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김C가 '1박2일' 하차하기까지 벌어진 일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10. 5. 12. 17:07

본문

KBS 간판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 중인 가수 김C가 '1박2일'에서 하차한다. 지난 7~8일 동안 촬영된 '경북 경주-수학여행 특집 편'이 마지막 촬영이었다고 한다. 김C의 갑작스런 하차 소식에 '음악 유학설' 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일단 김C가 유학을 떠나기 때문에 하차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김C 소속사인 다음기획측이 밝혔다. 김C가 유학길에 오르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김C가 '1박2일'을 하차한 이유와 그 동안 벌어진 일을 짚어보고자 한다.

일단 표면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김C가 아티스트로서 음악활동에 전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기획측은 보도자료에서 "김C가 '뜨거운 감자'의 멤버로서 본업인 음악작업에 보다 전념"하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이해된다. 하지만 100% 납득되지 않는다.

다음기획측의 보도자료에서는 음악작업 외 "연기와 영화작업 등 다양한 분야로의 도전을 준비하기 위해"라고도 덧붙였다. '1박2일'은 분명 뮤지션으로서의 김C가 해왔던 '다양한 분야로의 도전' 중 하나였다. 물론 김C가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것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조는 듯한 모습이나, 시큰둥한 모습이나, 4차원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이색적인 면을 보이면서부터이긴 하나, 지상파방송의 간판인 주말 버라이어티에서 지금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지금까지 '1박2일'에서 보여준 것으로 시청자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예능에서의 도전이 어느 정도 만족할 성과를 이뤘다고 판단했다면, 그래서 예능이 아닌 본업인 음악과 다른 분야의 진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면 이해못할 바는 아니나, '1박2일'이 '연기와 영화작업 등'과 어떻게 배치되는 것인지 100% 납득되지는 않는다. 다음기획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입장도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인 셈이다.

그래서 공식 보도자료의 행간의 의미를 나름대로 읽어볼 수밖에 없다.

다음기획측은 이번 김C의 하차가 "갑작스런 결정은 아니다" "김C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작진과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며 시기를 조율해 오고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라면 언제인가? 9~10월 이후를 이야기하는 것일테다. 그때라면 바로 김C와 같이 다음기획에 소속된 김제동이 KBS '스타골든벨'에서 역시 갑작스럽게 하차해 숱한 논란이 벌어졌을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

자,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작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공연 '다시, 바람이 분다' 무대에 선 김C-출처:오마이뉴스


다들 알테지만, 김제동이 갑작스레 KBS에서 퇴출된 뒤 다음기획의 김영준 대표는 "김제동의 활발한 사회 참여적 활동이나 발언이 교체의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4년을 함께 해 온 진행자에게 KBS 제작진들은 '너는 이러이러해서 진행자로써 모자라는 부분이 있었고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이런 부분들이 보완이 되어야 하겠기에 진행자를 교체할 수밖에 없다'라는 설명 정도는 해주는 게 예의였다고 보입니다"라며 KBS측에 유감을 표했다.

또 김제동이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사회 등 사회참여 때문에 KBS에서 퇴출되었다고 단정짓지는 않았지만 "김제동이 만약 사회적인 활동의 이유로 방송국에서 퇴출된다면 그에 반대하는 청원에 서명하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 그가 벌이는 많은 활동에 적극적인 소비자가 되어주셨으면 한다"고 에둘러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제동보다 1년 앞서 KBS에서 퇴출된 윤도현 역시 다음기획 소속인 점이 부각되었고, 윤도현, 김제동 외 다음기획 소속 엔터테이너들까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되었다.

실제 뉴라이트 보수진영에 방귀 꽤나 뀌던 변희재 같은 이가 나서 "KBS는 김제동 소속사 전원 출연금지 조치해야"라는 주장을 제기해 우려를 증폭시키는가 하면, '변희재의 아바타'라 해도 무방할만큼 변희재와 입장이 거의 동일한 이문원(변희재는 '미디어워치'라는 매체의 발행인을 맡고 있고, 이문원은 이 매체의 편집장이다) 같은 경우, 지난해 9월 KBS 시청자위원에 선임된 뒤 10월에 열린 KBS시청자위원회에서 '다음기획에 대해 KBS의 분명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변희재의 글


이들의 주장이 즉각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다음기획과 김C, 그리고 '1박2일' 제작진에게는 유무형의 압박이 되었음은 능히 짐작된다. 그리고 바로 그 시기에 김C의 '1박2일' 하차에 대한 이야기가 이미 있었다는 것이 다음기획이 오늘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증명됐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이번 김C의 하차가 특보사장 김인규 체제에 놓인 KBS에 의해 이뤄지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다음기획 소속의 엔터테이너들이 꼴보기 싫다고 해도 지방선거를 한달도 남겨두지 않고 무리하게 쫓아낼 정도의 바보들은 아닐 것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김제동 퇴출 때문임을 학습하지 않았는가.

다음기획의 김영준 대표는 김C 하차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곁에서 김C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번 하차는 가장 김C다운 결정이라고 생각된다""김C가 그동안 아티스트로서의 존재론적인 고민을 많이 해온 것 같다. 이번 자진 하차가 어떠한 외부의 이유가 없으며, 김C 본인 스스로의 결정이므로 인간적으로 존중 해주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밴, 뜨거운감자, 김제동 그리고 강산에가 함께 한 공연 포스터. 이들은 이런 공연은 수차례 했다.


분명 김C 스스로의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C가 스스로 그런 결정을 내릴 때 '윤도현, 김제동 퇴출' 등 그동안 벌어진 일들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김제동, 윤밴, 김C가 절친한 관계임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가까운 동료들이 KBS에서 하나둘 퇴출되어 갈 때 혼자 남아 있는 자신의 처지가 과연 김C 스스로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그래서 김C의 이번 '1박2일' 하차 결정을 나 또한 인간적으로 존중하면서도, 좋아하는 연예인을 더 이상 '1박2일'에서 볼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그동안 MB정권 아래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왔고, 현재도 여전히 진행중인 방송장악에 대해 또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도 없다.

김C와 다음기획측도 비록 부담스럽겠지만 이런 생각을 존중해달라.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김C의 '1박2일' 하차에 대해 김C와 다음기획의 입장을 100%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러 하소연들을 말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