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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돈들이 갤럭시S를 다루는 방법

SNS/IT 후비기

by hangil 2010. 6. 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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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인터넷 공간에서 화제가 된 재밌는 일이 있었다. 바로 아이폰4 수신불량에 대한 애플 측의 공식 반응이었다.

새로 출시된 아이폰4로 전화를 걸고 받을 때, 왼쪽 하단 테두리면(아래 그림 참조)을 손으로 감싸 쥐면 수신감도가 떨어진다는 유저들의 지적이 제기되자, 애플 측에서 "단말기 하단 좌측 부위를 잡지 말라"고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잡스는 아이폰4의 수신불량 문제를 제기하는 이용자의 문의에 "쥐는 방법을 바꿔보라"고 답했다고 한다.

애플은 "아이폰4의 표면이 안테나 기능을 겸하는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단말기 하단 좌측 부위를 손으로 감아쥐어 금속밴드의 검은 선을 가려서는 안 된다"며 쥐는 방법을 바꾸는 것과 함께 시중에 판매되는 아이폰4 단말기 케이스를 이용할 것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6월 29일 조선일보


애플이 스스로 인정했듯 쥐는 방법에 따라 수신감도가 달라질 수 있는데, 단말기 좌측 하단 부위는 전화를 걸고 받을 때 손을 가릴래야 가리기 힘든 부분이다. 따라서 애플이 내놓은 해결책은 궁여지책도 아닌 소비자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독선적인 모습이라 비판받을만 하다.

의식적으로 그 부위를 피하려면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4 시연회에서 보였던대로 손끝으로 단말기 옆면 가운데를 살짝 잡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 그 자체가 코미디다.

출처 : http://yfrog.com/j14tjj

출처 : http://yfrog.com/10fzltj


오늘 신문들도 이런 애플의 우스꽝스런 대응을 꼬집고 나섰다. 충분히 그럴만하고 언론이라면 따끔하게 지적해야 한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아이폰4를 까는 기사를 보니 이건 애플의 대응보다 더 코미디다. 오늘 게재된 동아일보의 기사는 제목이 다분히 감정적이긴 하지만 99%는 별 문제가 없다. 대체로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1%가 문제다. 기사 끝에 쓰인 딱 한문장, 그걸 보고 빵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어찌보면 이 한장을 쓰기 위해 동아일보는 그렇게 아이폰4를 깠는가보다 싶기도 하다. 그 한 문장은 이렇다.

"한편 삼성전자의 갤럭시S는 맨 하단에 안테나가 있다"

이 얼마나 압축적이고, 상징적이고, 귀여운 짓인가!

6월 29일 동아일보 2면에 게재된 기사. 빨간색 테두리를 보라!


흔히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야마'라는 일본어를 많이 쓴다. '그 기사, 야마가 뭐냐?', '이 기사의 야마는 뭐다' 뭐 이렇게 사용하는데 우리말로 하면 '주제' 정도가 될 수 있는데, 그걸로도 '야마'라는 말을 사용하는 그 의미를 충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어쨌든 기자들의 용어로 할 때 동아일보 기사의 야마 이 마지막 한 문장, "한편..."에 있다고 개인적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이폰4는 손으로 쥘 때 안테나를 가릴 수밖에 없지만, 하단에 안테나가 달린 갤럭시S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 그러니 아이폰4를 사서 수신불량에 고민하지 말고, 갤럭시S를 사용하시라!'

바로 이 의미가 이 한 문장, 이 기사 전체를 관통하는 '야마'가 되는 것이다.

내가 동아일보의 이 한 문장을 보고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바로 동아일보가 삼성의 사돈이기 때문이다. 이건희의 차녀 이서현이 동아일보 전 회장이었던 고 김병관의 차남 김재열과 결혼했다. 김재열은 현재 삼성 계열인 제일모직 전무로 있다. 기사의 단 한 문장으로 사돈 기업에서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갤럭시S'를 은근슬쩍 띄워주는 센스, 동아일보답지 않게 귀엽다. 끔찍할 정도로.

자, 그러면 동아일보보다 더 긴밀한 삼성의 직계 회사나 다름없는 '사돈 중의 사돈' 중앙일보는 어떻게 다뤘을까. 마침 오늘자 중앙일보에 갤럭시S 관련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판매 신기록 갈아치운 갤럭시S>. 갤럭시S의 판매량이 토요일인 26일 하루에만 2만4400대가 팔리는 등 나흘간 10만대에 육박해, 애플의 아이폰이 지난해 출시된 직후 하루 1만3000여대가 팔렸던 종전 최대기록을 갈아치웠다는 게 이 기사의 '야마'다. 기업을 그야말로 '빨아주는' 전형적인 기사인 것이다.

6월 29일 중앙일보 기사


더 살펴볼 것도 없는 기사지만, 그냥 넘기기엔 찜찜한 구석이 있다. 중앙일보는 갤럭시S를 쪽쪽 빨아주는 이 기사에서, 예의 "한편"을 붙여 "아이폰4는 수신불량 문제가 물건이 깔린 미국 등 5개 국가별로 도마에 올라 있다"고 살짝 언급했다. 어떤 의미인지, 새삼 해석하진 않겠다.

삼성의 사돈들, 귀엽거나 끔찍하거나 하는 짓이 어찌 이리 같냐.

덧, 아는 사람들은 알다시피 이들은 하나같이 방송을 하겠다고 덤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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