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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의 본부장이 날린 한방, MBC 맞아도 싸다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10. 10. 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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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슈퍼스타K2'를 필두로 요즘 방송계에서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CJ미디어의 송창의 제작본부장이 시사주간지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MBC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MBC가 '슈퍼스타K2'를 본따 11월 5일 첫방송을 하는 '위대한 탄생'을 만드는 것에 대해 "왜 부자가 가난뱅이를 따라 하나?"라며 "그 프로그램은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크게 밑지는 장사다"라고 일갈한 것.


지상파 MBC에서 잘나가던 스타 PD였다 이제는 케이블TV에 하나의 거대한 왕국을 구축한 CJ미디어의 콘텐츠를 총지휘하게 된 송창의 본부장이 MBC를 향해 이런 말을 한 것은 그 자체로 재미있으면서 한편으로 시원하고 또 한편으론 자못 씁쓸하기까지 하다.

CJ미디어 송창의 본부장(출처:독설닷컴, 시사인)


지상파 MBC가 케이블방송 관계자에게 비꼼을 받는 게 씁쓸한 건 절대 아니다. 어차피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끼리 서로 치고받는 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내용인데, 송창의 본부장의 발언은 경쟁 관계에 있는 케이블방송의 사람으로서 한마디로 지상파 MBC의 정곡을 찌른 것이다.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송창의 본부장의 이 발언을 MBC 관계자들이 들었다면 아마 얼굴이 빨개졌을거다. 얼마전 김혜수씨가 "MBC는 전체적으로 엉망"이라고 대놓고 MBC를 깐데 이어 연이어 카운트펀치 수준의 부끄러운 지적을 받은 것이다.

물론 지상파라고 트렌드를 쫓아 케이블TV를 따라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시청률에 철저하게 연연하는 방송사가 대중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그게 케이블을 베끼면 어떻고, 위성방송을 베끼면 어떤가? 한국의 지상파 방송들은 그동안에도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일본 등 외국 방송을 종종 베껴오지 않았나.

그럼에도 이번 MBC의 '위대한 탄생'이 조롱을 받는 건 몇가지 이유가 있을거다.

먼저 송창의 본부장의 말처럼 '잘하면 본전, 못하면 밑지는 장사'이기때문이다(개인적으론 잘해도 본전을 찾기 힘들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좀 있다 살펴보자). 이미 '슈퍼스타K'는 시즌1과 시즌2를 통해 한국 방송에서 대표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아직 케이블보다는 지상파의 영향력이 막강하긴 하지만 철저한 상업적 마인드로 온갖 스폰을 다 끌어내 총력을 기울이다시피 만든 엠넷의 '슈퍼스타K2'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과연 공영방송 MBC가 만들 수 있을까?

MBC가 준비중인 '위대한 탄생'. 지금 현재 오디션 신청을 받고 있다.


'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K2'에 미치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된다면 이는 그야말로 개망신이다. 다행이 '슈퍼스타K2' 만큼의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더라도 '케이블이 한 건데 MBC가 그 정도는 되어야지' 정도가 후한 평가가 될뿐 여전히 MBC는 조롱과 질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혹시 '위대한 탄생'에 '슈퍼스타K2' 출연자들 이상가는 스타성 있는 도전자가 있다하더라도, 그 사람은 '위대한 탄생'을 통해 하루 아침에 스타덤에 오를지 몰라도 MBC까지 평가받는 일은 없으리라 단언한다. 뭐 MBC가 위대한 스타의 탄생을 위해 철저하게 밥상을 차려주는 역할까지에 만족한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결정적으로 MBC의 '위대한 탄생'이 비판받는 이유는 바로 '위대한 탄생'이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 등을 폐지한 뒤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니 긴말은 필요없겠지만 '위대한 탄생'에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공영방송  MBC가 공영성을 포기하고 오락성과 상업성을 택했다는 비판을 꼬리표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잘해도 본전을 찾기 힘든 것이다.


