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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조·박근혜 카퍼레이드는 사람 사는 도리"라는 선관위

뉴스후비기

by hangil 2012. 3. 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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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가 3월 28일 <최근 언론보도에 대한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손수조의 이른바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 파기와 '박근혜-손수조 카퍼레이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3,000만원 선거 뽀개기 관련 입장은 제껴두고 박-손 카퍼레이드에 관한 선관위 입장만 살펴보자. 

먼저, 애초 두 사람의 카퍼레이드가 선거법 위반 논란을 일으켰을 때 '계획성과 목적성, 능동성, 구체적 행위가 없다'는 이유로 불법선거운동이 아니라고 했던 선관위는 이번 발표에서는 그런 주장은 전혀 하지 않고, "이번 선거에서 여당대표자가 자당 추천 지역구후보자를 격려하기 위하여 부산을 방문하자 그 소식을 접한 지역의 당원과 일반유권자가 이를 환영하기 위하여 운집한 상황에서 여당대표자와 지역구후보자가 선루푸가 장착된 차량에 동승하여 함께 손을 흔들면서 100여미터 정도 카퍼레이드를 한 사실이 있다"고 일단 카퍼레이드를 한 사실이 있음은 인정했다. 

그 카퍼레이드가 계획적인지, 능동적인지, 목적성이 있는지 따위는 전혀 따지지 않았다. 대신 이번에 선관위는 박-손 카퍼레이드가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 "통상적인 정당활동"(공직선거법 제58조제1항제4호)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즉, 선거운동이 아니기때문에 선거법 91조 3항에서 규정한 "누구든지 자동차를 사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불법선거운동이 아니라는 얘기다. 



선관위는 '박-손 카퍼레이드'가 왜 통상적인 정당활동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당 대표자의 방문을 환영하는 군중을 대상으로 그 답례로서 손을 흔들며 인사한 행위는 정당의 대표자의 지위에서 행하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에 해당한다"고 이유를 댔다. 

선관위의 설명은 만약 박근혜가 혼자 카퍼레이드를 했다면 그나마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옆에는 새누리당의 사상갑 후보 손수조가 함께 선루프 밖으로 상반신을 드러낸 채('나꼼수'에 따르면 "쌍두노출") 해당 지역 유권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렇다면 손수조의 행위에 대해서도 '통상적인 정당활동'인지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마땅한데 선관위의 발표에 손수조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저 박근혜에 은근슬쩍 끼워넣는 모양새다. 


선관위는 "카퍼레이드에 이용된 차량에 특정인을 홍보하는 선전물이 설치되거나 인쇄물이 첩부된 사례도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는데, 이 역시 실소가 나오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어떤 선전물보다 손수조가 선루프 밖으로 몸을 내민 것 자체가 특정인을 홍보하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손수조는 평소 선거운동을 다닐 때 입는 복장 그대로 카퍼레이드를 했는데, 앞에는 손수조 이름이 적힌 띠가, 그리고 어깨와 양팔에는 온갖 응원문구가 적힌 리본이 덕지덕지 붙어있지 않은가.

그런데 선관위의 설명 중 이 보다 더 어이없고 심지어 재밌기까지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박-손 카퍼레이드'가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로서 행하는 예의 즉, 의례적 행위에 해당하여 선거운동으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설명한 부분이다. 

중앙선관위 발표 '최근 언론보도에 대한 입장'


집권여당의 대표가 자당의 총선 후보와 함께 선루프 밖으로 몸을 내밀고 최소 100m 이상 카퍼레이드를 벌인 게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이자, '예의'이자 '의례적 행위'라니, 이번 선관위 보도자료는 '개콘' 작가가 쓴 게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이제 어떤 후보자가 저녁에 술집 등에 인사를 다니다 유권자가 권하는 술을 한잔 받아 마시고는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이자 "예의"이자 "의례적 행위"를 내세워 술값을 계산해주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어떤 선거캠프에 어떤 사람이 찾아와 선거운동을 도와주겠다고 할 때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이자 "예의"이자 "의례적 행위"를 내세워 밥도 사주고, 차비도 주고, 고생했다고 돈봉투를 쥐어주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차라리 입 닫고 계속 뭉갤 것이지, 기껏 내놓은 입장이란 것이 이토록 한심할 줄이야. 이러고도 헌법기구라니 선관위의 수준이 참으로 가관이다. 
새누리당의 곤경을 모른 채 할 수 없는 선관위 인간들의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가 참으로 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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