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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진씨가 당한 강압조사, 쌍용차 조합원이 당한 강압수사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9. 8. 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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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일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에 대한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정부 조사에서 조차 유성진씨가 개성공단과 관련한 남북 사이의 합의를 위반한 것이 사실로 파악됐다는 거다.

정부에 따르면 유씨는 "2005년 8월부터 개성공단 내 현대아산 숙소 관리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숙소 청소를 담당하는 북한여성 이모에게 북한 최고지도자와 정치체제 비판, 탈북권유.탈북방법 등의 내용이 포함된 편지를 수차례 보냈다가 체포됐다"고 한다. 이는 '개성·금강산 지구 출입·체류에 관한 합의서'를 위반한 것이라 한다.

이밖에 정부 조사 결과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유씨가 과거 리비아에 근무할 당시 '교제'를 하던 여성의 '탈북기도' 혐의와 관련해 북한이 '집중 조사'를 했다는 것인데, 정부 조사에 따르면, 유씨는 이와 관련해 "남한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고 활동했다"고 '허위진술서'를 작성한 뒤 석방됐다고 한다.

유씨가 쓴 것이 '허위진술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유씨가 리비아에 근무할 당시 북한 여성과 '교제'한 사실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하지 않으니, 적어도 정부 조사 결과에 의하면 유씨가 리비아에 근무할 당시 북한 여성과 '교제'를 했고, 이 여성이 탈북을 기도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 대목이 바로 눈길을 끄는데, 어떻게 유씨는 리비아에서 근무할 때 간 크게 북한 여성과 '교제'까지 할 수 있었으며 하필 그와 '교제'한 여성이 '탈북'을 기도했는지, 또 그런 사람이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면서 숙소를 청소하는 북한 여성에게 '탈북'을 권유하는 편지를 수차례 보냈다는 것이 과연 전혀 연결이 될 수 없는 것인지 대단히 궁금하게 여겨진다.

유씨가 리비아에서 '교제'하던 북한 여성의 탈북 기도와 관련해 남한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고 활동했는지 어땠는지 사실은 모르겠으나, 북한의 입장에서 보자면, 두 사건을 놓고 '집중 조사'할 만한 이유는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어쨌든 결론은, 유씨가 '개성·금강산 지구 출입·체류에 관한 합의서'를 위반한 것인데, 그럼에도 이 정도의 위반을 두고 136일 동안이나 잡아놓고 있었다는 것은 가혹하고 부당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유씨에 대한 정부의 조사 결과를 놓고 또 하나 언론들이 관심을 보이는 대목이 있다. 바로 북한이 유시를 조사하면서 '강압적인 조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북측은 유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구타, 폭행, 고문 등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물리력를 행사하지는 않았으며, '1일 3식(평균 9찬)'과 수면 등은 보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시로 목재의자에 정자세로 앉은 상태에서 신문 및 진술서를 작성토록 했고, 조사관 및 경비요원 등이 유씨에게 반말, 욕설 등 언어폭력을 수시로 행사하고, 총 10여회가량 무릎 꿇어 앉히기 등의 조사를 진행해 '강압적인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맞다. 비록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는 없었고, 밥도 제대로 주고 수면도 보장했지만 반말과 욕설을 하고, 무릎을 꿇려서 조사를 했다면 '강압적인 조사'라 할 만 하다. 정부가 이런 내용을 발표했고 이미 인터넷에서는 '북 강압조사'가 제목으로 달린 기사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내일 조중동에서는 유씨에 대한 강압조사를 크게 부각할 가능성이 매우 크지 않을까 싶다.

조선닷컴의 기사. 제목과 기사 리드가 예견했던 그대로다.

좋다.

이 정도의 조사를 '강압'이라고 하여 정부도 문제삼고, 조중동도 문제삼고, 다 좋다. 그러면 이건 어떤가?

얼마전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농성을 벌이다 막판 합의로 농성이 종료되기 전에 건강이 악화돼 치료를 받기 위해 미리 공장을 빠져나왔던 쌍용차 조합원 한 사람(A씨)이 자살을 기도했다. 그리고 A씨는 유서를 남겼는데, 유서에 의하면 경찰이 A씨로부터 '허위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회유와 협박을 가했다고 한다.

A씨의 유서에는 "형사를 믿은 내가 바보였다. 살려준다는 말에 복직시켜준다는 말에 너만큼은 빼줄 수 있다 … 가정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동료를 팔아먹은 죽일 놈입니다. 보지도 않은 것을 보았다고 진술을 한 것입니다. 내 진술서에 3명의 진술은 거짓 진술입니다"는 내용, "B조합원을 설득시켜 대포를 만들었다고 불게 하라. 구속은 시키지 않고 만들라고 시킨 놈을 잡으려고 한다며 대포 쏘는 거, 만드는 걸 보지 못한 나보고 B조합원을 설득시키라고 한다"는 등의 내용과 함께 "20여 번이 넘게 이런 회유와 협박"을 한 내용이 적혀 있으며, 경찰은 수시로 전화를 걸어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의 회유와 협박, 그리고 장기간의 농성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상황, 경찰이 조사를 할 때 마다 최소 8시간에서 길게는 14시간에 이르는 강도높은 수사를 벌인 것에 대한 압박과 불안 등으로 인해 A씨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으며 약을 복용해왔고, 결국 1주일치 정신과 치료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걸로 자살을 기도한 것이다.

A씨가 유서까지 남기고 자살을 기도했지만 경찰은 '허위진술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쌍용차 조합원 A씨의 유서.(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 있음)

하지만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에 의하면 "조사를 받고 있는 조합원들은 최소한의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쌍용차 조합원들은 변호사 선임, 접견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새벽2시가 넘는 심야수사와 최대 14시간에 가까운 장시간 수사를 강요받고 있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까지 데리고 와 수사를 벌이고, 구속시키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 나로서는 명명백백하게 밝힐 도리는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의 노동자가 목숨을 던져 자신에게 벌어졌던 일을 고발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진실을 밝히도록 노력하는 게 언론의 역할일 거다. 하지만 조중동의 그 어디에도 쌍용차 조합원들에 대한 경찰의 강압수사 논란을 지적하는 기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정도가 다뤘을 뿐이다.

인터넷에서도 몇몇 인터넷매체만이 이를 의제화하려고 애 쓸 뿐, 이야깃거리가 전혀 되지 못하고 있다. 이건 과연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유씨의 잘잘못을 떠나 유씨에게 벌어진 일은 유감이다.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론들이 그런 대책이 마련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쌍용차 조합원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일들에 대해서도 마땅히 언론들은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관심도 환기시켜줘야 한다. 이게 정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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