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과 전기안전공사 임인배 사장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5. 6. 18:43

본문

요즘 관심 있게 보고 있는 두 개 TV CF가 있다.
하나는 '산수유'로 만든 천호식품의 건강보조식품 CF이고, 하나는 공기업인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전기안전 관련 캠페인성 CF다.

천호식품과 전기안전공사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회사지만, 이 두 회사의 CF가 가진 공통점이라면 둘 다 해당 기업의 CEO가 직접 CF 모델로 출연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두 CF가 나에게 주는 느낌은 정반대다. 하나는 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로 유쾌한 반면, 또 하나는 얼굴이 절로 찌푸려 질 정도로 짜증을 준다. 전자는 천호식품의 CF고 후자는 전기안전공사의 CF다.

천호식품 CF에 등장하는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은 경상도 사투리가 잔뜩 녹여져 있는 그의 특유의 말투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강하게 자극한다.


"산수유, 참 좋은데, 남자에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김영식 회장을 보며 소비자들은 한 번 쯤 '저 제품 한 번 먹어보고 싶네'라는 생각을 할 듯 하다. 특히 남자라면 말이다. 나조차도 솔직히 그랬다.

직원 200여명 정도의 중소기업에서 TV CF를 하면서 돈 많이 드는 연예인이 아닌 CEO가 직접 나와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것은 비용 절감의 면에 있어 장점이긴 하지만, 솔직히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은 이미 라디오 CF 등을 통해서도 알려질만큼 알려졌다.

"안녕하십니까?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입니다"라며 마늘로 만든 제품을 홍보하는 그의 목소리가 워낙 귀에 쏙 들어와 '참 별나다' 싶었는데, TV까지 진출해 재미까지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순재씨가 천호식품 제품을 신문과 라디오 등을 통해 많이 알린터라 천호식품이라는 회사는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런 베이스가 깔려 있으니, CEO가 직접 출연해 모델로 나선다고 해도 허접하게 여겨지진 않는다. 오히려 김영식 회장 특유의 스타일을 제품 홍보에 적극 활용한 기발한 CF로 평가할 만 하다.

중소기업 CEO 가운데 비슷한 사례로는 "별이 다섯개"를 외치며 이마에 별을 붙였던 장수돌침대'의 최창환 회장도 있는데, 최 회장의 경우는 너무 코믹하게만 등장해 정작 '돌침대'의 효능은 기억되지 못했다.

어쨌든 나는 천호식품의 CF를 보고 어느새 김영식 회장의 팬이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전기안전공사 임인배 사장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전기안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CF 자체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다. 그런데 이 CF에 왜 꼭 하필 임인배 사장이 등장해야 하는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 CF에서 임인배 사장이 하는 것이라곤 합창단 지휘자 역할을 하며 팔 흔드는 것과 마지막에 어설픈 몸짓으로 "전기안전, 1초의 관심이 밝고 행복한 사회를 만듭니다"는 대사를 한 마디 읊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가 이 대사를 읊을 때 아래엔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임인배'라는 자막이 뜬다.

내가 보기엔 CEO가 직접 나와 광고 효과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공익 CF'를 빌려 자신을 홍보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임인배 사장의 과거 행적을 떠올리면 이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임인배 사장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3선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그것도 '친이계'였다. 2008년 18대 총선 때 그의 지역구인 김천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더 이상 국회의원을 하지 못하고 정부 산하 공기업에 투하된 전형적인 낙하산이 바로 임인배 사장이다.

그는 전기안전공사 사장이 된 뒤 국감 자리에서 3선이나 지낸 인물 답게, 그를 다그치는 국회의원들에게 ""사장이라고 모든 걸 디테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담당한테 물어보면 될 것 아니냐"는 등 오히려 큰소리를 쳐 국감장을 파행으로 만들기도 했는데,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정치활동을 방불케 하는 그의 행적이었다.

2008년 10월 부임 이후 2009년 7월까지 10개월 동안 이틀에 한 번 꼴인 총 143회의 기자간담회(월평균 14회)를 개최하고 그 비용으로만 4800만 원을 사용하는가 하면, 그의 지역구나 다름없는 대구·경북지역 방송사인 티비시(TBC)에 7개월간 총 1억4000만원, 대구 엠비시(MBC)에 3개월간 총 6000만원의 광고홍보비를 집행하기도 했다.

임인배 자서전


뿐만 아니라 그는 <위기 때는 1초 경영을 펼쳐라>라는 자서전을 냈는데, 전기안전공사 예산 540만원을 들여 이 자서전을 500권이나 구매하도록 지시한 사실도 있었다.

바로 지금 내가 문제 삼고 있는 전기안전공사 CF에 핵심적으로 등장하는 "1초만 더 생각해주세요"라는 카피 또한 임인배 사장의 자서전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1초만 더 생각해주세요"를 강조하는 전기안전공사 CF. '1초'를 의미하는 손짓이 수차례 등장한다.


이걸 정상적인 공익 광고로 여길 수가 있나? 오로지 정치인 출신의 낙하산 사장이 공익광고를 빙자해 자신의 홍보에 공기업 예산을 축내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일 뿐이다.

어떻게 같은 CEO가 출연하는 CF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더구나 하나는 상업광고고 하나는 공익광고인데도 오히려 상업광고가 더 낫다.

김영식 회장의 CF 모델로서의 능력이 앞으로 또 얼마나 발전할지 기대된다. 반면 임인배 사장은 낯 뜨거운 자기 홍보에 불과한 전기안전공사 CF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