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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가산점 줄테니 군대 더 있어'라고 한다면?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11. 2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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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현재 총 6개월을 줄이도록 되어 있는 군 복무 단축기간을 2~3개월로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등이 6개월이 아닌 2~3개월 단축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과 관련해 이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군 복무기간 6개월 단축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2월 발표됐다.
당시 정부는 2006년 1월2일부터 2014년 7월12일까지 육군으로 입대한 병사들의 복무기간을 단계적으로 줄여 2014년 7월 13일 이후 6개월이 단축되도록 했고, 해군과 공군은 2005년 말 입대자부터 복무기간 단축 조치가 소급 적용돼 2014년 5~6월 이후 6개월 줄어들게 했다. 이에 따라 2014년 중반 이후 복무기간은 육군이 18개월, 해군과 공군도 각각 20개월, 21개월로 단축되게 되었다.

당시 군 복무기간 단축은 참여정부의 '비전 2030'계획에 따른 '국가인적자원 활용 2+5 전략'의 하나였다. '국가인적자원 활용 2+5전략'은 '2년 일찍 취직하고 5년 늦게 퇴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정부는 군 복무기간 단축 외에도 병역기회를 희망하는 여성에게도 남자와 동등하게 군 복무는 물론 사회봉사요원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했고, 복무기간이 줄어들게 되어 숙련병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급지원병제'를 도입하기로 해, 전투·기술분야 숙련병은 의무복무 완료 후부터 연 1천만원∼1천500만원을, 입대 때부터 유급지원병으로 선발되는 첨단장비운용 전문병은 3년 총액기준으로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사이의 보수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국방부는 간부 비율을 20% 수준에서 2020년까지 40%로 늘려 간부중심의 인력구조로 전환하기로 하는 등 군 복무기간 6개월 단축에 함께 동참했다.

그런데, 불과 2년이 지나 국방부는 '전투력이 저하될 수 있고, 병력이 부족해진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6개월 단축 입장을 뒤집고 단축 기간을 축소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조선일보도 국방부를 거들고 나섰다.

2009년 11월 25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오늘(11/25) 사설 <지난 정권의 선심성 '복무기간 단축'이 낳은 뒤탈>에서 참여정부 시절 복무기간 단축 방침에 대해 "국방전문가들은 국방 예산 부족으로 군의 첨단장비화가 늦어지고 있는데도 무리하게 병력을 감축하면 국방력 약활르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해왔다"며 국방부의 이번 입장 변화에 대해 "지난 정권 때 복무기간 단축을 놓고 대선을 앞둔 선심 정책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을 때는 가만있던 국방부가 이제야 잘못을 시인한 것"이라고 지지했다. 또 "국방부 말대로 복무기간 단축이 전력 공백을 불러오고 있다면 심각한 일"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물론 조선일보는 참여정부가 6개월 단축을 내놨을 때부터 '대선을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군 복무기간 단축을 많은 사람들이 제안해왔고, 여론의 지지도 적지 않은 사안"(2007년 2월 6일 '기자수첩')이라고도 인정했다. "많은 사람들이 제안해왔다"는 의견이 2년이 지난 지금은 쏙 빠진 채 '국방전문가'들의 우려만 강조되는지는 모를 일이다.

한편, 병무청은 지난 10월 9일 국정감사에서 위헌판정을 받은 군가산점 제도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군필자에 대해 정부기관·공사단체 채용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병역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자 이 둘을 놓고 보면 이명박 정부는 입대 군인들과 관련해 두 가지를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군 복무기간 연장'(애초 6개월 단축으로 정해진 것을 2~3개월로 축소하겠다니 결과적으로 '연장'이라고 할 수밖에), 둘째, '군가산점제 부활'.

이 둘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게 적절한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입대 군인과 관련해 최근 나온 방향이 이렇다. '군 가산점 받고, 군 생활 좀 더 해라'.

만약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군 가산점 보다는 군 생활 6개월 단축을 선택하겠다. 참고로 나는 과거 26개월 군 생활을 했고, 군 가산점 혜택을 받는 직종에 취직하지도 않았다. 나와는 전혀 무관한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과거 군 생활을 돌이켜보면, 나는 군 가산점보다는 하루라도 더 빨리 제대하는 게 낫다고 본다. 지금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에게 '야, 너 군 가산점 줄 테니깐, 한 달 더 군대에 있어'라고 한다면? 이건 당사자에게 악몽이다.

물론 나라의 정책이 누군가의 감정에 기대어 편의만 봐줄 수는 없을테다. 하지만, 기껏 2년 전에 모든 정부부처가 다 나서 '국가인적자원 활용 2+5 전략'이라는 것을 세워놓고, 충분히 6개월 단축이 가능하다고 해놓고, 이제와 '전력 공백' 운운한다는 것은 내가 보기엔 싼값에 병사들을 좀 더 오래 부려 먹으려는 국방부의 부처 편의주의적 발상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아울러 군의 정예화, 첨단화 보다는 쪽수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부 국회의원의 국가 안보에 대한 인식 또한 시대 흐름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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