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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KBS 뉴스라인, 특히 수상하더니

뉴스후비기

by hangil 2010. 1. 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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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던 1월 11일 밤 11시, KBS1TV '뉴스라인'.
시작과 함께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내용이 삐까번쩍, 호화찬란하게 소개되었다.
공정성이고, 객관성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필요없는 오로지 이명박 정권만을 위한 국정홍보방송이 펼쳐졌다.

정부에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고, 낯간지러운 칭찬과 홍보, 기껏해야 단순전달 정보만 남아, 맛탱이 갈 만큼 간 KBS이기에 아무런 기대도 없이 그저 우연찮게 채널이 맞춰져 있어 본 '뉴스라인'이었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빨아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윗도리, 아랫도리 다 벗어던지고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찬양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박태서라는 기자가 가상화면으로 리포팅한 '미리보는 세종시' 보도. 링크 걸었으니 시간되면 꼭 한 번 보시라. 보면 왜 보시라했는지 알 게 될 것이다.)

궁금증이 일었지만, 뉴스를 전하는 앵커와 기자들의 모습을 보니 마치 주인 앞에서 혀를 내밀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개새끼들마냥 정부를 향한 그들의 일편단심이 느껴져 '그래, 니들이 그렇지 뭐'라는 생각에 목구멍 깊은 곳의 가래를 쑥 뽑아 침 한 번 찐하게 뱉고 말았다.

그런데, 오늘 보니 11일 밤 '뉴스라인'의 그 낯간지러운 방송이 해당 뉴스를 전한 KBS 기자와 앵커들만의 온전한 자유의지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1월 13일 한겨레 보도


한겨레가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작성해 관계부처에 내려보낸 '세종시 수정안 홍보 계획'을 입수해 오늘 보도한 내용을 보면, "청와대는 특히 문건에 방송매체를 통한 홍보 계획과 관련해 '<한국방송>(KBS) 뉴스라인 20분 특집편성(세종시 및 과비벨트 정책 설명-총리실장, 민동필 이사장, 강병주 교수 등)'이라고 기술해, 방송 편성에도 개입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날 뉴스라인은 16건의 보도 가운데 10건이 '세종시 수정안'을 다룬 말 그대로 '세종시 수정안 특집 편성'이었다. 한 개 보도한 2분 남짓이니 20분도 맞췄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홍보계획대로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출연해 무려 6분이 넘도록 '원안과 수정안의 가장 큰 차이가 뭔지'에 대해 설명했고, 특히 "세종시의 큰 축은 역시 과학교육 비즈니스 벨트를 조성한다는 거 아니겠어요?"라는 앵커의 질문(예정된 대본. 실제 방송은 조금 다름)에 기업들의 입주와 과학교육비즈니스 벨트 조성과 관련한 장밋빛 전망을 주절주절 답했다. '세종시 및 과비벨트 정책 설명'이라는 청와대의 홍보계획 그대로다.

11일 뉴스라인.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이 출연한 기획대담.


그런데도 KBS는 "정부로부터 어떤 문건이나 지시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KBS의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여러분이 판단해보시라.

어쨌거나, KBS의 주장대로 정부로부터 아무 지시도 받은 적이 없는데도 그런 낯가지러운 보도를 알아서 내보낸 것이라면 KBS는 그들 스스로 썩을대로 썩어 완벽한 '정권의 나팔수'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만약 정부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거나 협의해서 이런 보도를 내보낸 것이라면 해당 보도와 관련된 사장 이하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등 간부는 물론 앵커와 기자들 모두 이명박 정부의 완벽한 꼭두각시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일테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엎어치나 메치나, KBS는 OOO이다.

1월 13일 한겨레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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