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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발언 축소는 김은혜식 퍼블릭 서비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2. 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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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9일 이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비비시>와 한 회견에서 "아마 연내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고 발언한 것을,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로 완화해서 브리핑했다가 회견 영상을 입수한 기자들에 의해 들통났다.

- 2월 1일 한겨레 기사 중

논란이 되고 있는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의 사의 소동 사연을 정리하면 이렇다. 소동은 마무리되지 않았고, 현재 진행형이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내용을 '조작'한 사실이 기자들에 의해 '들통'나자 김은혜는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의'는 수리되지 않을 것 같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이번 소동에 대해 "'연내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날 것 같다'는 이 대통령 발언은 마치 지금 뭐가 진행돼서 곧 될 것 같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조금 마사지를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고 밝혔고, 김은혜와 관련해서는  "이 대통령이나 저에게 공식으로 사의를 표명한 일은 없다"며 "일하다가 빚어진 실수라고 넓게 양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겨레에 의하면 "이번 청와대의 '축소 브리핑'은 서울의 이 수석과 다보스 현지 김 대변인의 전화 조율을 거쳐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즉 MB의 인터뷰 내용을 '마사지'하도록 한 게 이동관의 뜻이었는데, 논란이 되자 김은혜가 '사의'로 책임을 지려했고, 다시 이동관은 '실수'라며 김은혜는 물론, 자신의 '마사지'까지 유야무야 넘기려 하는 셈이다.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나라의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하는 일의 모양이 이렇다니, 실소를 금하기 힘들다.

대통령의 공식 인터뷰 내용을, 그것도 금방 공개될 내용을 아랫사람이 바꿔서 발표하는 것도 우습고,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조금 마사지를 하다 보니까"라며 의도를 가지고 내용을 조작했음에도 "실수"라고 얼버무리려 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번 논란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뭐니뭐니해도 이동관이다.

그 아래에서 자신이 모신 대통령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축소 발표하고, 그 책임을 지려고 했던 김은혜 대변인은 어찌보면 희생양이 아닐까? 사의가 수리될 것 같지도 않으니, 희생양이라고까지 할 건 없을지 몰라도 '축소 브리핑' 논란의 방패막이 정도는 된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은혜가 억울할 건 전혀 없다. 어차피 MB의 대변인이 된 것 자체가 이런 꼴도 얼마든지 감수해야 자기몫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김은혜 대변인에게 한 번 상기시켜주고 싶은 것이 있다.

김은혜가 갑작스레 MBC 기자직을 내팽개치고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갈 때, 그러니깐 MB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8년 2월, 김은혜는 "저는 정치를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위로받아야 할 사람에게 빛과 소금이 되려고, 기자의 연장선상에서 '퍼블릭 서비스'를 결심했다""정치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홍보직 서비스 분야를 한 번 해보고 싶은 꿈을 갖고 있어서" 부대변인으로 가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김은혜가 이야기했던 '퍼블릭 서비스'라는 것이 그때도 뭔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었고, 지금에 와서 보자면 더더욱 황당하기 짝이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했던 김은혜 자신에게는 그 말의 의미가 대통령의 발언을 축소 브리핑하고 그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것 따위는 아니지 않았을까?

그래서 김은혜에게 묻고 싶다.

지난 2년 넘는 시간 동안 과연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홍보직 서비스 분야'에서 당신이 추구했던 '퍼블릭 서비스'를 얼마나 구현했느냐고.

그리고, 얼마나 위로받아야 할 사람에게 '빛과 소금'이 되었냐고.

여기에 대해 김은혜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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