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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시 없애고, 칼부림하던 그때로 고고싱?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8. 4. 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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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호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신문고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신문고시'...즉, ‘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의 유형 및 기준’이라는 건데 그냥 흔히 '신문고시'라고 부릅니다.

근데, 소관부서의 최고 수장이라는 분께서 "업무보고에서 소관 법령들을 모두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한다고 했고 신문고시도 분명히 재검토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한 거죠. 여기서 말한 '업무보고'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겠지요.

문제는 말이 '재검토'이지, 사실상 백 위원장의 말은 '신문고시를 없애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론 백 위원장은 '폐지'를 직접 이야기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백 위원장이 덧붙인 말을 보면, "신문고시와 관련한 시장의 반응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했고, "신문협회와 상의해서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를 들어보겠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즉,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거대족벌신문들이 신문고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는 것이고, '조/중/동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겠다'는 말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왜, 조중동은 노무현 정부 내내 '신문고시'를 두고 '비판언론 탄압도구'라고 그 폐지를 요구해왔거든요.

그러면, 신문고시가 대관절 뭐길래, 조중동은 이를 두고 '탄압'이라고 하고 없애려고 하는 걸까요?

신문고시 전문을 실을 수도 있지만,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최근에 한달 구독료를 15000원으로 올린 신문이 있지만, 대다수 신문의 한달 구독료는 12000원입니다. 이를 1년으로 할 경우 144,000원 되죠.
어떤 사업자가 물건을 팔 때 '판촉'을 할 수 있습니다. 경품을 걸수도 있고, 공짜로 써볼 기회를 주기도 하는데, 신문의 경우 판촉할 수 있는 한계가 경품이든 공짜든(공짜는 '무가지'라고도 합니다) 신문대금의 2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니깐, 한달 구독료 12000원짜리 신문을 1년을 볼 경우, 약 27000원 정도의 경품(흔하기로는 선풍기나 전화기 정도가 여기에 해당되는 것 같더군요)을 받거나, 2둘 조금 넘는 기간 동안은 공짜로 보는 게, 주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전혀 문제되지 않지만, 그걸 넘을 경우에는 '신문고시 위반'이 되는 것입니다.

혹시, '그럼 뭐야, 비싼 경품을 못받게 하고 공짜로 신문 못 보게 하는 거잖아, 소비자에게 나쁜 거 아냐?'라고 반응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그는 이명박 대통령께서 입만 열면 주창하시는 시장경제의 자유로우면서도 공정한 경쟁을 '부정'하는 분이 되겠습니다. 공정위의 존재를 부정하는 거죠.

왜냐? 만약 돈을 맘대로 풀어서 경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하면, 누가 우위에 서겠습니까?
당근 돈 많은 신문사입니다. 그러면 돈 없는 가난한 신문사는 점점 독자를 잃게 되겠지요. 그러다보면 우리 사회에는 부자 신문사가 한두군데밖에 남지 않게 되고, 궁극적으로 여론이라는 것이 그 한두 신문의 논조에 좌우되기 십상인 것입니다. 이거 참 위험한 세상 같지 않으세요?

그래서, 신문고시라는 게, 신문판매에 있어서의 판촉행위를 아예 부정하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 선만 지켜라 고 기준을 정한 것입니다.

근데, 부자신문들, 즉 조중동은 이게 불만인거죠. 자기들 맘대로 돈을 풀면 얼마든지 독자를 더 늘릴 수 있는데, 그래서 신문광고를 비싼 값에 유치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돈도 많이 벌고, 여론도 좌우할 수 있는데, 그걸 아주 쬐끔 가로막고 있는게 신문고시인 겁니다.

조중동이 흔히 하는 말은 '왜 정부가 간섭하냐, 우리가 알아서 지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공정위가 신문고시를 어긴 신문사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된 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원래 신문고시란 건 없었죠. 그런데 지난 96년인가요? 독자 확충을 둘러싸고 각 신문들의 판촉경쟁이 아주 치열해졌더랬습니다. 한 명의 독자라도 더 확보하려고요.. 각 신문사의 지국엔 비상이 걸렸고, 지국장들은 두 눈이 시뻘개졌죠. 그러다 결국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지국 간에 칼부림이 벌어졌고 와중에 지국의 직원이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죠.

