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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하나 죽었다", MB 진면목 드러낸 원탁대화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1. 3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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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눈을 애써 비비며 지켜 본 SBS <대통령과의 원탁대화-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역시 이명박 대통령다운 진면목이 유감없이 드러난 토론이었다.

오만과 독선, 독단, 그 어떤 잘못도 인정하지 않는 독불장군식의 당당한 태도. 역시 '이명박'다웠다.

가슴 속 깊이 시도 때도 없이 'X발'이라는 욕지기가 치솟아 올랐지만, 그래도 정말 인내하며 과연 어떤 말을 하는지 지켜봤다. 역시 정신 건강에 매우 치명적이었다.

대통령의 토론 방식은 대선 후보 당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질문의 핵심을 애써 비켜가며 이런저런 딴소리를 늘어놓으며 시간을 잡아먹을대로 잡아먹었다. 지켜보는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이래저래 피해갔고, 기어이 자기 할 말만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오늘 방송에서 가장 관심이 간 대목은 역시 '용산참사' 관련 부분이었다.

조국 교수가 어색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애써 감내해가며 용산참사에 대해 법적 책임을 떠나 정치적, 도의적으로 사과할 생각이 없는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그대로 둘 것인지를 몇 번이나 따져 물었지만, 역시 이명박은 대단했다. 참으로 오만하고 고집스러웠다.

끝내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고,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유감' 표명조차 없었다.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 자기나라 국민 5명, 자신이 최고의 책임이 있는 경찰 한명의 죽음을 두고서도 끝끝내 '법치'를 강조했고, 폭력시위, 과격시위만을 문제 삼았다.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게 '지자체가 순조롭게 재개발 등을 할 수 있도록 협의기구를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었다. 생존권을 박탈당하게 된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다. 지자체와 사업자 등 이익에 눈 먼 사람들의 '순조로운 개발'을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전철연에 대해서는 '그런 게 없으니 폭력단체, 폭력집단에 매달리는 것'이라며 노골적인 편견과 악감정을 쏟아냈다. 정부와 지자체가 철거민들의 요구와 목소리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으니 전철연과 철거민들이 극단적으로 '폭력'에 매달리게 된 현실, 원인에 대해서는 그 어떤 성찰이 없었다.

심지어 이명박은 "경찰이 하나 죽었다"고 했다. '공권력의 위엄'과 이에 대한 '존중'을 정부와 보수언론들을 입만 열면 떠들어내는 데 국정의 총책임자 자체부터 그런 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 하나'라, 경찰을 그저 철거민들 때려잡는 도구 따위로 여기지 않는 이상 어찌 참담한 죽음을 맞은 이를 두고 '경찰 하나' 따위의 표현을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을까?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여론조작까지 서슴지 않는 경찰,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의 잘못된 정책, 수뇌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동료를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경찰특공대는 도대체 대통령의 이같은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방송법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 또한 오만과 독선 그 자체였다.

거리로 나간 언론인들과 야당을 비판하며 '무슨무슨 악법이라며 거리로 나갈 게 아니라 문제가 있으면 토론을 통해 수정하면 된다'고 했다. 한 달의 시간도 주지 않고  '속도전', '입법전쟁' 운운하며 '연내통과'를 밀어붙이려 했던 이가 도대체 누군데 국민들 앞에서 이딴 소리를 하는 걸까. 그러면서 다시 '하루라도 늦어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멀어진다'고 국민들을 겁주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을 협박한다.

정말 답이 안나오는 대통령이다. 지난 1년 동안 자기네 때문에 국민들이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는지, 그 어떤 성찰과 반성도 없다. 그저 '소신'이니, '원칙'이니 미사여구를 동원해 '밀어붙이겠다'는 오만함만 있을 뿐이었다.

오늘 방송을 보고, 다시 무척이나 피곤해졌다.
특히 조국 교수, 정말 피곤하셨겠다.

그 자리에 앉아서, 피곤함, 답답함, 참아내며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려 노력하신다고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나마 조국 교수님 덕에 조금이나마 시청자들은 피곤함을 덜 수 있었을거라 여겨집니다.




반면, '원탁대화'를 진행한 김형민 앵커. 역시 한 건 하셨습니다. 갑자기 '마지막 강의'를 거론하더니,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시청자들에게 '담대함'을 요구했지요. 이명박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했더군요. 국사에 바쁜 대통령이 귀한 시간 쪼개 나와줘서 감사하다고 했던가요? 1주일에 한 번씩 홀로 '볼륨을 높여라' 찍고 계신 분인데 무애 그리 감사합니까? 토 쏠릴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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