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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민주 야합해 만든 종편 헌정 미디어렙법

뉴스후비기

by hangil 2012. 2.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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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18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 회기인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미디어렙법(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이 통과됐다.

법의 내용이 조중동 종편에 대한 온갖 특혜로 얼룩졌을 뿐 아니라, 법 통과 과정까지 오로지 조중동 종편을 위한 꼼수와 야합으로 점철된 법이 바로 이번에 통과된 미디어렙법이다. 한마디로 '조중동 종편 헌정법'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미디어렙의 취지와 존재 이유 자체가 방송의 편성과 제작을 광고영업과 분리시켜 방송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함이지만, 통과된 미디어렙법에 의하면 방송사의 미디어렙 출자를 40%까지 허용하기로 해 사실상 특정 방송사가 최대주주가 되는 이른바 자사 미디어렙 설치를 가능케 했다. 즉 TV조선 미디어렙, jTBC 미디어렙, 채널A 미디어렙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출처-민주언론시민연합



더구나 그 조차도 조중동종편에는 향후 약 2년 동안 미디어렙 광고 위탁판매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해, 그 기간 동안 종편은 미디어렙 없이도 광고를 직접 팔 수 있도록 했다.

제4조(방송광고의 판매대행에 관한 특례) 제5조에 따른 종합편성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방송광고의 판매대행에 대한 사항은 종합편성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승인일로부터 3년 후 적용한다. 이 경우 종합편성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각 사별로 광고판매대행사업의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출범 뒤 0%에서부터 1%대의 시청률에 허덕이며 놀림의 대상이 된 종편방송과 달리 여전히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한(특히 기업에게!) 조중동 신문을 앞세워 광고주를 사실상 협박하다시피 약탈적으로 광고영업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미 종편사업자 선정때부터 이런 조폭식 광고영업이 횡행했는데, 이제 조중동은 법을 통해 그런 행위를 향후 2년간 보장받았고, 2년 뒤에도 사실상 자신의 지분 40%로 만들 미디어렙을 통해 더욱 더 광고시장을 황폐화시킬 것이다.

당연히 반대가 거셌다. 방송사업자의 미디어렙에 대한 소유지분을 20% 이하로 줄여야 하고, 종편들도 유예기간없이 바로 법 적용을 받아야 하며, 공영미디어렙 1개와 민영미디어렙 1개 등으로 미디어렙 수를 최소화해 특정 방송사가 특정 미디어렙을 사실상 자사 미디어렙으로 둘 수 없도록 하자는 등의 주장을 담은 법안도 제출됐지만 1차적으로 다수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에 의해 무시당했고, 다음으로 야당들도 별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이지 못했다.

원래 한나라당은 미디어렙법 입법 자체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에 방송광고 판매대행 독점권을 줬던 기존 법이 헌재에 의해 위헌 판결을 받은 뒤 사실상 법의 공백 상태에서 출범한 조중동 종편이 최대한 오랫동안 직접영업을 하길 바랬던 것이다.

하지만 법의 공백상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법이 없음으로써 피해를 당하는 방송사(지역방송 및 종교방송 등)들도 생겨나면서 일단 입법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만들어낸 법이 조중동종편에게 온갖 특혜를 주는 기형적인 미디어렙법이었다.

한나라당에서 그런 법을 들고 나오자 이를 반대하는 세력 안에서,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의석수를 극복할 수 없으니, 일단 그 정도 법이라도 만들어놓고 나중에 개정하자는 주장과 '안된다, 차라리 한나라당을 이긴 뒤에 법을 새로 만들자'는 주장이 대립됐고 꽤나 심각하게 갈등이 벌어졌는데, 이 갈등은 논외로 하자.

법 통과 과정에서 이런 갈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미디어렙법의 조속한 입법을 바라는 세력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회 소관 상임위인 문방위에서 한나라당과 이른바 '합의안'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과시켰는데, 여기에 이미 앞서 얘기한 모든 독소조항들이 다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상임위를 지나 법사위에 올라온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법안에, 한나라당을(사실은 조중동 종편을) 긴장케하는 내용이 하나 포함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제13조(광고판매대행자의 소유제한 등)
③「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일반일간신문을 경영하는 법인(특수관계자를 포함한다)과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뉴스통신을 경영하는 법인(특수관계자를 포함한다)은 광고판매대행자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0분의 10을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다.

위에서 보듯 양당이 합의한 법안 제13조 3항에서 신문사와 그 소유주, 그 소유주가 30% 이상의 지분을 가진 법인 등이 미디어렙의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도록 한 것인데, 이는 즉 조중동신문과 사주, 그리고 그들이 만든 종편이 미디어렙의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기껏 조중동에 특혜를 주기 위해 1인 지분 한도를 40%까지 해놓고도 이를 막는 내용이 들어간 셈인데, 양당이 얼마나 졸속적으로 법안을 처리했는지 여지없이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뒤늦게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이런 내용이 드러나자 드디어 '꼼수의 백미', '야합의 극치'가 나오게 된다.

민주당의 협상파들이 한나라당과 독소조항이 가득한 이른바 '합의안'이라는 것을 합의하자 당 안팎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고, 수정 요구까지 당연히 제기됐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요지부동이었다. "합의를 깨겠다는 거냐"는 것이다.

그렇게 '합의안'을 무슨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한나라당이 조중동종편에 불리한 내용이 뒤늦게 발견되자 이를 수정하자고 요구했다. 그렇다면 칼자루는 민주당에게 넘어온 셈이고, 한나라당처럼 "합의안 원안 사수"를 내세우며 버틸수도 있었겠지만 민주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는 일단 합의안 원안을 본회의로 넘기긴 했는데, 조건이 있었다. 새누리당은 새누리당대로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하고,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수정안을 제출해 본회의에서 결정하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당연히 새누리당의 수정안대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종편 유예기간을 줄이고, 미디어렙 지분한도를 낮추는 등 원안보다는 나은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하긴 했지만, 이는 그야말로 뻔한 정치적 제스추어에 불과하다. 본회의에서 미디어렙법을 표결처리하기로 한 이상 자기네 수정안이 통과될리가 결코 없다는 건 민주당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새누리당에 의해 수정된 문제조항

제13조(광고판매대행자의 소유제한 등)

③「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일반일간신문을 경영하는 법인(방송사업자를 제외한 특수관계자를 포함한다)과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뉴스통신을 경영하는 법인(특수관계자를 포함한다)은 광고판매대행자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0분의 10을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다.

결국 뒤늦게 발견된 조중동종편에게 불리한 내용조차 새누리당 입맛대로 바꿔서 통과시키는데 민주당은 '협조'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킨 미디어렙법 수정안 의결 현황(출처-한겨레)


법이 통과되자 민주당에서는 19대 총선 이후 전면 개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미 통과됐으니 당연히 개정해야 할 법인데, 새누리당과 야합을 밥먹듯 하는 민주당에게 믿고 맡기긴 꺼림칙하다. 특히 아무리 의석수에서 밀린다고 해도 야당답게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그저 밀리기만 한 사람들에게 미디어렙법 개정을 맡길 수 없다.

말하자면, 제대로 된 미디어렙법 개정을 위해서는 선수를 바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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