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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학생에 예의 가르친 토론의 달인!

SNS/IT 후비기

by hangil 2011. 8. 3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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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몇개 대학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대학생 40여명과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 제목은 '홍도야 울지 마라'. 한나라당은 이 토론회를 홈페이지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생중계했다.

토론회 제목이 왜 '홍도야 울지 마라'인지는 모르겠다. 별명이 '홍반장'으로 불리는 홍준표 대표의 애창곡이 '홍도야 울지 마라'로 알려져 있는데, 아마도 '홍'준표 대표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제목이 아닐까 싶다.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 외면받는 집권 여당의 대표가 대학생들과 토론회를 가진다는 것 자체는 좋은 현상이다. 허심탄회한 토론을 통해 젊은 세대가 한나라당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젊은 세대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듣고, 당장을 아닐지라도 그것을 정책에 반영하고 향후 변화의 계기로 삼는다면 '좋은 이벤트'가 될 것이다.


하지만 뜬금없는 토론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날 홍 대표와 대학생들의 만남은 도대체 뭘 위해 서로가 시간을 내어서 만났는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만남이었다.

한나라당이 이런 행사를 기획한 의도는 쉽게 알 수 있다. 홍 대표 스스로 인사말을 통해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화하고 인식을 합리화하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솔직히 밝혔다시피,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완화'라는 정치적인 목적이 최우선이었다.

보통 정치권에서 이런 토론회를 열게 되면 인사치레라도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겠다",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등의 말을 하는데 한나라당과 홍준표 대표는 아예 그런 것도 없었다.

형식적인 '소통'마저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순도 100%의 정치적 이벤트였던 셈이다.

그렇다보니 토론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은 비싼 등록금 문제, 취업 문제, 비리 사학재단 문제 등 자신들로서는 절박한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지만, 정작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할 상대방인 홍준표 대표에게는 말 그대로 '씨도 안 먹히는' 이야기였다.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집권 여당의 대표가 "등록금 문제는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데 정치권의 입장 차이 때문에 상대방이 떼를 쓰다 보니 하세월이다"고 야당탓을 하고, "과거 정부에서 등록금을 많이 올렸다고 얘기하는 것은 제가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민주당의 실체를 좀 알아달라는 것"이라며 과거정부와 야당을 싸잡아 비난하고, 등록금 인하에 필요한 재정 마련을 위해 '부자 감세 철폐'를 요구하는 대학생에게는 "정부 출범 첫 해에 촛불 사태가 있었고,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전부 광우병 걸린다고 주부들까지 선동을 해 정부를 마비시켰다. 그 이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세계가 흔들렸다.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금융 위기 당시) 감세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걸 어떻게 실패했다고 하는가"라며 오히려 목소리 높여 따지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한나라당


한나라당으로서는 대학생들이 반드시 공략해야 하는 유권자인데, 그런 유권자를 상대로 토론하면서 홍 대표는 마치 TV토론에서 야당 정치인과 토론하듯이 일절의 소통을 거부하고 자기 논리만 제기한 것이다. 대단한 토론의 달인 나셨다!

대학생이 듣기 싫은 소리 하자, "예의에 어긋난다"

심지어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이 자신의 학교의 사례를 들어 비리 사학재단의 복귀를 허용하고 있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의 문제를 지적하자, "동덕여대 비리를 얘기하러 이 자리에 온 것이냐"고 면박을 줬다. 특히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이 "동덕여대가 아니라 사분위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학재단과의 연관성을 언급하자 "그건 예의에 어긋난다"고까지 말했다.

이처럼 홍 대표는 집권여당의 대표로서보다는 '정치논객'처럼 대학생들과의 토론에 임했고, 나아가 이야기를 듣고자하는 자세보다는 대학생을 가르쳐야 하겠다는 식의 훈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편향된 시각을 갖지 말고 세상을 양안(양쪽 눈)이 같은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거나 "균형 있는 감각을 심고 자기 전공 분야에 최고의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을 좀 해주시길 바란다"고 한 홍 대표의 마무리 발언 역시 초등학교 학생들을 운동장에 세워놓고 아침조회를 하는 교장 선생 같은 일장 연설이었다.

등록금 문제로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대학생들과 집권여당 대표가 만난 자리인만큼 화제가 되고 많은 관심을 받을 법도 한 행사였지만, 이처럼 구닥다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재미없는 토론회였으니 지켜본 사람도 별로 없었다.

트위터로 생중계하며 질문을 받았지만, 올라온 질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페이스북에서도 생중계를 했지만 달린 댓글이라곤 6개에 불과했고, 그나마 토론회 내용과는 관계없는 것들이다.

'우호적인 리트윗망 구성'이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회의 중점사업

한나라당은 최고위원회에서 앞으로 "최대한 디지털 분야에서 강화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며 23인으로 '디지털정당위원회'라는 것을 구성했다.

그리고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회 김성훈 위원장은 '모바일메시지 서비스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과 같은 모바일메시지 서비스의 활용 방안', '한나라당 대학생 디지털정당위원회 구성 및 활성화 방안', '한나라당의 우호적인 리트윗망 구성을 위한 방안'을 제안했고 한나라당에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역시 정치판에서 흔하고 흔한 '소통'과는 관계없다. 오로지 한나라당의 이익을 위한 '활용'일뿐이다. '한나라당의 우호적인 리트윗망 구성'이란 게 뭔 말인가? 한마디로 인위적으로 한나라당에 유리한 트위터 여론을 만들어내겠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한나라당을 좋아하지 않지만, 명색이 집권 여당인데, 이토록 소통에 무신경하고 디지털 환경 변화에 둔감한 것을 보니 참으로 씁쓸하다.

*참고로 홍준표 대표와 대학생들의 토론은 mms://tv.hannara.or.kr/movie4/2011_08/110829_01.wmv 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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