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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총장, 고대정신은 이럴 때 쓰는거요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5. 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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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대 출신이 아니다.
그래서인지도 몰라도 고대생이나 고대출신들이, 민족고대니, 고대정신이니 이야기하는 거 보면 좀 웃긴다.
특히 이건희가 고대에서 박사 학위 받은 이후 누군가가 '민족고대', '고대정신' 운운하는 걸 보면 귓방망이를 한대 갈겨주고 싶기도 하다.

"도대체 니들이 말하는 고대정신의 정체가 뭐냐고?"

하긴, 고대 출신들 중에서도 낯뜨거워하는 이들이 많긴 하더라.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김연아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을 두고 자신이 "고대 정신을 주입시킨 결과"라며 "고대가 김연아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느 사사로운 자리에서 농담처럼 이야기한 게 아니라 관훈클럽 초청토론이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진지하게 이야기한 모양이다. 자뻑도 유분수지.

이기수 총장은 또 "내가 직접 김 선수와 통화를 하며 앞으로 21세기를 살아갈 지도자는 민족정신과 개척정신, 승리에 대한 확신 등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쳤다"며 이를 두고 "고대 정신을 팍팍 집어넣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말 손발이 오그라든다.

김연아가 고대에 처음 등교했을 때, 김연아를 만나서는 좋아 죽겠는지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채 '허허'거리며 국어책 읽듯 말도 제대로 못하고, 기껏해야 김연아가 도서관에서 책 빌릴 때 '안내' 정도나 하던 사람이 전화로 '민족정신'을 운운하며 '고대정신을 팍팍 집어 넣었다'고?

(관련기사 : 피겨여왕 학교에 가다)

지난 4월 2일 김연아 선수가 고려대에 첫 등교했을 때, 이기수 총장이 김연아 선수를 불러다 한말씀 하신다. 김연아 선수의 표정이 별로 안좋다. 쩝.

김연아 선수가 새로 발급받은 학생증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 하자, 이기수 총장이 앞장을 서 김연아 선수를 친절하게도 안내한다. 김연아 선수에게 '고대정신을 팍팍 집어넣은 분' 답다.


이보쇼, 이기수 총장.
내가 고대생이 아니라 고대정신이 뭔지는 몰라도 그건 아니다 싶소.

내가 당신보다는 그래도 '고대정신'이 뭔지 제대로 아는 것 같은 친구의 말을 들려주겠소. 귀를 씻고 똑똑히 들어보시오.

당신 학교, 당신 제자 중에 정태호라는 친구가 있소.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친구요. 내 알기로 경찰에 현재 수배된 상태라고 들었소.

이 친구 말에 의하면 "민족 고대는 죽고 MB 고대만 남았다"고 하오. 특히 "학교 측이 천신일 교우회장의 비리 의혹을 가리려 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일 뿐 고대 정신이 아니다"고 당신을 비판했소.
이 친구는 "고대 정신이 껍데기만 남았다"고 하오. "'민족 고대'라는 이름은 시대의 아픔을 같이하고 서민들의 대학, 국민들의 사학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자랑스러운 호칭"인데, 이명박, 천신일, 그리고 당신 같은 사람들때문에 "이제 1%만을 위한, 부자들만을 위한, 비리와 의혹만 남은 대학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거요.

이런 제자의 말에 아무런 부끄러움도 못느끼시오? 그러면서 김연아에게 전화를 걸어 "고대 정신을 팍팍 집어넣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거요?

나는 당신이 김연아에게 집어넣었다는 '고대정신'보다, 정태호라는 친구가 "껍데기만 남았다"는 '고대정신'이 훨씬 더 이해가 가고 실체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이기수 총장 당신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오.


이명박 대통령 이하 고대 출신들이 온 나라를 헤집어 놓는 것을 보며, 성질이 뻗치지만, 그래도 정태호 같은 이들이 아직은 남아 있기에 그래도 일말의 위안을 가져본다. 에긍.

2009년 5월 9일 경향신문에 게재된 정태호 고려대 총학생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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