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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낙조속으로 사라지라'던 이대근, 이젠 따지지말라?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10. 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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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북한의 3대세습'을 비판하고, 3대세습을 비판하는 하지 진보진영 일각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을 제기해 진보진영 내 격한 논쟁을 촉발시켰던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이 오늘 다시 '문제'의 칼럼을 썼다.

그렇다.
오늘 이대근이 경향신문에 쓴 <비판하지 말라는 그 목소리들>이라는 칼럼은 '문제의 칼럼'이다.

일단 기본 전제 하나, 나 역시 이른바 '북한의 3대세습'에 대해 비판적이다. 김정은이 북한 권력의 후계자로 대두된 것에 대해 비판적인 나의 시각에서도 오늘 이대근의 칼럼은 충분히 문제적이다. 어떤 부분이 그런가.

오늘 이대근은 "신문, 기자, 지식인 같은 부류에게는 왜 비판했느냐고 따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발 묻지 말라는 말은 하지 마라. 누군가에 대해 어떤 문제를 물으면 안된다고 하지 말기 바란다. 신문은, 기자는 허락받고 묻지 않는다"고 썼다. 진보진영 일각에서 제기된 경향신문에 대한 비판을 두고 한 말일테다.

이미지를 누르면 오늘 이대근 칼럼 확인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대근의 주장은 따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대근의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신문, 기자에게는 왜 비판했느냐고 따지는 것이 아니다"라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경향신문의, 그것도 논설위원의 글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물론 이대근은 "어떤 물음은 하찮고, 어떤 물음은 충격적이고, 어떤 물음은 까다롭고, 어떤 물음은 분수를 모르고, 어떤 물음은 불편하고, 어떤 물음은 강압적이라며 물음 자체를 평하고 시비할 수는 있다"라고 하기는 했다.

그런데 이대근은 '3대세습'과 관련한 진보진영 일각의 지적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나보다. 경향신문에 대해, 진보진영의 논객인 자신에 대해 지적하면 그걸 아예 '당신 입닫으슈'라고 하는 말로 들리나보다. 자신은 당연한 '비판'을 한 것이고, 다른 사람의 자신에 대한 비판은 비판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보는가보다. 아니 아예 "왜 비판했느냐고 따지는 것이 아니"라니 자신의 비판에 대해서는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말라는 말인가보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주장이 어디 있나?

개인적으로 '3대세습'을 둘러싸고 경향신문과 민주노동당 등 일부 진보진영 내부에서 벌어진 비판과 재비판, 논박과 재논박의 과정을 보며 나는 생산적인 논쟁이 되길 바랬다. 이대근 등이 제기할만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고, 그런 경향신문이나 손호철 교수의 주장에 대한 다른 이들의 지적 역시 충분히 경청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봤다.

상호간에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진보진영 내에서도 뜨거운 감자임이 분명한 북한 권력에 대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보다 진지한 토론으로 나아가길 바랬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일부 정확하게는 민노당 울산시당에서 얼토당토않게 '경향신문 절독'을 선언하더니, 이제 이대근은 아예 따지지도 말고 아예 말을 말란다. 적어도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이 정반대라고해도 무방할 이들이 하는 짓은 어찌 이리 비슷할까?

이대근은 이 칼럼에서 "진보라고 잘난 체할 게 하나도 없다. 진실과 정직하게 대면할 용기가 없는 진보는 진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말은 이대근에게 그대로 돌려줄 수 있다. 진실을 오로지 이대근이 독점하고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사실, 이대근에 대해서는 그의 글쓰기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결정적인 건 2009년 4월 16일 경향신문 '이대근 칼럼' <굿바이 노무현>이었다.


이대근은 이 칼럼에서 "박연차는 대통령 지시를 받고 100만달러가 든 가방을 대통령 관저에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또 그 말을 한 지 1년4개월 뒤에는 노무현의 아들과 조카가 500만달러를 요구하자 박연차는 대통령의 부탁이기에 그냥 주었다고 한다"며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범죄자'로 몰았다.

나아가 "노무현 당선은 재앙의 시작이었다고 해야 옳다"고 했고, "이제 그가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이 뿌린 환멸의 씨앗을 모두 거두어 장엄한 낙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라고까지 썼다.

나는 이대근의 칼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극적 선택을 하게 된 하나의 이유가 되었으리라 내내 생각해왔다. 소소한 하나인지, 비중이 큰 하나인지는 모르나 "당신이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은 장엄한 낙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라고까지 한 글을 보고 상처받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랬던 이대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뒤 "수만, 아니 수백만의 노무현으로 부활하는 대반전을 맞이하자"고 노무현의 이름 석자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한달전 노무현 때문에 "민주주의든 진보든 개혁이든 노무현이 함부로 쓰다 버리는 바람에 그런 것들은 이제 흘러간 유행가처럼 되었다. 낡고 따분하고 믿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 이름으로는 다시 시민들의 열정을 불러 모을 수가 없게 되었다"고 했던 이대근은 노무현이 죽고 나자 "다시는 우리의 벗을 그들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결의에 찬 시민들이 잃어버린 꿈을 찾으러 거리로, 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노무현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에 대해 아무런 성찰도 없이.

이대근이 쓰는 글 중에 좋은 글이 참 많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글이라기보다는 흉기에 가까운 글도 적지 않다. 특히 이른바 자신이 속한 진보진영의 누군가에 대해 글을 쓸 때 그런 경향을 강하게 보인다.

이대근 논설위원에게 진심으로 바란다. 자신이 써왔던 글에 그 어떤 오류도 없었는지, 한 번쯤 허심탄회하게 되돌아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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