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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공감' 없애겠다는 EBS 사장, 반댈세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9. 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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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통위가 EBS 사장 후보자 5명에 대한 공개면접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이명희 후보(현 자유교육연합 운영위원장)는 "재원 확보를 위해서 EBS의 교양문화, 음악프로그램을 축소 또는 폐지시키겠다"고 '당당히' 밝혔다.

EBS의 교양문화 프로그램에는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한국기행>, <극한 직업>, <원더풀 사이언스>, <'60분' 부모>, <하나뿐인 지구>, <지식채널e>, <리얼실험 프로젝트X>, <시네마천국>, <다큐프라임>, <세계테마기행>, <명의> 등등등

그리고 EBS의 음악프로그램으로는 감히 대한민국의 음악프로그램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

<스페이스 공감>이 있다.

감히 대한민국을 대표한다고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음악방송 '스페이스 공감'

한 번이라도 이런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 시청자라면 이들 프로그램이 얼마나 좋은 프로그램인지 알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 이런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EBS로 채널을 돌리게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대체로 공감할 거라 여긴다.

그런데 EBS의 사장이 되겠다는 사람이 이런 프로그램들을 축소 내지 폐지하겠단다. 헐~

이명희 후보가 운영위원장으로 있다는 자유교육연합은 뉴라이트 단체다.

이명희 후보 외에 이원창 후보(전 한나라당 국회의원)는 "(EBS에) 황당한 다큐가 많이 나온다""다큐멘터리, 만화, 영화, 드라마, 일반 프로그램들을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개혁'이란 아마도 이명희 후보가 말한 폐지, 축소와 일맥상통하는 말이지 싶다.

앞서 열거한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다큐멘터리다.
이들 프로그램이 "황당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EBS 사장을 하겠다고 나섰다. 푸헐~

이명희 후보나 이원창 후보 모두 다큐멘터리, 문화 프로그램은 축소 또는 폐지하고 대신 그 자리에 영어방송, 수능방송 등을 채워넣어 EBS를 사실상 입시방송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 서울시 부교육감을 역임하고 28년 동안 교육부 관료로 일했다는 박경재 후보는 "EBS에는 국제중, 특목고 대비 프로그램이 특화 돼 있지 않다""국제중, 특목고 대비 학생들을 위한 고급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남에 국제중, 특목고 대비학원을 만들어 원장을 할 일이지 왜 EBS 사장을 하겠다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사람들이 EBS 사장을 하겠다고 한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제1조에서는 "이 법은 한국교육방송공사를 설립하여 교육방송을 효율적으로 실시함으로써 학교교육을 보완하고 국민의 평생교육과 민주적 교육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EBS의 설립목적을 첫째 학교교육 보완, 둘째 국민의 평생교육에 이바지, 셋째, 민주적 교육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학교교육 보완'은 어느 정도 이해하기 쉬운 표현이지만 '국민의 평생교육'이라든지 '민주적 교육발전'의 의미는 쉽게 와닿지 않는 측면이 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학생들 뿐만 아니라 무료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방송을 보는 대다수 국민들 모두에게 훌륭한 정보도 제공하고 교양도 제공하고 문화적 생활을 누릴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며 아울러 그런 내용이 민주주의 일반 원칙에도 부합되고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이바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앞서 거론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첫째 학교교육 보완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그것도 대단히 협소한 의미의 학교교육 즉 입시를 중심으로 EBS의 역할을 한정시키고 있다.

앞에 나열된 다큐멘터리 등은 모두 국민의 평생교육과 민주적 교육발전에 이바지하는 프로그램들인데, EBS 사장이 되려는 사람들이 EBS의 설립목적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EBS 사장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공룡', '아이의 사생활' 등 훌륭한 다큐멘터리가 방송된 '다큐프라임'

만약 이들이 EBS 사장이 되어 EBS를 온통 입시 관련 프로그램으로 채워넣고, 반면 <스페이스 공감> 같은 프로그램을 없애면 어떻게 될까? 아니 당신이 입시생이 아니거나 초중고생이 아니라면 EBS를 볼까?

최대한 넓혀 학생들 외의 시청자들이 EBS를 굳이 볼 필요가 없다면 그건 바로 EBS가 망하는 길이다. 물론 <스페이스 공감>, <지식채널e>, <세계테마여행>, <시네마천국> 같은 좋은 프로그램을 볼 수 없게 되는 시청자의 권리 또한 박탈당하는 것이다.

KBS에서 괜찮은 프로그램들이 실종되더니 MBC가 위태위태해졌고, 이제 EBS마저 난도질당할 수 있는 위기에 봉착했다.

EBS에서 다큐멘터리 없애고, <스페이스 공감> 없애겠다는 사람이 사장이 된다면, 난 반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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