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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딸에 뒤진 차점자, 깡패의 애인이 생각난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9. 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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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딸이 '맞춤형 특혜'를 통해 채용된 사실이 밝혀졌다.

1차 모집에서 유장관 딸이 영어 성적을 제출하지 않자 아예 아무도 뽑지 않고 2차 모집을 공고했는데, 모집기간은 '이례적으로' 한 달 가까이 길었다. 모집마감일은 8월 11일이었는데, 유장관 딸이 지원서와 함께 제출해야 할 영어성적표를 받을 수 있는 날이 그 전날인 8월 10일이었다고 한다.

행안부의 조윤명 인사실장은 "통상 첫 공고 뒤 재공고는 10~15일 정도로 짧게 하는데 이번에는 26일이 지난 8월11일에 접수를 종료했다"며 "사실상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할 목적으로 연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9월 6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중


5명으로 구성된 시험위원 중 3명은 외부인사였는데, 2명은 외교부 관리로 내부인사였다. 외부인사 3명은 차점자로 채용에서 탈락한 사람에게 2점을 더 부여했는데, 내부위원 2명은 유명환 장관 딸에게는 20점 만점에 19점을 줬고, 차점자에게는 "거의 과락 수준"의 12점을 주기도 했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고 그 내역을 주워담는 내가 민망할 정도다. 내가 민망할 정도인데 '맞춤형 특혜'를 받은 유명환의 딸에게 뒤진 '차점자'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싶은 안스러움도 들었다. 그리고 불현듯 얼마전에 본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의 지방대 출신 여주인공 세진이 떠올랐다.

지방에서 서울에 취직해 부푼 꿈을 안고 상경한 세진은 짧은 기간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졸지에 실업자가 되어 산동네 지하 셋방 신세로 전락한다. 다시 취직하겠노라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지만 면접 보는 것조차 쉽지 않고, 기껏 면접을 보면 퇴짜당하기 일수다.

어떤 회사는 면접에 불러놓고도 이력서를 보고 질문조차 하지 않고, 어떤 회사의 못된 놈은 절박한 세진의 처지를 악용해 성상납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또 어떤 회사는 면접 자리에서 세진에게 춤을 춰보라고 시켜 망신을 주기도 한다.

모두 세진의 능력보다는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력만 봤기때문이다.

면접 자리에서 춤을 요구받고 춤을 추며 농락당하는 세진. '내 깡패같은 애인'의 한장면


과연 유명환의 딸과 함께 면접을 보고 외부 위원들의 평가로는 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맞춤형 특혜' 탓에 탈락한 차점자의 처지가 세진과 다를까.

유명환 딸을 위한 '맞춤형 특혜'가 밝혀짐으로써 함께 응시하고 면접을 본 다른 사람은 경쟁 요건을 갖추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다른 면접자들과 면접을 보면서 질문조차 받지 못한 세진 역시 어떤 요건을 갖추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다. 외교부 관료들로부터 과락 수준의 점수를 받은 차점자는, 세진이 면접장에서 춤을 강요받은 이상의 농락을 당했다.

정부기관의 채용 절차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그 과정이 얼마나 번거로운지 알 것이다. 이메일 접수도 우편접수도 받지 않고, 제출해야 할 서류는 엄청나게 많다. 채용지원서를 쓰는 것도 예사 일이 아니다. 거기다 수입인지다 뭐다해서 돈도 들어간다. 그런데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정성을 들인 시간과 노력이 모두 장관 딸을 채용시키기 위한 들러리나 다름없는 헛짓에 불과했다는 것이 아닌가.

'내 깡패같은 애인'의 세진은 결국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는 회사에 취업해 최연소 대리로 승진까지 한다. 해피엔딩이다. 과연 현실의 모든 세진에게는 언제쯤 해피엔딩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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