그냥 둘 수 없게 됐고, 할 수 없이 97년 신문고시를 만들었습니다. 근데, IMF가 지난 뒤'규제완화'를 떠들어대는 통에 99년 신문고시가 없어졌습니다. 대신 신문협회가 '자율규약'이라는 걸 만들었는데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지켜질리가 없었죠. 다시 과열혼탁이 심해졌고, 2001년 신문고시가 부활했습니다. 근데 당시는 신문고시를 지키는 걸 신문협회의 자율에 맡겼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자 2003년 공정위가 제재할 수 있도록 신문고시를 개정했습니다.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무리 공정위가 나설 수 있게 되어도 아주 막강한 힘을 가진 거대 신문사들이 반대하다보니, 공정위가 겁을 먹고 미적지근한 겁니다. 신문시장의 과열혼탁도 여전하구요. 이 기간에 가장 많이 회자된 게 바로 '자전거일보', '비데일보' 등이 되겠습니다.
길거리 가다보면 자전거 깔아놓고 독자를 유치하는 게 아주 당연하다시피 했죠.

그리하여, 마침내 '신문시장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도'가 도입되게 됩니다. 이 제도는 신문고시가 정한 기준을 초과하는 경품이나 무가지를 제공을 미끼로 '신문구독'을 권유받은 사람이 그 사실을 증거자료와 함께 신고하면 위반액수의 약 50배까지 달하는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신문고시'를 그나마 효력있게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할 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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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으로 구독을 받은 조선일보



포상금제가 도입되자, 한동안 그나마 경품이 좀 사그라들긴 했습니다. 특히 자전거일보는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죠. 하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불법경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자전거 같은 거 말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상품권 혹은 아예 현금을 독자를 유인하고 있습니다.

공정위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2007년 전국 신문판매시장 실태파악 조사’에 의하면 ‘최근 1년 내에 신규 구독할 때 경품을 제공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34.7%’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는 신문고시 개정 이후 2006년 9.9%까지 떨어졌던 경품제공 비율이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증가했음을 나타내는데요, 특히 무가지와 경품을 포함해 신문고시 위반이 분명한 사례가 57%로, 2006년 35%보다 대폭 늘어났다고 합니다. 경품의 종류는 선풍기 등 가전제품이 14.7%, 자전거가 4.6%였던 데 비해 상품권 종류는 무려 69.7%에 달했다고 하네요.

상황이 이런데, '신문고시 재검토'를 운운하는 공정위원장. 과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신문고시가 위협받을 거란 점은 예견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바로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아니겠습니까?(그 중에서도 동아일보가 최고!!)
이들이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내내 주장했던 게 신문고시에 대한 흠집내기이고 보면, 그 덕에 당선된 이명박 정부가 그 정도 '선물' 줄 만 하죠.
동아일보는 특히 노무현 정부 때 신문시장 불공정거래행위 단속을 책임졌던 공정위 사람이 이번 정부에서 '승진'하자, 그것을 문제삼는 사설까지 써서 끝내 '사표'를 받아내기도 할 정도입니다.

한가지 너무나도 이해안되면서도 '조중동다운' 이들의 주장이 바로 신문고시를 두고 '비판언론 탄압'이라고 하는 건데요. 그 동안 공정위가 신문고시를 위반하지 않은, 즉 신문대금의 20%를 초과하지 않은 경우 '탄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거든요. 있을 수도 없구요. 즉 신문고시를 위반했기 때문에 과징금을 때리고, 실태조사를 벌이고 한 것인데, 그런 것 안 겪으려면 신문고시를 지키면 그만이거든요. 그렇게 '법'을 강조하는 조중동이 왜 법을 지킬 생각은 않고, 법을 탓하는 건지, 참으로 난감합니다.

어쨌든, 정말 어렵게어렵게 만들어내고 부활시키고 보완해온 신문고시인데, 이명박 정부는 조중동의 민원해결 차원에서 이를 한순간에 되돌리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되면 어디로 돌아갈까요? 96년 지국끼리 칼부림하던 그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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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신문고시를 어렵게어렵게 고생고생 만들어낸 언론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사진은 4월 15일 공정위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민언련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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