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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뉴스의 변화 “글쎄…”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7. 6. 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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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뉴스의 변화 “글쎄…”

KBS는 지난 봄 개편에서 2TV <8시뉴스>를 <뉴스타임>으로 바꾸면서 기존 뉴스프로그램과의 차별화와 뉴스의 변화를 표방했다. 그리고 이번 가을 개편에서는 ‘주부들의 눈높이에 맞춘 뉴스프로그램’을 강조하면서 <아침 뉴스타임>을 신설했다.

KBS 뉴스프로그램의 이러한 변화는 그 자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기존 뉴스프로그램에 대해 ‘1분 30여초의 정형화된 뉴스 형식’, ‘깊이 없는 겉핥기식 보도’ 등 천편일률적이라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던 것에 비해 KBS2TV의 뉴스 프로그램은 ‘이해하기 쉬운 보도’, ‘정형화된 틀을 깨는 파격적 보도’, ‘생활밀착형 뉴스’ 등으로 신선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형식 탈피 긍정적…소재 연성화 문제

하지만 이들 뉴스프로그램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쉬운 뉴스’를 지향하다보니 지나치게 말랑말랑하고 자극적인 뉴스 소재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시청자들이 어려워하는 뉴스를 알기 쉽게 설명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높이기보다는 단순히 눈길을 잡을 수 있는 뉴스소재에만 집착한다는 것이다. <뉴스타임>이 지난 11일 보도한 ‘낭만 가득한 서울 야경 만끽’과 12일 보도한 ‘방송사고 동영상 화제만발’ 등은 이들 뉴스프로그램의 ‘소재의 연성화’를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보도다.

그러나 이런 보도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프로그램이 나름대로 ‘특화’시켰다고 내세우는 코너다. 바로 <뉴스타임>의 ‘인터넷뉴스 TOP10’과 <아침 뉴스타임>의 ‘연예수첩’이다.

‘인터넷뉴스 TOP10’은 방송초기부터 문제지적을 받아왔다. 인터넷포털 다음이 운영하는 뉴스콘텐츠 ‘미디어다음’의 뉴스 중 네티즌들의 클릭수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는 1위부터 10위까지의 뉴스를 소개하는 이 코너는 인터넷뉴스의 특징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12일 동안 ‘인터넷뉴스 TOP10’에서 보도된 40건의 뉴스를 분석한 결과, ‘사건’이 12건으로 가장 많은 30%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화제성 뉴스’와 ‘스포츠·영화·연예뉴스’가 각각 9건(22.5%), ‘생활정보’가 4건, ‘경제’관련 소식과 최신유행 트랜드가 각각 3건으로 나타났다.

화제성 뉴스나, 연예계 혹은 스포츠계 소식, 엽기적인 사건들이 순위권의 다수를 차지해 뉴스 자체가 가지는 정보성보다는 네티즌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얼마만큼 자극하느냐가 순위결정의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기존 제도권 매체가 생산한 뉴스를 재편집하는 미디어다음의 뉴스를 ‘인터넷뉴스’라고 이름 붙이기 어려운 것도 이 코너의 문제로 지적된다.

   연예정보 프로그램과 뭐가 다른가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연예수첩’의 문제는 더욱 노골적이다. KBS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기존 연예 오락프로그램 위주의 접근 방법으로는 방송을 절대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지만 ‘연예수첩’은 기존 연예정보프로그램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다.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방송된 5회분을 분석(소재 중복체크 허용)한 결과 ‘연예인 동정’ 소개 7건,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성 소개 4건, CF 촬영현장 소개 2건 등 기존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관습’을 되풀이했다. △KBS 드라마 <해신>에서 ‘자미부인’역을 맡은 탤런트 채시라에 대한 소식 △KBS 프로그램 <좋은나라 운동본부>에 출연중인 탤런트 최재원의 결혼소식 △70∼80년 옛 가요의 유행과 KBS의 <콘서트 7080> 신설 소식 △KBS 드라마 <두번째 프러포즈>의 인기비결 △<열린음악회> 모스크바 촬영 소식 등이 모두 이 코너를 통해 전해졌다. 또 옥주현과 이현우의 CF 촬영 모습, 문근영과 신화가 함께 출연한 교복 CF 현장, 그룹 god의 컴백 소식 등도 다뤄졌고, 스타들의 내복 패션쇼 현장도 찾아갔다.

<아침 뉴스타임>의 전체방송시간 60분 중 ‘연예수첩’이 방송되는 7∼8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시청자들은 <연예가중계>나 아침토크프로그램에서 신물날 정도로 봐왔던 연예인 동정, 자사 드라마 홍보, CF 촬영장 소개 등에 노출되어야 했다. 오히려 연예정보프로그램인 <연예가중계>가 ‘차세정의 문화리포트’ 등으로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비해 보도프로그램인 <아침뉴스타임>의 연예소식이 과거의 악습을 더욱 강도 높게 되풀이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청자 눈높이 맞춘 보도프로그램 기대

분명 KBS 2TV의 <뉴스타임>과 <아침뉴스타임>이 보여준 변화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보도에 적지 않은 비중을 두는 한 ‘형식의 변화’ 이상의 평가를 얻기 힘들다.

‘인터넷뉴스’라고 한다면 기존 제도권 언론에서 접하기 힘든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 대안매체의 보도를 다루는 것이 형식이나 내용에 있어 훨씬 바람직하다. 또 연예소식을 다룰 경우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더욱 보도프로그램답다. KBS 2TV의 보도프로그램이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춘다’면서 그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글은 2004년 11월 17일자 미디어오늘 '보도와 보도사이' 코너에 기고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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