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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블랙리스트, 시청자위원회가 만들었나?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7. 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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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2009년 10월 15일 개최된 KBS 이사회에서 있었던 일. KBS 시청자위원으로 위촉된 이문원이라는 인물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길지만 모두 인용한다.

안녕하십니까? 이문원입니다. 지금 KBS보도국 인터넷뉴스팀 인터넷전용 프로그램으로 ‘아지트’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요. 10월 6일에 첫 방송이 들어갔고요. 그런데 ‘아지트’가 제목이 아니고 '이여영의 아지트'더군요. 이여영씨라는 사람이 그 정도로 아이콘화 된 인물이라는 얘기겠죠. 이름까지 '이여영의 아지트라고 하는 것을 보면요. 이것이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드라마 등을 통해서 이미 이런 패션지 기자들과 관련한 꼭지가 나오는 것을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이 이여영씨의 전문성 부분입니다. 보통 이런 프로그램에 그리고 공영방송 프로그램에서 진행을 맡고 기획에도 일정 부분 참여한다면 둘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하나는 굉장히 전문성이 있거나 아니면 세칭 말해서 좀 뜬 인물, 상업성이 있는 그런 인물이어야겠죠. 그런데 이여영씨 경우는 라이프 기자?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봤는데 그런 기자로서 라이프스타일 관련해서 기자로서 전문성이 과연 있는가 하는 부분에서 좀 의문이 있습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년여 동안 '중앙일보' 인터넷 뉴스룸 보통 '조인스닷컴'이라고 하죠? 여기 계약직 기자로 있었습니다. 계약직 기자로 2년여 간 근무했고 그 후에 SBS FM에서 잠깐 패널로 활동하기도 했고 그 정도가 경력의 다입니다. 그럼 이 정도 가지고서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자인가? '중앙일보' 계약직 직원 2년여. 사실 그보다 훨씬 더 연차가 많은 라이프스타일 관련한 기자도 많이 있고 더구나 '중앙일보'의 ‘J-Style’이라는 한 섹션이 아니라 전문매체에서 활동한지 7년, 8년, 10년 된 기자도 많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것이겠죠. 세칭 말해서 뜬 사람이기 때문에 기용하셨다는 그런 의미가 있겠죠. 그런데 그 ‘떴다’는 의미가, 이분이 뜨게 된 계기가 지난해 촛불파동 때 중앙일보 블로그에 촛불과 관련해서 찬양성 글을 올린 일이 있죠. 그것을 통해서 공적으로 처음 알려진 분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또 소위 말하는 여러 진보좌파 매체에서 굉장히 띄웠었죠, 많이 다루고. '미디어 오늘'하고 인터뷰도 하고 여러 가지 많이 했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지금의 인지도가 쌓여졌고요.

상업적으로 뜬 인물을 기용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뜨게 된 배경, 인지도를 높이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반드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만일 거기에서 가능성을 발견하셨다면 그 블로그에 올린 글에 동의를 한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패션지 기자로서, 패션지도 아니었죠. '중앙일보' ‘J-Style’ 계약직 기자로서 2년여 간 한 것에 대해 어떤 가능성을 발견한 것인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거기에 대해서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이여영씨를, 이여영이라는 모든 의미에서 지난해 촛불파동과 관련될 수밖에 없는, 그것을 통해 이름을 처음 알린 인물에 대해서 공영방송 KBS가 인터넷뉴스팀의 인터넷전용 프로그램에 '이여영의 아지트'라는 이름까지 딱 건 프로그램을 맡기게 된 이유에 대해서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당시 KBS 보도국장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촛불과 관련 없이 이여영씨가 KBS 라디오에 어떤 섹션을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또 저희 인터넷뉴스 중에 '차정인의 뉴스풀이'라는 것이 있는데 거기에 한번 이여영씨가 게스트로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래서 아마 해당 팀에서 이런 사람을 발굴해서 쓰면 어떻겠느냐는 뜻에서 맡긴 것 같고요.

