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 지상파 방송3사에서는 하나같이 토크쇼가 방송되고 있다. 한마디로 '월요일 밤의 토크쇼 혈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 SBS의 <야심만만>, KBS2TV의 <미녀들의 수다>, MBC의 <지피지기>가 그 혈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시청률 성적은 <미수다>가 제일 좋다. 일요일 오전에서 월요일 밤으로 옮겨 온 직후 반짝하다가 <야심만만>에 밀려 고전하더니, 최근 새로운 '미녀'들과 '좀 더 독해진 토크'로 눈길을 끌면서 다시 <야심만만>을 누른 형국이다. 이에 비해 <야심만만>은 지난 9월 10일 방송을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 시청률에서만 간신히 상위 20위에 턱걸이했을 뿐 전국권에서는 아예 20위 밖에 밀려 나 있다. 뭐, 가장 후발 주자인 <지피지기>는 거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긴 하지만...
하지만, 시청률이 아닌 MC로 한 번 따져보면???
토크쇼를 만드는 것은 패널(토크손님)이 일단 눈길을 끌만한 인물이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MC의 능력이 최우선이다. 토크쇼의 완성도는 뭐니뭐니해도 MC들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뭐 세계 유수의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쇼' 같은 건 굳이 언급안해도 될 거라 본다.
현재 월밤을 '입'으로 달구고 있는 MC는 SBS 강호동, 강수정/KBS 남희석/MBC 이영자, 박수홍이다.
이 가운데, 가장 토크쇼 MC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는 사람은?
난 강호동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 같다.
강호동은 순발력, 재치, 말발, 프로그램에 대한 지배력, 패널들에 대한 통제력 등 심야 토크쇼에서 MC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요소에서 압도적이라 할 만 하다. 물론 지배력이 지나쳐 마치 '1인 독재'를 연상시키며 부담스러울 때도 있기 하지만 보편적으로 봤을 때 <야심만만>의 힘은, 현재의 경우 거의 80%는 강호동으로부터 나온다고 본다. 하긴 <야심만만> 자체가 워낙 힘을 잃어가고 있으니 그게 SBS에게도 강호동에게도 문제이긴 하다.
그 다음부터가 좀 갈릴 것 같다.
나는 2위는 남희석이라고 본다.
많은 시청자들이 <미수다>를 보면서 남희석의 진행실력에 의문을 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미수다>를 보면 남희석이 그저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방송을 그저 먹는다'고 할 만한 경우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남희석은 분명 능력 있는 MC다.
약 3개월 전 <미수다> PD를 만나러 <미수다> 녹화장에 간 적이 있다. 방송에서 편집되어지는 영상에 비해 현장을 무척 산만했다. 당연하다. 외국인 여성 패널 16명에 남성 연예인 패널이 대여섯, 거기에 대학생 방청객들 이십여명 정도까지 스튜디오 무대에 올라가 있으니 무대 자체도 꽉 찰 정도고, '수다'를 주제로 한 만큼 여기저기서 말발을 풀어내기 시작하면 산만함 그 이상의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남희석은 그 수많은 패널들을 '잘' 통제했다. 크게 무리하지 않고, 그렇다고 아무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적절한 선에서 최대한 '미녀'들의 '수다'를 풀어내게 하기 위해 '조절의 미'를 상당히 잘 발휘했다.
그거,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난 순발력, 재치, 다 떠나서 남희석이 2위는 되어야 한다고 본다~ ^^
그럼 셋째는?
박수홍이다. 쪼끔 묘한 게 있다. 박수홍은 원래 같은 시간 S본부에서 강호동이랑 <야심만만> 더블MC를 보던 사이다. 그런데 K본부에서 홀연히 '자유'를 부르짖으며 나간 강수정에게 밀려 M본부로 오게 되어 원래는 목(금인가?)요일 밤에 방송을 하다 어찌어찌 월요일로 와 <야심만만>과 겨루게 된 것이다.
'밀려나'서 그런가. 박수홍이 좀 독해진 것 같다. 박수홍 하면 단정함, 말쑥함, 순진함, 어리버리 등의 이미지였는데, 박수홍이 좀 악해진 것 같다. 개인기 하면 물개 소리 정도만 내던 박수홍이 온갖 성대모사에 춤까지 가리지를 않는다. 박경림 신혼여행에 따라가 웃옷을 벗고 수영장에서 개기기까지 하니...
어쨌든 독해진 박수홍이 <지피지기>를 만드는 일등 공신으로 보인다. 원래 프로그램 진행 능력이야 검증된 거나 마찬가지인 박수홍이 심야에 맞는 입담과 적극성을 점점 발산하고 있는 중이다.
다음은, 이영자다.
사실 이영자와 강수정은 순위를 매기기가 나에게는 좀 무의미하다. 하지만 그래도 강수정보다는 이영자가 나은 거 같다. 복귀 프로그램이기도 한만큼 이영자는 임전무퇴의 심정으로 <지피지기>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오버가 지나치다. 그 오버가 내가 보기엔 거의 다 다른 출연자들에게 묻혀가면서 '돌출'되는 오버로 보여서 종종 민망해 보일 때가 적지 않다. 나름 최선을 다하는 것 같은데, 안타까우면서도, 오버액션과 큰 목소리, 인맥으로 승부하는 게 보기 좋지도 않다.
하지만 '최선'이라는 데 있어 그나마 이영자가 강수정보다 낫다.
난 사실 강수정이 <야심만만>에서 뭘하는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