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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진보교육감 흔들기, 벌써 시작됐다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10. 6. 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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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 6명이 대거 당선된 뒤, 하루 만에 조중동의 흔들기가 시작됐다.

1. 진보교육감 대표성 불인정

조중동의 진보교육감 흔들기에서 먼저 두드러지는 것은 진보성향의 교육감의 득표율과 낙선한 보수성향 후보들의 득표율을 비교해, 진보교육감의 당선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흔들어대는 것이다. 심지어 "유권자 민심 왜곡"이라는 극단적 주장도 제기됐다.

동아일보의 수석논설위원이라는 홍찬식은 <원하는 교육감을 뽑으셨나요?>라는 칼럼에서 "서울의 곽노현 당선자를 지지한 유권자는 33.4%에 그쳤다. 2위를 차지한 보수 쪽의 후보는 불과 1.1%포인트 뒤졌다"며 "보수 후보들이 난립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수 단일화 실패로 유권자 민심 왜곡"이라는 중간 제목을 달았고, "유권자들의 표심은 왜곡되고 원치않는 교육감을 뽑는 결과가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6월 4일 동아일보 홍찬식 칼럼


홍찬식은 압도적으로 당선된 김상곤 경기교육감에게까지 "역시 득표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2.3%였으며 나머지 세 후보는 모두 보수 성향이었다"며 "교육에서 급진적 변화를 꺼리는 학부모의 심리가 작동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다.
<"전국 투표자 68%, 보수 후보 선택 진보 가치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진보교육감 후보들의 득표율을 32%에 불과한 반면 "보수 후보들의 득표율은 68%에 달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며 이른바 '교육 전문가'의 입을 빌어 "평등·평준화로 요약되는 진보적 교육가치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6월 4일 조선일보 기사


나아가 "진보 후보들이 약진했음에도 불구, 많은 유권자들은 여전히 보수 후보들이 주장하는 경쟁원리, 학력 신장, 수월성 교육, 인성 교육 같은 '보수적 가치'들에 공감하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라고 멋대로 해석했고, "보수의 패인은 보수적 교육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외면이라기보다, 보수진영의 분열 요인이 더 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보수 교육감 후보들 집단 자해">라는 제목의 기사에 "난립한 보수 후보 득표율 합치면 당선된 진보 교육감보다 훨씬 높아"라는 부제를 달았고, 논설위원 노재현은 <전교조 교육감 '시식회'>라는 칼럼에서 비록 "보수 분열됐지만 결국 유권자 선택"이란 전제를 깔았지만, "보수 후보들이 자체 분열로 진보에 월계관을 씌워준 꼴", "'부패' 이미지에 '분열'이라는 맛난 고물까지 얹어 상납한 모양새" 등등 유권자의 선택보다는 보수의 분열 덕분에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데 더 비중을 뒀다.

중앙일보 6월 4일 노재현 칼럼


오세훈은? 이명박, 김영삼, 노태우는?
차라리 '결선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든지

진보교육감에게 들이대는 조중동의 이런 잣대는 다른 사례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당장 오세훈 당선자는 알다시피 초박빙으로 당선됐고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는다. 조중동의 관점에서 '진보'로 분류되는 한명숙 후보와 노회찬 후보를 합치면 오세훈 후보보다 더 많이 득표했을뿐 아니라 과반이 넘는다. 그럼 오세훈의 당선도 서울시민의 민심이 왜곡된 건가? 심지어 오세훈은 전체 서울시민의 민심을 반영했다기보다는 강남3구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것 아닌가?

과거로 가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또한 48.7%를 얻어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선택이 왜곡된건가? 특히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통령이 된 노태우는 득표율이 고작 36.6%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기준으로 민주진영이었던 김영삼, 김대중 후보의 득표율을 더하면 과반이 훨씬 넘는다. 그때 조중동은 노태우의 당선을 두고 '민심 왜곡' 어쩌고저쩌고 떠들며 흔든 적이 있나? 김영삼도 마찬가지다.

이런 주장을 하려면, 차라리 당선자의 정당성과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고 하면 또 모르겠다. 그런 것도 없이 그저 무작정 득표율을 단순비교해 진보교육감 당선자보다 보수 후보들의 득표율이 더 높다며 흔드는 것은 유치한 장난에 불과할 뿐이다. 조중동은 투표하지 않은 46% 국민들의 민심을 따로 확인한 적이나 있나?

2. 진보교육감에 대한 학부모의 불안감 조장

진보교육감 당선으로 교육현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식으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부채질하는 것 또한 조중동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얄팍한 술수다.