그러자, 당시 이병순 KBS 사장은 "질문이 ‘KBS인터넷에 이여영이라고 하는 사람이 적임자냐?’는 질문을 해오셨는데 그 점에 대해서 답변이 부실했다고 생각하실 것"이라며 "저희가 좀 더 알아보고 지금 위원님이 말씀하신 이 사람이 KBS 인터넷뉴스사이트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더 확인해서 그 결과에 따라서 적절히 조처하도록 하겠다"고 보도국장을 질책하며 '조처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이문원은 한달 뒤인 11월 19일 열린 시청자위원회에서도 "저번 회의에서 이병순 사장께서 KBS인터넷에서 하고 있는 이어영 씨 발탁문제에 대해서 자세한 경위를 다음 번 회의 때 말씀해 주시겠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듣고 싶다"며 재차 이여영을 걸고 넘어졌고 보도국장으로부터 "당분간 예정됐던 건 그대로 진행을 하되 일단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즉각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해당 팀장한테 지시를 했다"는 답변을 받아낸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이문원은 2010년 1월 21일 개최된 시청자위원회에서 또 다시 이여영 문제를 들고 나왔고 보도국장은 "3월에 인터넷뉴스를 전면 개편함을 알려드린다"고 답한다.

그리고 이여영이 진행하던 KBS인터넷전용 프로그램 '이여영의 아지트'는 2월 23일 방송분을 마지막으로 끝나게 된다.

KBS시청자위원 이문원으로부터 스토커에 가까운 지적을 받고 2010년 2월 23일을 마지막을 막을 내린 '이여영의 아지트'


사례2.

2009년 11월 19일에 있은 KBS시청자위원회에서 최병식이라는 시청자위원이 "이제 KBS도 뉴스는 기자, 고발프로그램은 PD가 진행해야 된다는 직군이기주의에서 보다 자유롭게 운영되고 MC 선발기준 또한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해가 바뀌자 KBS에서는 정체불명의 'MC선정위원회'라는 것이 가동되었다.

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는 MC선정위원회에 대해 "사측이 ‘MC선정위’를 강행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일선 제작자들의 자율성과 권한을 최대한 약화시키고 MC선정에 있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내세우고 눈 밖에 난 사람들은 ‘위원회의 적법한 결정’이라는 외피를 씌워 배제하려는 것"이라며 "실제 새 노조 소속 아나운서들이 1차 배제 대상이라는 얘기가 사내에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대로라면 MC선정위는 MB정권과 김인규 특보사장의 코드에 맞는 인물을 프로그램의 전면에 내세우고 대신 그 반대의 사람들을 철저히 솎아내기 위한 살생부 작성기구가 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살생부'는 즉 '블랙리스트'다.

-출처:언론노조 KBS본부 공방위보고서(클릭하면 세부 내용 확인가능)


사례3.

2010년 4월 15일 개최된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앞서 언급된 이문원은 김미화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단적으로 말해서 방송인 김미화씨는 '다큐멘터리 3일' 출연이 부적합합니다. 나아가 공영방송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출연이 부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KBS노조 측에서 주장하듯이 12월부터 KBS 프로그램 내레이션을 맡은 4개월 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김미화씨가 기사에서 밝힌 것처럼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고 해서 정치색이 있는 것은 아닌’ 것조차도 아닙니다.

일단 KBS는 공영방송입니다. 어떤 정치색도 가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토론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정치색이 사회적으로 그리고 대중적으로 인지된 인물이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진행자, 내레이터 역할을 맡는 것은 굉장히 곤란합니다.

그리고 KBS측에 대해 "KBS가 김미화씨 관련 문제를 두고 어떤 입장을 표명할 것인지 묻고 싶고 그리고 제가 방금 말씀드린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사회적 기능이 뚜렷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출연자 관리를 어떤 원칙을 가지고 행할 것인지도 묻고 싶다"고 덧붙인다.

그러자 당시 KBS 기획제작국장은 "어떤 특정인을 심의규정이 아닌 어떤 이유에서도 출연을 공식적으로 금지시킬 수 없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김미화씨는 '다큐 3일'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이 부드럽지 않아 편안하지 않다는 심의지적이 있었다. 또 김미화씨는 MBC에 주로 출연하는 사람으로 타사 주요 출연자가 KBS 출연은 드문 편이라 더 생경한 느낌이라는 모니터 의견도 있었다""앞으로 출연자 선정은 여러 가지 요소를 신중히 고려하여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한다.

그리고 알다시피 김미화는 그 이후 KBS에 출연하지 못했다.


사례4.

