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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가 "졌다"고 한 소설가, 누군지 말해야 아나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10. 5. 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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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동아일보가 <"외부 폭발 보도는 소설"이라는 언사 유시민스럽다>라는 사설을 썼다.

동아일보는 유시민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이하 유시민 전 장관)이 5월 11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 내용 중 천안함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노무현 정부 때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냈고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서겠다는 정치인의 말이 너무 가볍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가 문제삼은 유시민 전 장관의 천안함 관련 발언은 "저는 천안함을 폭발에 의한 침몰로 보지 않습니다", "어뢰설 기뢰설 버블제트 등은 억측과 소설"이라고 한 발언 등이다.

5월 13일 동아일보 사설


정확하게 인용하자면, 유 전 장관은 "저는 천안함을 폭발에 의한 침몰로 보지 않습니다. 폭발이 있었다는 증거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현재까지 어뢰설 기뢰설 온갖 것들이 버블제트 억측과 소설"이라고 했는데, 동아일보는 "현재까지"라고 유 전 장관이 붙인 단서는 뺐다.

어쨌거나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은 그 다음이다.

동아일보는 유 전 장관이 인터뷰에서 소설가 이외수 선생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인용한 것을 두고 더 강도 높고 비중있게 유 전 장관을 비판했는데,

"소설가 이 씨가 천안함 폭발 원인 규명에서 국내외 민군 전문가들보다 더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유 전 장관이 이외수 선생의 글을 인용한 것 자체를 문제 삼았고, "유 씨가 언론보도를 공격하려면 이 씨의 글을 정확하게 인용했어야 한다"며 유 전 장관이 이외수 선생의 글을 정확하게 인용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먼저, 이외수 선생이 트위터에 올린 글의 전문을 보자.


그런데 유 전 장관은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외수 선생이 어제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니까 천안함 소설 쓰기 언론들 보니까 졌다., 소설 쓰는 능력에서 기자를 못 따라 간다 이런 글을 올리셨습니다.

즉, 이외수 선생은 "소설쓰기에 발군의 기량을 가진 분들"이 정확하게 누구며, 어떤 집단인지 지적하지 않았는데, 유 전 장관이 이를 '언론'과 '기자'로 지목했다.

동아일보는 이런 유 전 장관의 부정확한 인용을 지적하기 위해 사설에서 "이 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에는 언론이나 기자라는 표현도 없다""전문은 이렇다"라면서 이외수 선생이 트위터에 올린 글 전문을 소개하기까지 했다. 140자가 넘지 않는 트위터에 쓴 글이었길래 망정이지, 소설이나 됐으면, 동아일보가 어떻게 소개했을지 궁금하기도 한데, 어쨌든...

액면 그대로야 동아일보의 지적이 맞다. 유 전 장관이 부정확하게 이외수 선생의 글을 인용한 게 맞다. 인용을 하려면 정확하게 하고, 그 다음 '내 생각에는 이외수 선생이 이야기한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인 것 같다'고 하는 게 맞다.

그런데 동아일보 또한 그런 유 전 장관을 지적질하기엔 적절한 것 같지 않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유 씨의 주장은 '한국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을 온 국민과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조작하고 있다'고 떠드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는데, 유 전 장관 인터뷰를 보면 그 어디에도 '정부가 원인을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은 없다.

단지, '정부가 기본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미디어를 통해서 나오는 정보밖에 못 보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생각을 해보면 어떤 종류의 폭발이 있었다고 믿을만한 보고는 단 하나도 못 봤다'며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 원인을 북한쪽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는 정도다. (아래 펼쳐보기 참조)



그런데 이보다 더 동아일보가 한심하고 가소로운 것은 따로 있다. 동아일보는 이외수 선생이 '소설을 30년 넘게 쓴 자신'보다 '소설쓰기에 발군의 기량을 가진 사람들'로 지목한 대상에서 자신들이 제외된다고 자신만만하게 여겨 트위터 글 전문까지 소개했는지 모르지만, 정말 그게 누군지 말을 해야 아나?

'1+1'하면 '2'이라는 것 정도는 척척 알아 들어야 하지 않나? 정, 우리는 떳떳한데 뭔가 억울하다 싶으면 이외수 선생한테 직접 물어라도 보지 그랬나?

이런 식의 사설, 정말 동아일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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