- 정치적 독립성 확보
- 정치권 및 시민사회 합의
- 공정방송 실현
- 국민부담 최소화
- 국민 여론조사 등 국민 동의 확보

KBS새노조의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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