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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돌발영상, 폐품 처리해야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9. 11. 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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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돌발영상!
최근 제작된 YTN '돌발영상'을 보노라면 이보다 더 적합한 말을 찾긴 어려울 듯 하다.
'짝퉁 돌발영상'의 로고는 진품의 그것과 한치도 다를 바가 없다. '짝퉁 돌발영상'이 방송되는 도중 배경에 깔리는 음악 역시 진품의 그것과 똑같다. 화면 구성이라든지, 자막의 사용 등에서 짝퉁의 냄새가 약간 풍기지만 진품과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최근 방송되는 '돌발영상'은 진품이 아니라 짝퉁이다. 로고와 배경음악 등 외형만 진품을 본뜬 100% 짝퉁이다.

이미 두어달 전부터 진품 '돌발영상'은 죽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YTN노조가 "'돌발영상'이 폐지될 경우 떠안는 정치적 부담은 피하면서 날카로운 비판 기능을 없앤 것이다. 풍자없는 '돌발영상'은 죽었다"고 했다. 그리고 진품 '돌발영상'이 죽은 자리를 '짝퉁 돌발영상'이 채워 진품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YTN노조의 지적처럼 '짝퉁'과 '진품'을 가르는 가장 결정적이고 유일한 기준은 말 한 마디, 표정 하나, 행동 하나 마저도 소홀히 하지 않고 그 안에서 본질을 직시할 수 있도록 기발한 재치로 풍자와 해학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짝퉁 돌발영상'에서 바로 이런 재치와 풍자, 해학을 전혀 찾아볼 수 없기에 '100% 짝퉁'이다. '짝퉁'에도 급이 있다지만 지금 방송되는 '짝퉁 돌발영상'은 3류 저질 짝퉁일 뿐이다.

재치, 해학이 사라진 자리에는 대신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눈물(10/12 '일희일비')과 정운찬 총리의 눈물(10/5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이 등장했다. 권력의 잘못을 꼬집던 기발한 풍자가 사라진 대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준엄한 호통과 일장 연설이 '짝퉁 돌발영상'을 채우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분인 'chaos(혼돈)?'편을 보자. 이건 뭐 '짝퉁'이라고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날 '짝퉁 돌발영상'은 마은혁 판사에 대한 조중동의 대대적인 마녀사냥에 동참했다.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의 입을 빌어 마은혁 판사는 '카오스 상태'를 초래한 문제 인물로 낙인찍혔고, 개인적인 오랜 친분 관계에서 두 차례나 가족상을 당했을 때 도움을 준 것에 대한 답례 차원으로 마 판사가 노회찬 의원이 만든 연구소의 후원행사에 참여한 것은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의 입을 통해 "좌파성향의 판사가 좌파 성향 정치인의 후원회에 참석해 후원금을 낸 것"으로 간단히 매도됐다. 심지어 민주당 의원의 발언 가운데서도 마 판사의 책임을 묻는 듯한 자극적인 발언만 인용해 소개했다. 일방적인 매도와 낙인찍기만 존재할 뿐 그 어디에도 기발한 재치와 풍자, 해학은 찾아볼 수 없었다.

16일 방송분인 '청의 장막'은 또 다른 측면에서 '돌발영상'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 자체가 어색하다. 국회의원들과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의 일문일답을 주절주절 나열하다 갑자기 내용과는 전혀 관계 없는 민주당 의원의 우스개 소리로 마무리했는데, 이건 뭐 그냥 시간 때우기라고 해야 할지, 일한 흔적 남기기라고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그동안에도 '돌발영상'은 적지 않은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 낙하산사장 구본홍이 들어와 YTN 기자들을 대량 해고시키는 바람에 '돌발영상'을 제작할 사람이 없어 '돌발영상'이 중단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9년 4월 다시 방송이 되었지만, 8월 '돌발영상'을 제작하던 임장혁 기자가 대기발령에 이어 정직이라는 징계를 받고, 함께 제작하던 정병화 기자도 타부서로 발령이 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또 2주 정도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방송된 '돌발영상'이 마침내 '짝퉁'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구본홍이 떠난 자리를 채운 배석규가 '돌발영상'을 없애는 것보다 유지는 하되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나아가 '돌발영상'을 아예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YTN노조는 지난 8월 YTN 사측이 임장혁 기자를 징계했을 때 "어느 권력도 돌발영상을 폐지할 수 없으며, 하물며 배석규 정도의 인사를 내세워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난 6년 간 유지돼온 돌발영상의 제작 시스템이 훼손되거나 제작진에 대한 추가 도발이 감행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돌발영상은 YTN도, YTN노조도 아닌 시청자의 방송"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시청자의 방송'이 될 수 있는 '돌발영상'은 '진품 돌발영상'이지 '짝퉁'은 아니다. 짝퉁이 진품처럼 활개를 치면 시청자들은 혼란스럽고 진품이 그동안 어렵게 쌓은 성과를 무너뜨리게 된다. '돌발영상'의 이름 그 자체가 유지되는 것도 전혀 의미가 없다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정도의 3류 저질 짝퉁이라면 '짝퉁 명품'들처럼 폐품처리시켜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진품'을 만들 조건이 되었을 때 새롭게 더욱 업그레이드된 진품을 만들어야 한다.

'짝퉁 돌발영상'을 폐품시키고, '진품 돌발영상'을 되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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