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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탭 등장한 YTN 출구조사, 결과는 맞췄지만

뉴스후비기

by hangil 2011. 4. 2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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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재보궐선거에서는 출구조사를 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4.27 재보궐선거에서 YTN이 출구조사를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YTN은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분당을 한곳에서만 출구조사를 실시했는데, 8시 투표가 끝난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 손학규 후보가 크게 앞서는 걸로 나와 YTN의 출구조사는 큰 관심을 끌면서 재미 또한 톡톡히 봤다.

그런데 이번 출구조사에서 또 관심이 간 대목이 있다. 바로 갤럭시탭을 이용한 출구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출구조사는 서면을 이용해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이번 YTN의 출구조사는 갤럭시탭을 이용해 유권자들이 자신이 투표한 후보와 자신의 연령대를 직접 화면을 통해 입력토록했고, 그 결과는 즉시 전송돼 시간대별로 집계되었다.

태블릿PC를 이용한 출구조사는 새로운 시도로 나름 신선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 아쉬움과 찝찝한 대목이 더 컸다.

YTN 출구조사 결과


첫째, 이번 출구조사는 당선자는 맞췄지만 정확도에서는 크게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YTN은 이번 출구조사를 한국리서치와 함께 실시해, 분당 을 선거구의 10개 투표구에서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45분까지 투표를 마친 3,000명을 상대로 실시했다고 밝혔고, 표본 오차범위는 '플러스 마이너스 1.8%'라고 했다.


출구조사 결과 손학규 후보는 54.2%,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는 44.5%로 나타났다. 두 후보 사이의 격차는 9.7%. 손 후보의 예측치에서 최대 1.8%를 빼면 52.4%, 강 후보의 예측치에서 최대 1.85%를 더하면 46.3%으로 이 경우 격차는 6.1%나 되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손 후보 51%, 강 후보 48.3%로 격차는 2.7%에 불과했다.

2000표 정도의 표 차가 쭉 이어졌는데, 아마 YTN 관계자 많은 사람이 조마조마 가슴을 태우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당연히 태블릿PC를 이용한 조사가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의 실제 투표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세대별로 달리 이뤄진 투표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게는 따져봐야겠지만 태블릿PC를 이용한 출구조사에, 비교적 이런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적극 응한 반면 이런 기기를 낯설어하는 나이 든 세대는 제대로 응하지 않았을 거란 분석이다. 따라서 젊은 세대가 지지한 손학규 후보의 득표율은 실제보다 더 많이 나오고 나이 든 세대가 지지한 강재섭 후보의 투표율은 실제보다 적게 나온 것이다.

"태블릿PC를 활용한 출구조사가 이번이 처음이라 응답자들이 다소 생소한 반응을 보였다"


YTN이 처음 시도된 출구조사를 하면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여러 변수들을 고려하지도 않고 바로 실전에 투입했다면 이는 언론사로서 특히 보도전문채널로서 여러모로 신중치 못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둘째, YTN의 이번 출구조사에 삼성의 '갤럭시탭'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물론 호불호를 떠나 국내 방송사가 태블릿PC를 가지고 출구조사를 하겠다고 했으면 이왕이면 국내 업체가 생산한 기기를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긴 하다. 하지만 보도를 하는 내내 끊임없이 '갤럭시탭' 상표 이름이 등장하고, 갤럭시탭의 모습이 수도 없이 화면에 등장한 것은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갤럭시탭'을 끊임없이 부각시킨 YTN의 모습이 문제였던 것은 공익성을 추구해야 할 보도전문채널로서 부적절했기 때문이다.

YTN이 밝힌대로라면 10개 투표소에서 출구조사가 이뤄졌다면, 화면을 통해 봤을 때 한 곳 당 약 3대 정도의 갤럭시탭이 사용됐으므로 약 30대 정도가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30대 정도를 YTN이 자체적으로 구입했는지, 한국리서치에서 구입했는지, 아니면 삼성으로부터 협찬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어느 경우였든 문제다.

YTN이 보도 내내 갤럭시탭 상표를 거론하고 화면 가득 갤럭시탭을 보여준 것은 '간접광고'나 다름없다. 갤럭시탭을 홍보하려는 의도가 아니고는 납득하기 힘든 모습이다.

하지만 방송법 시행령에 의하면 간접광고는 "방송분야 중 오락과 교양 분야에 한정"되어 있다. "보도·시사·논평·토론 등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방송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간접광고를 할 수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그런데도 YTN은 보도프로그램에서 노골적인 간접광고를 했다.


개인적으로 갤럭시탭에 호들갑을 떨며 삼성의 홍보지로 전락한 언론들에 불만이 많고 비판적이지만 갤럭시탭 자체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갤럭시탭 출시 직후 '양복 주머니에 쏙'을 강조하며 7인치를 내세운 삼성을 따라 마치 7인치가 태블릿PC의 종결자인양 중앙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이 호들갑을 떤 것은 손발 오그라드는 모습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7인치가 경쟁력이 있음은 인정한다.

이번 YTN 출구조사의 경우 7인치의 특성이 발휘됐다고 본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에게 간단한 조사를 하면서 10인치 되는 큰 기기를 앞에 들이대는 것보다 한 손에 들어가는 7인치 갤럭시탭이 훨씬 적격이었다.

굳이 갤럭시탭을 홍보하고 싶다면 이처럼 자연스럽게 그 특성을 보는 이들이 느끼도록 놔두면 될 것을 말끝마다 '갤럭시탭' 어쩌고저쩌고 하는 모습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것 아닐까?

아마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유권자들의 참여 열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다. 단순한 센세이셔널을 기대해 터트리기 위한 한탕주의식 출구조사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알권리와 욕구를 더욱 제대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더욱 정교한 방법을 고안해내는 것은 물론, 이번처럼 눈에 훤히 보이는 태도는 제발 지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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