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유시민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이하 유시민 전 장관)이 5월 11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 내용 중 천안함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노무현 정부 때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냈고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서겠다는 정치인의 말이 너무 가볍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가 문제삼은 유시민 전 장관의 천안함 관련 발언은 "저는 천안함을 폭발에 의한 침몰로 보지 않습니다", "어뢰설 기뢰설 버블제트 등은 억측과 소설"이라고 한 발언 등이다.
5월 13일 동아일보 사설
정확하게 인용하자면, 유 전 장관은 "저는 천안함을 폭발에 의한 침몰로 보지 않습니다. 폭발이 있었다는 증거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현재까지 어뢰설 기뢰설 온갖 것들이 버블제트 억측과 소설"이라고 했는데, 동아일보는 "현재까지"라고 유 전 장관이 붙인 단서는 뺐다.
어쨌거나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은 그 다음이다.
동아일보는 유 전 장관이 인터뷰에서 소설가 이외수 선생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인용한 것을 두고 더 강도 높고 비중있게 유 전 장관을 비판했는데,
"소설가 이 씨가 천안함 폭발 원인 규명에서 국내외 민군 전문가들보다 더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유 전 장관이 이외수 선생의 글을 인용한 것 자체를 문제 삼았고, "유 씨가 언론보도를 공격하려면 이 씨의 글을 정확하게 인용했어야 한다"며 유 전 장관이 이외수 선생의 글을 정확하게 인용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먼저, 이외수 선생이 트위터에 올린 글의 전문을 보자.
그런데 유 전 장관은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외수 선생이 어제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니까 천안함 소설 쓰기 언론들 보니까 졌다., 소설 쓰는 능력에서 기자를 못 따라 간다 이런 글을 올리셨습니다.
즉, 이외수 선생은 "소설쓰기에 발군의 기량을 가진 분들"이 정확하게 누구며, 어떤 집단인지 지적하지 않았는데, 유 전 장관이 이를 '언론'과 '기자'로 지목했다.
동아일보는 이런 유 전 장관의 부정확한 인용을 지적하기 위해 사설에서 "이 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에는 언론이나 기자라는 표현도 없다"며 "전문은 이렇다"라면서 이외수 선생이 트위터에 올린 글 전문을 소개하기까지 했다. 140자가 넘지 않는 트위터에 쓴 글이었길래 망정이지, 소설이나 됐으면, 동아일보가 어떻게 소개했을지 궁금하기도 한데, 어쨌든...
액면 그대로야 동아일보의 지적이 맞다. 유 전 장관이 부정확하게 이외수 선생의 글을 인용한 게 맞다. 인용을 하려면 정확하게 하고, 그 다음 '내 생각에는 이외수 선생이 이야기한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인 것 같다'고 하는 게 맞다.
그런데 동아일보 또한 그런 유 전 장관을 지적질하기엔 적절한 것 같지 않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유 씨의 주장은 '한국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을 온 국민과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조작하고 있다'고 떠드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는데, 유 전 장관 인터뷰를 보면 그 어디에도 '정부가 원인을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은 없다.
단지, '정부가 기본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미디어를 통해서 나오는 정보밖에 못 보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생각을 해보면 어떤 종류의 폭발이 있었다고 믿을만한 보고는 단 하나도 못 봤다'며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 원인을 북한쪽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는 정도다. (아래 펼쳐보기 참조)
(유시민 전 장관의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 중 천안함 관련 내용 전문)
-정부가 천안함 사태 중간 발표를 오는 19일쯤 할 방침입니다. 일단 북한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천안함 사태가 이번 지방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십니까?
▶지방선거에 대한 영향을 논하는 게 무척 민망한 일입니다. 50명 가까운 생떼같은 절은 목숨들이 희생됐지 않습니까? 저는 천안함을 폭발에 의한 침몰도 보지 않습니다. 폭발이 있었다는 증거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현재까지 어뢰설 기뢰설 온갖 것들이 버블제트 억측과 소설.. 이외수 선생이 어제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니까 천안함 소설 쓰기 언론들 보니까 졌다., 소설 쓰는 능력에서 기자를 못 따라 간다 이런 글을 올리셨습니다.
-왜 언론들이 북한쪽 용의자로 지목하는 그런 것들이.. 상당수 언론에서 그렇게 쓰는 것 같은데..
▶정부가 완전히 천안함이 침몰하기 전에 한 20-30분동안 어느 위치에서 어디로 이동해서 가고 있다가 침몰한 건지에 대한 기본정보를 전혀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절반면 조사만 하고 있거든요. 정부로서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북한쪽이 관련되었다는 것을 어떻게든 주장해야 면피가 되는 것 같은.. 책임을 면제되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입니다. 제가 볼 때는.. 그리고 일부 보수 신문들 쪽에서는 이른바 대북 공포증 이런 것들을 유발해서 과거 시대로 사회적 분위기를 몰아가려고 하는 경향을 원래 가지고 있죠.
-정부가 중간 발표를 20일쯤 하겠다고 하는데 이 시점에 대해서도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그건 정부가 알아서 하겠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도 있을 거라 보고요.. 근데 정말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군인들이 젊은이들이 많이 죽은 사건인데 이거에 대해서 이렇게 원인도 지금 말을 못하는 안보에 무능한 보수정권.. 너무 한심해서 저는 육군 출신입니다만 너무 한심해서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군에서는 어떤 사고나 돌발 상황이 나든 보고가 생명이다 그렇게 배웁니다. 직속상관 직속상관 거쳐서 군통수권자에게 보고하는 것인 기본인데 이 정권은 그런 기본을 지키지 않은 정권이고..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군에 대한 인식, 안보에 대한 인식이 지극히 유치하다 이렇게 봐서요 저는 지금 미디어를 통해서 나오는 정보밖에 못 보는데요 어떤 합리적인 생각을 아무리 해보면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서 어떤 종류의 폭발이든 폭발이 있었다고 믿을만한 보고는 단 하나도 못 봤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동아일보가 한심하고 가소로운 것은 따로 있다. 동아일보는 이외수 선생이 '소설을 30년 넘게 쓴 자신'보다 '소설쓰기에 발군의 기량을 가진 사람들'로 지목한 대상에서 자신들이 제외된다고 자신만만하게 여겨 트위터 글 전문까지 소개했는지 모르지만, 정말 그게 누군지 말을 해야 아나?
'1+1'하면 '2'이라는 것 정도는 척척 알아 들어야 하지 않나? 정, 우리는 떳떳한데 뭔가 억울하다 싶으면 이외수 선생한테 직접 물어라도 보지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