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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의회독재에 힘 실어주는 KBS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9. 6. 3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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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6월 29일) KBS 9시뉴스(뉴스9)는 <무산·반쪽>이라는 보도에서 앵커 코멘트를 통해 "6월 임시국회가 시작부터 파행"이라며 "일부 상임위는 민주당 측 실력 저지로 열리지 못했고 대부분 반쪽 회의로 끝났다"고 했다. 국회파행의 책임을 "민주당 측 실력 저지"에 돌린 것이다.

기자의 코멘트는 더욱 가관이다.
이 보도를 리포트한 김기현은 "국회 상임위 첫날 민주당은 이른 아침부터 불참을 결의하고 전의를 다졌다"고 했고, "한나라당도 통과시킬 법안은 모두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로 맞섰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전의', '한나라당=결연한 의지'로 대비시킨 것이다. '전의'는 곧 '전쟁의지' 혹은 '전투의지'로 민주당이 국회를 전쟁터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맞선 한나라당의 '결연한 의지'는 민주당이 국회를 전쟁터로 몰아가는 것을 막겠다는 뭔가 '애국충정'의 의미가 담겨있다. '전의'는 네거티브(부정적)한 어휘며, '결연한 의지'는 포지티브(긍정적)한 어휘인 셈이다.

김기현은 이어서 계속 "쟁점법안이 없는 상임위는 충돌이 없었지만 모든 상임위가 반쪽짜리"라며 "민주당의원들이 전원 불참해서"라고 보도했고, "법사위와 교과위 등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조속한 법안심의를 강력히 주장했다"며 민주당이 국회 파행의 주범인 것처럼 몰았다.

국회 의석을 믿고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법안을 기어이 밀어붙이겠다는 한나라당의 '의회독재'적 발상으로 인해 국회가 파행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찾아볼 수 없다.

하루 전(6월 28일) KBS의 9시뉴스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KBS는 <폭력 막기 위해...>라는 보도에서 앵커 코멘트를 통해 "여야의 대치상태가 계속되면서 폭력 국회가 재연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국회사무처가 청사 내부에 폭력을 막기 위한 갖가지 장치를 총동원했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밀어붙이려는 언론악법, 비정규직법 개악을 민주당이 저지하려는 것을 두고 "폭력 국회가 재연될 우려"를 제기했고,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저지를 봉쇄해 미디어법 등을 밀어붙이려고 국회 사무처를 동원해 국회를 요새화하는 것을 그저 "폭력을 막기 위한 갖가지 장치"라고 미화한 것이다.

이 보도를 리포트한 김병용은 "점거하고, 부수고. 때리고, 뛰어넘고. 외신에 까지 소개된 18대 국회의 불과 몇달 전 모습"이라며 지난 연말연초 국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를, 해머질과 유리창이 깨지는 모습, 소화기와 물호스를 뿌리고, 발길질과 고성이 오가는 모습 등 자극적인 장면들을 모아서 보여줬다.

지난 연말, 한나라당이 국회 경위와 경찰들을 동원해 민주당 관계자들의 국회 출입을 봉쇄하자, 민주당 사람들은 유리창을 통해 국회에 들어갔다. 이를 막기 위해 국회사무처는 이번에 국회 본청 유리창을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구조로 바꿨다. KBS는 국회 사무처를 조치를 과거 화면과 비교해가며 '당연한 조치'인 것처럼 보여줬다.

그리고 이번에 국회 사무처가 국회 상임위 점거를 봉쇄하거나, 국회의원이 아닌 보좌관들이 국회 출입을 할 수 없게 만든 여러 장치들을 두고 "국회사무처가 칼을 빼들었다"며 상세히 소개했다.

김병용은 "쳇바퀴돌듯 되풀이돼온 폭력사태를 추방하는 것은 철제문, 감시카메라 설치보다는 의원들 개개인의 몫"이라고 은근히 국회의원들을 싸잡아 질타하는 것 같지만, 실제 이 말은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법안을 의석수에 따라 의결처리하려는 것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은 폭력을 행사해서까지 저지하지는 말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즉, 국회 사무처가 만든 여러 장치들은 국회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이며, 이런 장치가 아니더라도 민주당 의원들은 물리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거다.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의 의회 독재를 막기 위한 소수야당의 어쩔 수 없는 몸부림을 그저 "폭력"으로 규정하고, 의회 독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국회 사무처의 여러 조치들은 후진적 국회 운영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개한 것이다.

지금 KBS에는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법안을 밀어붙여 의회일당독재를 하려는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은 실종되었을뿐 아니라, 나아가 한나라당의 의회독재에 힘을 실어주는 보도가 연일 등장하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김비서(KBS)' 혹은 '개비에스'(KBS)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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