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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뉴스, 질적으로 다른 ‘위기상황’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7. 6. 1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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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뉴스, 질적으로 다른 ‘위기상황’

비판적인 정치뉴스와 성역 없는 고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받던 MBC가 최근 안팎에서 MBC 뉴스의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보수화’와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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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는 지난해 11월17일 발행된 노보 ‘방송천자비평’에서 MBC 뉴스를 “보수를 넘어 수구로 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고, 최근 MBC 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80%에 가까운 보도부문 구성원들이 보도프로그램이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MBC 기자들이 진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이처럼 MBC 보도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좀더 구체적인 실태를 드러내고 문제 해결의 지점을 제대로 모색해보고자 ‘MBC보도 기획모니터’를 실시했다. 이번 기획모니터는 2005년 1월12일부터 25일까지 2주 동안 <뉴스데스크>를 모니터 대상으로 해 양적분석과 질적분석을 병행해 전반적인 보도경향을 분석했다.

양적분석을 통해 뉴스형식과 주제, 소재, 연성보도 경향 등에 대한 결과를 도출했으며, 특히 그 동안 줄곧 ‘MBC 보도의 제목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제목의 문제점을 ‘제목과 내용의 불일치 ’, ‘제목의 선정성’ 등으로 구분해 보도제목(크로마키)에 대한 분석을 함께 진행했다. 질적분석에서는 모니터 기간 동안 있은 주요 사회의제-‘기아차 채용비리 사건’, ‘탈북자 등 대북관련 사안’, ‘부실급식’ 등-에 대한 내용평가를 실시했다.

형식·내용 모두 ‘MBC다운’ 색깔 찾기 어려워

MBC 보도를 집중 모니터 해 본 결과, 형식과 내용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1분30초 내외의 안이한 틀에 고착화된 각각의 뉴스들은 본질에 접근하는 깊이 있는 보도보다 평이한 내용을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차별성을 가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흥미 위주 혹은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경성주제의 보도에 한해서만 분석한 ‘연성보도 경향’도 문제로 지적되었고, 사건사고와 최신유행, 흥밋거리에 집중도 여전했다. 이런 모습은 각 뉴스의 얼굴과도 같은 ‘보도제목(크로마키)’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났다.

구체적인 보도 내용분석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그 동안 타방송사에 비해 ‘MBC다운’ 색깔로 시청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보여왔던 나름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은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웠고, 도리어 노동운동 자체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태도마저 보이기도 했다.

그 동안 MBC 보도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던 북한 관련 보도도 더 이상 MBC만의 색깔을 찾기 어려워졌다. 민족문제에 대해 신중하고 깊이 있는 접근으로 나름대로 민족화해와 평화공존에 기여해왔던 MBC만의 모습은 감정적으로 편견을 부추기는 수구적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그때그때 발생하는 사회 현안들에 대한 발빠른 대응과 적절한 대안제시 능력도 타방송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외부가 모두 공감하는 문제, 왜 개선되지 않나

모니터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MBC의 내부에서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는 기자들의 문제인식에 전적으로 동감하게 되었다. MBC노조 설문조사 결과처럼 MBC 뉴스는 ‘이전과 질적으로 다른 위기 상황’에 봉착해있었다. MBC 뉴스의 위기의 내용으로 노조 보도부문 조합원 중 52.7%가 지적한 ‘획일화된 뉴스 형식에 따른 취재역량 약화’와 43.6%가 공감한 ‘보수화, 선정성 등 신뢰도 약화’가 본회의 모니터 결과 뚜렷하게 증명됐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MBC 내부 구성원들이 인식하는 문제의 지점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현재 MBC 보도의 문제는 ‘보도부문 책임자들의 리더십 부재’(29.6%)와 ‘편집회의와 데스크 기능 부실’(23.5%), ‘냉소와 보신주의 등’(21.4%)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더욱 직설적으로 원인을 제기하자면 MBC 내부의 보도책임자 등 상층부에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걸림돌’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동안 MBC 뉴스가 시청자를 위한 뉴스로 거듭나기 위해서 이 걸림돌이 말끔히 치워져야 한다고 믿는다. 문제를 느끼고 있는 MBC 기자들의 변화와 혁신으로 다시 한 번 MBC 뉴스의 ‘질적’ 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 글은 2005년 2월 23일 미디어오늘 '보도와 보도사이' 코너에 기고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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