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지상파방송과 보도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에 대기업과 일간신문(뉴스통신, 즉 연합뉴스나 뉴시스 등 포함)은 진출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주식 한 주도 가질 수 없었다는 거지요. 여기서 '대기업'이라 함은 어쨌든 지금까지는 '공정거래법'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자산규모 3조원 이상이 해당되었는데, 이걸 얼마 전 방송통신위원회가 10조 이상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지요. 하여 방통위의 안대로 하더라도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알려지기로 기업순위 24위 이상이 해당된다고 합니다)의 대기업은 지상파와 보도, 종합편성채널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헌데, 방통위가 그런 결정을 내리고 그것이 아직 국무회의를 통과하거나 법제처 심사를 거치지도 않았는데, 한나라당에서는 그 결정 조차도 무력화하는 법 개정안을 내놓은 겁니다.
한나라당은 신문법 개정을 통해 일간신문이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을 '겸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방송법 개정을 통해서는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에는 20%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했고,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에 대해서는 49%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지금까지는 신문과 3조 이상 대기업은 단 1%도 안되었습니다..).
자, 이렇게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일단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대기업이 그것을 사든지, 하나 새로 만들든지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즉 지금 현재를 예로 말씀드리면 조중동 혹은 삼성, LG 등이 YTN의 지분 49%를 차지할 수 있다는거지요.
49%는 방송사의 1인 지배를 그나마 막아보려는 차원에서 '상징적'으로 만든 제한선인데, 1대 주주로 49%의 지분을 차지하고, 우호지분을 조금만 획득하면 절반이 넘는 지분을 차지해 해당 방송사에 대한 확고한 장악력을 가질 수가 있게 되지요.
그리고, 역시 지금 상황을 예로 말씀드리면, 조중동 또는 재벌기업들이 SBS나 OBS 또는 부산방송, 광주방송 등 민영방송의 지분을 20%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만약 MBC와 KBS2TV가 민영화된다면 역시 같은 경우가 될거구요.
자, 그런데 이 20%라는 지분...100%에 비하면 분명 소수지만, 엄청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지분입니다. 지금까지는 '방송법 제8조'("누구든지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이하 "특수관계자"라 한다)가 소유하는 주식 또는 지분을 포함하여 지상파방송사업자 및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0분의 30을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다")에 의해 일간신문이 아니고, 3조이상 대기업이 아닌 경우 등등해서 한 개인 또는 법인이 가질 수 있는 지상파방송에 대한 최대지분한도는 30%였습니다.
그렇기때문에 SBS는 지금까지 1대주주인 '태영'이 30%까지만 지분을 가질 수 있었고, 최근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SBS홀딩스'라는 SBS의 지주회사가 역시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특위는 또 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의 모든 대기업, 재벌들에게도 지상파방송 지분 20%, 종합편성과 보도전문 채널 지분 49%를 허용하려 하고 있다. 삼성도 지상파와 종합편성, 보도전문 채널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 20%, 중앙일보 20%를 합쳐 삼성家가 40% 지분을 갖는, 범 삼성 지상파방송이 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도 미디어 재벌이 나와야 한다고 하더니, 그것이 재벌에게 방송을 넘겨주겠다는 뜻이었던 모양이다. 지상파와 종합편성, 보도전문 채널 진출이 금지된 대기업 범위를 자산 3조 원 미만에서 10조원 미만으로 올린 것이 엊그제인데, 이제는 아예 재벌에게 보도 기능을 포함한 방송을 주겠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성명 중 일부-
위는 한나라당이 안을 발표하자마자 SBS노조가 발표한 성명인데요. "삼성 20%, 중앙일보 20%를 합쳐 삼성家가 40% 지분을 갖는, 범 삼성 지상파방송이 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는 우려를 SBS노조가 하는 것이 전혀 엉뚱한 것이 아닌 상황입니다.
자, 이제 아시겠지요.
한나라당이 끝내 이번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게 된다면, 우리는 곧 '조중동+재벌 합작 지상파방송'과 조중동 기자들이 나와 하루 종일 조중동스런 뉴스를 전하거나 재벌의 입장에서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노동계 파업을 적대적으로 보도하는 보도전문채널을 보게 되는 겁니다.
그런 대한민국의 미래?
과연 여러분은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