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MB개그' 못지않은 모 KBS노조 후보의 개그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8. 11. 17. 16:06

본문

대통령 선거까지는 앞으로 4년...,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또 앞으로 3년 반...., 지방선거는 내후년..., 민주주의 하에서 합법적으로 잘못된 권력을 바로잡을 기회라 할 수 있는 선거가 너무나 멉니다.

그런데, 비록 내가 참여할 수는 없는 선거이지만,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는 아니지만, 어찌보면 정말 자그마한 선거지만, 지난 대선(이미 승패가 진작부터 갈려 있었던)보다 관심이 쏠리는 선거가 있습니다. 바로 다음주인 11월 24일부터 26일 동안 치러지는 KBS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입니다.

온갖 초법을 동원해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고, 그 자리에 이병순이라는 '관제사장'(KBS 내에서 이렇게 부르더군요)을 앉힌 뒤, KBS에서는 정말 온갖 별별일이 벌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주는 정말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목요일(13일) 밤에는 '시사투나잇'이 마지막을 고하더니, 그 다음날엔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또 마지막을 맞고, 그리고 그 다음날엔 또 '미디어포커스'까지... 심지어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해 윤도현의 마지막을 위로해준 김제동까지 '연예가중계'에서 마지막을 인사했더랬죠.

하나같이 즐겨보는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남게 되어버렸습니다.

KBS 내에서 저항하지 않은 게 아니죠. 의식있는 KBS 직원들은 'KBS 사원행동'이라는 결사체를 꾸려 '방송장악 저지투쟁',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 '밀실개편 반대투쟁'을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펼쳐왔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보면 판판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엔딩 크레딧 보며 우는 <시사 투나잇> PD들

[현장] KBS '미디어포커스' 마지막 녹화현장


물론 방송장악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의지가 너무나도 강한 반면, 그것을 막아내려는 사람들의 힘은 너무나도 미약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여기까지 일방적으로 밀리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KBS노조'를 꼽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려고 온갖 음모와 협잡을 부리는 과정에서 KBS노조는 그 어떤 항의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고, 정연주 사장이 쫓겨난 뒤에야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을 잠깐 하는 '시늉'을 내더니, 이병순 사장이 들어서자 '이병순 사장은 낙하산이 아니다'며 투쟁을 접었지요. 그리고 지금 이병순 체제에서 일방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프로그램 개편에 대해서도 별다른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노조가 아니라, 제대로 된 노조가 KBS에 서야 된다는 요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는 차에 이제 노조 선거(12대 정·부 위원장 선거)를 치르게 된 것입니다.

모두 4팀이 후보등록을 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이병순 체제의 KBS에서 벌어지게 될 '구조조정'을 막아내겠다며 저마다 자신을 찍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데, 제 눈길을 끄는 후보와 그들의 다짐이 있더군요.

바로 기호 1번으로 나온 '강동구-최재훈' 팀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강동구
...'이 분'은 바로 지금 노조, 그러니깐, 11대 박승규 집행부에서 '부위원장'을 하던 '분'입니다. 즉, 지금의 박승규 노조를 계승하는 노조라 보면 되겠지요.

최재훈...'이 분'은 지금 노조 말고, 그 전대 노조, 그러니깐 10대 노조(당시 위원장은 진종철이라는 '분')의 집행부를 했던 '분'인데, 11대 박승규 노조가 10대 노조의 '반정연주 노선'을 이어받은 노조이니만큼 10대와 11대가 연합해서 12대 위원장 선거에 나왔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데, 최재훈 부위원장 후보의 출사표를 보니 참 재밌는 구절이 있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정한 노동자의 벗이 되겠다'며 자신이 '진정한 노동자의 벗임을 자부한다'고 합니다.

이 구절을 보면서, 그 뻔뻔함에 제 낯이 오히려 뜨거워질 지경이었습니다. 또 얼마 전 너무나도 비슷한 느낌을 겪었던 일이 있어 마치 데자뷰인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는데요. 바로 오바마 당선 직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일관되게 ‘변화와 개혁’을 국정운영의 중요 가치로 삼아왔으며, 그런 점에서 두 정상은 공통된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 말을 들었을 때의 그 더러운 기분과 아주 유사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KBS 노동조합' 정도되면 '노동자의 벗'이라고 하기는 힘들죠. 대다수 생산직 노동자들의 평균적인 삶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대한민국 최대방송사의 직원들의 노조가 '노동자의 벗' 운운하는 것은 좀 거시기한 부분이 있습니다. KBS 내부에서조차도 자신들은 '귀족노동자'라는 반성이 있을 정도니 할 말 다했지요. 그런데 아예 내놓고 '노동자의 벗'을 칭하다니, 참으로 낯간지럽습니다.

물론 최재훈 후보가 쓴 맥락은 일반적인 '노동자 대중의 벗'을 이야기한 것은 아닌 것 같네요. '구조조정을 막아낼 KBS 조합원의 벗' 정도인 것 같은데, 바로 그 맥락에서 저의 낯은 더욱 화끈거리게 됩니다.

지난 9월 17일 이병순 사장이 들어선 직후 KBS에서는 사상 유래 없는 대규모 인사발표가 납니다. 이를 두고 이른바 '9월 17일 한 밤의 인사 대학살'이라고까지 이름 붙여졌지요.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KBS 탐사보도팀은 뿔뿔이 흩어졌고, 이병순 사장을 반대했던 'KBS 사원행동' 관계자들은 줄줄이 보복인사를 당했습니다. 탐사보도팀의 김용진 기자는 부산을 거쳐 울산으로, 사원행동에서 활동한 최용수 PD는 부산으로, 그리고 사원행동에 가입된 기술직 직원들은 산간오지로 쫓겨났지요.

이들은 대부분 KBS 노동조합 조합원들입니다. 하지만 KBS 노조는 '정연주 사장 퇴진 낙하산사장 저지 를 위한비상대책 위원회'해단식을 치른다며 그 이튿날인 9월 18일 1박2일 일정도 전라북도 선유도로 떠나버렸습니다.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말이지요. 조합원들이 부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인사조치를 당했음에도, 항의는커녕 투쟁을 접는 자기들만의 '외유'를 떠나버린 겁니다.

이런 노조의 뒤를 잇는 사람들이 나와서 '노동자의 벗'을 운운하니 정말 할 말을 잃을 따름입니다.

강동구 후보는 출사표에서 "2년 성적표, 부끄럽습니다. 변명 대신 다시 한 번 제 자신을 채찍질하겠습니다"라고 밝히면서 "조합원을 지키는 데 제 모든 것을 걸겠다"고 하더군요. 차라리 '변명'이 낫지...

KBS 조합원들이 과연 '이 분'들을 다시 한 번 뽑을지, 이 분들이 얼마나 많은 표를 받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나아가 과연 KBS 직원들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을 막아낼 의지가 있는지도 이번 선거 결과에서 드러나게 되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번 KBS 노조 선거가 재미없던 지난 17대 대선보다 훨씬 더 관심이 갑니다.

아래는 기호1번 후보들 외 나머지 후보들입니다. 어떤 분들이 진짜 KBS를 지키고, 조합원들을 위하는 분들인지 여러분들도 한 번 판단해보시죠.
이들이 선거에 나오면서 던지 출사표는 'KBS노보'(<-- 클릭)를 보시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