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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반대’ 여론에 귀막은 방송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7. 6. 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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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반대’ 여론에 귀막은 방송

지난 7월18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 17명이 이라크 파병 자이툰부대의 군수물자가 수송되는 부산항 제8부두에 들어가 기습시위를 벌였다. 한총련 학생들은 ‘파병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다 결국 경찰에 전원 연행됐고 일부는 현재 구속상태다.

대학생 ‘파병반대’ 시위, MBC만 보도

이날 한총련 학생들의 시위는 MBC에서만 보도됐다. 연쇄살인 피의자 유모씨 검거로 모든 언론이 떠들썩한 가운데 오직 MBC만 <한총련 기습시위>를 보도했을 뿐이었다. KBS와 SBS는 단신으로도 다루지 않았다.

MBC는 이날 “부산항 주변에서는 연일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며 학생들의 시위모습을 상세히 전했다. 또 부두 경비원들이 카메라 기자의 취재를 폭력적으로 가로막는 모습과 경찰들이 온몸에 쇠사슬을 두르고 거세게 저항하는 학생들은 난폭하게 연행하는 장면도 보도했다.

사실 대학생 등의 ‘기습시위’는 취재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 있어 이날 MBC의 보도는 몇가지 시사점이 있다. MBC 기자가 학생들로부터 시위 계획을 사전에 전달받지 않았다면 이날 현장화면을 이용한 보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KBS 부산총국의 지역뉴스와 PSB의 ‘뉴스아이’마저 이를 화면없이 단신으로 보도한 것을 보면 MBC와 타방송사와의 차이가 더욱 또렷해진다.

방송의 의제설정 기능 인터넷 매체에 넘겨줄 수도

하지만 18일 보도만으로 MBC가 ‘파병반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보도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후 보도에 있어 MBC가 보인 모습은 타방송사와 아무런 차별성이 없는 ‘무관심’이었다.

7월23일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가 파병철회를 요구하는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자 MBC는 KBS와 함께 10여초의 단신으로 보도했다. 24일 광화문에서 열린 파병반대 인간띠잇기 대회는 어느 방송사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다.

7월30일 김혜경 대표가 8일 동안 계속된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하자 MBC만 홀로 보도했지만 ‘단신’에 그쳤다. 8월1일에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도 10일째 단식을 계속해 건강이 더욱 악화된 김 대표가 청와대 이병완 홍보수석에게 힘겹게 파병철회를 호소했지만 이 소식은 SBS만 단신으로 다뤘을 뿐이다. 방송3사가 어느 곳이 낫다고 하기 우스울 정도로 엇비슷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소식들은 인터넷매체인 ‘민중의 소리(www.voiceofpeople.org)’에는 상세히 실려 있다. 지상파 방송들이 파병반대 목소리에 무관심한 태도를 지속한다면 이에 대한 의제설정 기능은 인터넷 매체에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MBC 또한 앞으로 기습시위와 관련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해 더 이상의 ‘단독보도’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글은 2004년 8월 4일자 미디어오늘 '보도와 보도사이' 코너에 기고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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