앞서 동아 홍찬식은 진보교육감으로 인해 "수십년 유지돼 온 학교 내부의 규율과 질서를 송두리째 바꾸는 일"이 벌어질 것이며 "교육현장에 그야말로 혁명적인 회오리가 몰아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교육감의 어설픈 실험은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고 국가의 장래까지 막아설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주시하면서 필요한 경우 강한 제동을 거는 수밖에 없다"고 아직 임기를 시작하지도 않은 진보교육감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과 저항을 선동했다.


중앙일보는 앞선 기사에서 최미숙 학사모 대표의 말을 인용해 "단일화에 실패한 보수 후보들의 무능으로 수도권 교육은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라고 썼고, 노재현은 앞선 칼럼에서 "이제 학력평가가 중단되고, '학생인권조례'라는 것이 제정되고, 일방적인 친북·이념교육이 버젓이 진행될지도 모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진보교육감들이 왜 일제고사를 반대하는지, 학생인권조례를 왜 만들려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일방적인 친북·이념교육' 운운하는 데서는 할말을 잃을 정도다.

뿐만 아니다. 노재현은 "교사 간, 학생 간 경쟁이 사라진 학교에서 있는 집 아이들만 하교 후 '조용히' 사교육을 받고 좋다는 대학에 진학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허무맹랑한 소설을 써대며 대학진학 문제에 민감한 학부모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들기까지 했다. 노재현은 곽노현 등 진보교육감들이 맞춤형교육을 실시하고 '방과후학교'를 지역공동체와 함께 하겠다든지, 혁신학교로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한 것은 아예 듣거나 쳐다보려 하지도 않았나보다.

6월 4일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 또한 <초중고생 57%가 진보 교육감 산하... 초유의 '진보교육 실험'>에서 "대한민국이 이제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진보교육 실험'이 새 교육감이 취임하는 7월부터 교육현장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마치 학생들이 진보교육감들의 '실험' 대상이나 된 것처럼 몰아갔다. 과연 이런 기사 제목을 보고 학부모들이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3. 전교조 마녀사냥하며 진보교육감 흔들기

조중동의 단골 메뉴 '전교조 마녀사냥'도 빼놓을 수 없다. 진보교육감들을 '친전교조'로 간단하게 편 갈라놓고 전교조를 흔들며 이들도 함께 흔드는 '1석2조' 수법이다.

홍찬식은 "새 교육 권력자들이 지지 세력인 전교조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게 될지가 비상한 관심사"라며 "정치 집단으로 변질되면서 가입 교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전교조로서는 최대의 후원자를 만난 셈"이라고 비아냥됐다. 그러면서 "이념적 동지들끼리 같은 직장에서 만났으니 얼마나 큰 부작용을 부를지 걱정"을 늘어놓았다.

동아일보는 '진보 교육감 시대'라는 연속기획기사의 2회를 '불안한 뇌관, 전교조'로 벌써 잡아놓기도 했다.

동아일보 '진보 교육감 시대' 순서


중앙일보 노재현은 칼럼 제목을 아예 "전교조 교육감 시식회"로 뽑았으니 두말할 것이 없다. 말로는 "보수·진보 교육감들이 각자 '우리 아이 잘 키우기' 경쟁을 하는 것", "예산 갖고 을러대는 교육부 눈치 안 보고 교육소비자인 주민들 눈치만 보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풍경"이 "교육자치의 본래 목적"이라며 "'전교조 교육감 시대'의 선순환 코스에 대한 기대"라고 번지르하게 말을 하지만, 결국 "전교조의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게 돼 있다"고 하니, 그 삐뚤어진 시각을 말로는 바로잡기 힘들 것이다.

조중동은 아무래도 전교조를 씹어대고 조지는 것으로 무언가를 바로 잡으려하기보다는 그저 어떤 쾌감을 얻고 그걸로 자기 만족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게 아니고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보듯 이미 약발이 전혀 없다는 것이 증명된 전교조 마녀사냥을 계속 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번 선거 전까지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느니, '전교조가 민노당에 가입'했다니 그토록 집요하게 흔들고, '전교조 시국선언'이 무슨 국가반란이라도 되는 것처럼 공격하고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까지 뒤흔들었지만, 결과는 진보교육감의 대거 등장이요, 전교조 출신 교육감의 탄생이다.

조중동은 지난해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처음 당선된 직후에도 가차없이 흔들었다. 하지만 김상곤의 '교육자치'는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았고, 제2, 제3, 제4, 제5, 제6의 김상곤까지 등장했다.


좋다, 그렇다면 어디 한 번 더욱 집요하게 악랄하게 흔들어봐라. 4년 뒤, 8년 뒤에는 전국의 교육현장에 진보의 바람이 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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