사실 그동안 무료매체인 지상파는 유료매체인 케이블을 전체 방송환경 안에서는 경쟁상대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된 경쟁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상파가 주류라면 케이블은 비주류, 지상파가 일류라면 케이블은 이류도 아닌 삼류로 취급했다. 시청률 데이터를 내더라도 동시간대 타지상파의 시청률에는 긴장을 가졌지만 케이블은 관심밖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지상파 그중에서 MBC가 케이블 따라하기에 나섰으니 그 자체로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송창의 본부장이 "'슈퍼스타K2' 이전과 이후는 우리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그럼 우리도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한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MBC가 '위대한 탄생' 편성을 두고 자사 뉴스를 통해 다음과 같이 떠벌리는 건 솔직히 낯뜨겁다.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인 94년,95년 MBC <스타 예감> 부터 2002년 MBC <목표달성 토요일-악동클럽>, 2007년 MBC <쇼바이벌> 까지 그동안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MBC의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MBC는 그 전통을 이어받아 가을 개편부터 지상파 최고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기사 전문 : http://imnews.imbc.com/news/2010/culture/article/2710666_7434.html)

삼척동자가 봐도 2010년 '위대한 탄생'은 '슈퍼스타K2'의 아류인데 MBC의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이기보다는 스타만들기 프로그램)을 끌어들인다고 그게 감춰지겠는가. 오히려 그닥 큰 재미를 못봤던 프로그램의 전통을 잇겠다면 '위대한 탄생'은 시작부터 '슈퍼스타K2'를 능가하기 힘들 것이다.

'위대한 탄생'을 두고 "그 프로그램은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크게 밑지는 장사다"는 송창의 본부장의 말은 시원하고 MBC에 대한 여러 씁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또 다른 송창의 본부장의 말은 다른 각도에서 또 다른 의미심장함을 남긴다.

"CJ 계열 케이블TV 제작사가 지상파 방송보다 우월한 점이 있다면 시스템이 잘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시스템이 효율을 추구하고 있다. 지상파에 가장 부족한 대목이다. 지상파에는 없고 케이블TV에만 있는 말이 있다. 360도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케이블TV는 콘텐츠를 전방위로 판매한다. 미디어 콘텐츠의 산업화는 우리가 더 앞선다."

"케이블의 진화 속도는 지상파보다 빠르다. <슈퍼스타K2>를 계기로 임계점을 넘겼기 때문에 더 속도가 붙을 것이다. 어느 순간 지상파와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미국은 케이블TV 제작사가 3대 지상파 네트워크사를 전부 샀다. 그런 반전이 한국에 없으리라는 법도 없다."



'슈퍼스타K2'가 지상파까지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으니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 하겠지만 송창의 본부장의 자신감이 현실이 되는 것은 아직은 반갑지 않다. 송 본부장의 말대로 케이블은 효율을 추구하고 있다. 케이블TV 콘텐츠를 전방위로 판매하기 위해 모든 시스템이 효율을 추구하고 있고 다른 말로 하면 철저히 상업적이라는 것이다.

그런 상업적인 매체가 지금 MBC나 KBS가 찌질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미국에서처럼 지상파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은 적어도 아직은 보고 싶지 않다(언제쯤이 되어야 보고 싶어질지도 잘 모르겠다). 적어도 아직은 케이블보다 지상파가 사회적으로 기여해야 할 책임이 더 크고, 앞으로도 그런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더욱 씁쓸한 것은 지금 송창의 본부장이 보이는 자신감이 저들 스스로 잘해서이기때문이기도 하겠지만, MBC와 KBS 이른바 양대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한 지상파들이 찌질함을 보이며 '반전'의 계기를 계속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지상파는 지상파답게 잘 만들고 케이블은 케이블답게 잘 만들어서 제대로 경쟁한다면 어찌 환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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