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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마담총리'의 적나라한 실상 폭로한 조선일보, 레임덕 시작인가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10. 6. 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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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선일보에 정운찬 총리와 관련해 꽤나 재밌는 기사가 실렸다.
정 총리 측근들의 전언을 바탕으로 "그가 작년 9월 취임한 이후 총리실 내 인사에서 본인이 원하는 인물들을 속시원히 기용하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주변에 종종 답답함을 표시해왔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취임 이후 여권 내 기반이 없어 자신의 구상을 적극 뒷받침할 참모진 구성에 의욕을 가졌는데, 자신이 뽑으려던 총리실 정무실장과 모 국장급 인사를 4~5개월 만에야 관철하는 등 "총리실에서 함께 일할 자기 사람마저 마음대로 뽑을 수 없을 만큼 총리의 재량권이 제한됐다는 얘기"라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정 총리가 취임 후 석달 동안 한 인사라곤 4급 수행비서와 6급 비서실 여직원 등 2명 정도였다"는 '한 지인'의 말을 전하며 "정 총리는 이와 관련, 청와대의 구체적인 인사들을 거론하며 불편한 기분을 내비치기도 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6월 11일 조선일보 기사


그동안 정운찬 총리를 두고 '세종시 얼굴마담 총리'라는 세간의 비아냥이 비일비재했는데,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니 '얼굴마담 총리'의 실체를 확인한 것 같다. 어떻게 이러고도 총리를 계속 했을까? 총리실 인사마저도 뜻대로 하지 못할 정도인데 어떻게 총리 자리에 앉아 있었을까? 정운찬 총리가 대인배라서 그런가? 아니면 총리 자리가 그렇게도 좋아서일까?

그런데... '얼굴마담 총리 정운찬'의 실체를 확인한 것과는 별개로 또 재밌는 게 있다. 왜 조선일보가 이런 기사를 내보냈을까라는 점이다. 이 기사의 제목은 <정 "청와대 '인의 장막'에 막혔다" 불만>이다. 그리고 자세히 읽어보면 정운찬 총리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 기사의 포커스는 정운찬 자체보다는 바로 '청와대 내 인의 장막'에 맞춰져 있다. 즉 정운찬을 내세워 인의 장막을 형성하고 이는 '청와대 일부그룹'을 타격하기 위한 기사인 것이다.

조선일보는 정 총리가 뜻대로 인사를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청와대 내 일부 그룹과 이 그룹과 교감하는 여권 내 특정인사가 정 총리의 김 실장(김유환 정무실장) 인사를 막은 게 진짜 이유"라고 했고, "정 총리는 자신을 포위한 이 같은 '인의 장막'을 우회해 이명박 대통령과 주례보고 때 독대하는 자리를 빌려 건의하는 식으로 본인의 의사를 종종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도 했다.

어제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거사설' 정총리의 긴 하루>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측근들 "청와대 쇄신 요구할 것"...대통령 독대 불발...본인은 '함구''라는 부제가 달린 기사였다. 정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청와대 참모진의 전면 개편을 요구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본인이 사퇴하기로 했는데, 정작 정 총리가 쇄신의 대상으로 삼은 청와대 참모들의 방해로 독대가 무산됐고, 정 총리의 '청와대 쇄신 요구'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6월 10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당사자들이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내용이지만 1면에다 때려 박았다. 그리고 기사 곳곳에서 "대통령의 통치권 누수를 막으려면 인적 쇄신밖에 없다", "총리는 이번 지방선거 패배 원인이 정부와 국민 간 소통 부재에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수석들이 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 "정 총리는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세종시든 4대강이든 핵심 국정을 흔들림 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 등 정 총리 주변 인물들의 말을 빌려 정 총리의 뜻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왜 이런 기사를 냈을까? 그것도 1면에다 커다랗게 박아서, 그리고 다음날까지 청와대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정 총리 입장에 무게를 싣는 듯한 기사를 낸 이유가 뭘까?

나의 판단은 이렇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청와대 일부그룹'과 다른 누군가 사이에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데, 조선일보 역시 이 권력 다툼에 발을 담그고 있고, 정 총리가 타겟으로 삼은 '청와대 일부그룹'에 대해 조선일보 역시 반대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즉 정 총리를 통해 '청와대 일부그룹'을 견제하고 그들을 정리하고자 하는 조선일보의 속셈이 반영된 것이다.

물론 권력 다툼의 이유가 '소통 부재'니 거창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명분일뿐 MB정권 집권 하반기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다툼일뿐이다. 조선일보로서는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이 청와대 요직에 있을 필요를 느낀 것 같다. 핵관으로 통하는 이모 수석, 그리고 박씨성을 가진 두 명의 수석 등 지금 청와대의 수석진으로서는 성이 차지 않는 것이다.

내 눈엔 '정운찬의 거사설'을 부각시킨 조선일보의 의도가 그렇게 보이는데, 뭐 아니라면 할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건, 조선일보의 이런 기사들을 통해 MB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됐음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자고로 권력누수현상은 중심을 잃은 권력내부의 다툼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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