올해 5월 27일 열린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이문원은 KBS의 책 소개 프로그램인 '책 읽는 밤'과 관련해 "좌편향 경향이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좌편향이다"라며 다음과 같이 패널 선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나오고 있는 패널들도 탁석산 씨, 임헌영 씨, 강기원 씨, 박태균 씨, 이여영 씨, 조한혜정 씨, 강명석 씨, 이숙경 씨, 기선 씨, 전부 다 좌편향 인사라고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근거들이 있고 그리고 게스트로 나오는 분들도 안광복 교사, 이범 교육평론가, 한겨레에 글 쓰시는 분들입니다. 한겨레 계열 씨네21의 김소희 기자도 출연하셨고요. 그리고 다루고 있는 책들도 상당 부분 전문서나 번역서를 제외하고는 좌편향 서적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
어쩌다가 이렇게 극단적인 이념 편향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방영됐는지에 대해서 그 게이트키핑 과정에 대한 자초지종을 듣고 싶고 그리고 저희 매체에서는 취재과정에서 알게 됐는데 그 PD와 통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PD가 뭐가 좌편향이냐, 편향된 적 없다, 이런 식으로 말했는데 이쯤 되면 이것은 마인드 문제거든요. 공영방송 마인드의 결여라고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구성원들 개개인은 한국은 사상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고 사상을 가질 수 있지만 공영방송 입장에서는 개개인의 사상을 최대한으로 억제하고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야 되는 이런 방향성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합니다. 단순히 제도적인 틀로서 이것들을 가둬놓으면 한계가 있습니다. 공영방송 마인드를 과연 구성원들 개개인이 각자 확실하게 갖고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과연 어떤 해결책을 갖고 계신지를 듣고 싶습니다.
 
그러자 KBS 교양국장은 "본의 아니게 이념편향적인 프로그램으로 보이게 된 점을 저희가 많이 반성을 하고 있고, 주의하도록 하겠다"며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저희가 5월 개편을 맞이해서 조금 전에 말씀하셨지만 프로그램을 많이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개선안도 마련했고요. 몇 가지 말씀을 드리면 우선 출연자를 교체하고 보강했습니다. 그동안 자주 출연해 온 기선, 이여영, 이숙경 등의 출연자들은 교체시켰고요. 앞으로는 이런 반고정적 출연자들을 쓰지 않고 책 내용에 따라서 그때그때 섭외해서 다양한 패널을 출연시킬 계획입니다.
.......
아무튼 게이트키핑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이 특정 정당이나 이념에 편향되지 않아야 됨에도 불구하고 이런 지적을 저희가 받은 점을 겸허히 수용하고요. 누가 보아도 공영방송의 지향점과 일치하고 있다는 공감을 얻도록 앞으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를 살펴봤다.

여기서 언급된 인물만 해도 이여영, 김미화, 탁석산, 임헌영, 강기원, 박태균, 조한혜정 , 강명석, 이숙경, 기선, 안광복, 이범, 김소희 등 13명에 이른다.

제시된 사례 외에도 KBS 시청자위원회에서는 특정 출연자, 인터뷰어, MC, 연출자 등의 실명이 심심찮게 거론되며 자질을 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물론 시처자의 대표 자격으로 시청자위원이 되었다면 방송제작자들의 자질을 논하고 적절성을 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보다시피 KBS 시청자위원회가 따지는 자질은 주로 '좌파냐, 아니냐'에 매몰되어 있다.

자, 시청자위원회에는 사장 이하 고위 간부들이 거의 대부분 출석한다. 사전에 시청자위원회에서 언급할 프로그램이 예정되었다면 담당 책임자도 출석한다. 이런 자리에서 시청자위원으로부터 특정 출연자에 대한 문제제기를 간부들이 듣는다면, 이 간부들은 제작현장으로 돌아가 일선 제작진들에게 어떤 지시를 내리게 될까?

굳이 'KBS에 출연시켜서는 안되는 사람 리스트'라는 게 문건으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런 내용에 언급된 사람들이 KBS 출연자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위 사례에서 보다시피 실제로 KBS 간부들은 시청자위원들의 지적을 대체로 수용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공교롭게도 여기서 언급된 인물들 중 많은 이들이 KBS 화면에서 사라졌다.

이런 정도라면 '블랙리스트'라는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게이트키핑 과정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이처럼 자의적인 이념을 잣대로 출연자의 자질을 논하며 출연 여부를 가늠하는 행태가 방송사 자체적으로 이뤄지더라도 부적절하기 짝이 없는데, 하물며 시청자의 대표라고 하는 시청자위원회에서 버젓이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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