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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을 "우리 정권"이라는 최시중의 커밍아웃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2. 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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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우리 정권이 그렇게 무자비하게 사라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MBC를 장악하기 위해 방문진이 사실상 엄기영 사장을 사퇴시킨 것에 대해 "아 이제 MBC도 장악됐구나 끝났구나 같은 느낌일 것이다. 승리하셨다. 최시중 방송장악위원장 뒤에 있는 MB가 승리했다고 믿어도 승리가 아니다. 100년 갈 줄 알았던 군사정권이 무참히 무너진 과거의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질타하자, 이에 대해 이명박 정권을 "우리 정권"이라며 이렇게 얘기한 것이다.



과히, 실세 중의 실세, 멘토 중의 멘토라고 할 만한 분의 발언답다. 그리고 뻔뻔하다. 뻔뻔하고 낯짝 두껍기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감히 한 나라의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사람의 입에서 현 정권을 두고 "우리 정권"이라니!
어떻게 이런 표현을 국회에서 야당 국회의원을 상대로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내뱉을 수 있을까?

방송통신위원회가 비록 대통령 산하에 꾸려진 정부기관이기는 하다.
방통위 설치법 제3조에 의하면 "방송과 통신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방송통신위원회를 둔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 조직상 그렇다는 것이지, 방통위가 현 정권을 "우리 정권"이라며 생사고락을 같이 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구는 결코 아니다.

방통위 설치법 제1조에 의하면, "이 법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며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방통위를 설치하고 이를 위한 법을 만든 '목적'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최시중씨가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대목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라는 구절이다.

법으로 방통위 운영은 독립적으로 할 것을 보장하도록 되어 있다.
'독립적'이 무슨 말인가? 정권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방통위에게 "우리 정권", "니네 정권"은 따로 없다. 설사 다음 대선에서 정부권력이 야당에게 넘어가더라도 그 정권은 방통위의 "우리 정권"이 되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니네 정권"이 되어서도 안된다.

MB정권을 두고 "우리 정권"이라는 말을 가장 자신있게 쓸 수 있는 집단은 한나라당이다. 그런데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방통위의 수장이 마치 한나라당 대표라도 되는 것처럼 MB정권을 두고 "우리 정권"이라니, 기가 차는 일이다. MB정권을 만든 일등공신 중의 한 명인 최시중씨 개인적으로야 MB정권이 '우리 정권'이겠지만, 방통위원장으로 MB정권을 '우리 정권'이라며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다니, 말세가 따로 없다.

최시중, "우리 정권" 위해 업무추진비 쓰고 다녔나?

오늘 PD저널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1년 동안 최시중씨가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돈이 1억6120만원이었고, 그 가운데 외부전문가 간담회 비용이 3670만원이라고 한다. 외부전문가 간담회라는 명목으로 최시중씨는 많은 경우 한 달에 19번 이런 모임을 가졌고 업무추진비를 썼다. 2009년 11월 한 달에만 470만원을 쓰기도 했다.


도대체 누굴 그렇게 만났을까? PD저널이 간담회 장소와 참석자 명단을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방통위는 "실명은 중요한 개인정보일 뿐 아니라 외부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분들의 실명이 공개될 경우 그분들에게 누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방통위원장의 업무추진비는 국민이 낸 세금이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업무를 추진한 것은 당연히 '공무'를 수행한 것이다. 그렇다면 방통위원장이 어떤 공무로 누구를 만나 세금을 썼는지 밝히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PD저널 기사


방통위는 왜 감추는 것일까? 최시중씨가 만난 것이 밝혀지면 곤란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까?
아니, MB정권을 "우리 정권"이라 부르는 사람이니, "우리 정권이 무자비하게 사라지는 일"을 막기 위해 외부간담회란 이름으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며 밥값 내고, 술값 내고 다녔는지도 모르겠다.

정녕, MB정권을 "우리 정권"이라 커밍아웃하는 사람을 방통위원장 자리에 계속 두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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