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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청와대 편, 본전도 못찾는다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08. 4. 2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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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본의 아니게 무한도전 이야기를 또 하게 되었네요.

무한도전 팀이 5월 5일 어린이날 청와대를 방문한다고 하네요.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도 출연한다고 하죠.

처음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정해진 게 아니다'고 했던 MBC 측은 안우정 예능국장이 직접 언론과의 통화에서 "5일 유재석을 비롯한 '무한도전' 출연진이 청와대를 방문해 어린이날 특집을 촬영한다"며 "이날 특집편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함께 출연한다"고 확인해줬습니다.

또, 청와대 관계자들도 언론에게 "무한도전팀이 어린이 날 청와대를 방문해 촬영할 예정"이라며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어린이들을 위한 메시지를 보내고, 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방영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별 다른 이변이 없는한, 무한도전 청와대 편은 5월 5일 촬영하고, 5월 10일 방송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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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도전 게시판에 줄을 잇는 비판글)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무한도전 게시판에는 비판글이 수백건씩 줄을 잇고 있는데요. 대부분 '세상이 어수선한데, 청와대가서 뭐할라고 하는 짓이냐?'며 무한도전 팀의 청와대 행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무한도전이 이 시점에 청와대에 가는 것 자체가 탐탁하게 여겨지지 않는 건 마찬가지인데요, 조금 다른 각도로 접근해보려고 합니다.

첫째, 무한도전이 청와대에 가고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는 것 자체는, 무한도전의 도전 대상이 최고 정치권력자와 우리나라의 중심으로까지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이건 어디까지나 무한도전의 입장에서 본 겁니다)

그동안 무한도전은 앙리도 만나고, 효도르도 부르고, 사라포바도, 패리스 힐튼도 출연시키면서 대단한 섭외력을 보여줬는데요. 이명박 대통령 또한 그런 무한도전의 깜짝 섭외 대상 중 한 명이라고 보면 뭐 크게 무리가 되는 건 없다고 봅니다.


둘째, 대통령이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나쁘기만 한거냐... 이것도 전적으로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뭐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노무현 대통령 또한 2003년 MBC '!느낌표'에 출연한 적이 있거든요. 당시 느낌표 팀 또한 직접 청와대로 찾아갔었구요. 당시 보수신문들에서는 언짢게 본 것 같지만, 노 대통령의 느낌표 출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비록 느낌표가 오락성보다는 공익성이 강해 무한도전과 같이 놓기는 힘들지만 여튼 예능프로그램에 대통령이 출연한다는 자체는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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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고, 그럼 뭐냐 넌, 무한도전에 명박이가 나오는 게 좋다는 거냐라고 화내진 마십시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지금부터니깐요.

셋째, 의외의 깜짝 게스트가 나온다고 해서 그게 다 무한도전에게 좋은거냐는 것을 살펴봐야 할 겁니다. 무한도전 팬들 중에는 '이왕 갈거면 원래 방송하던 것처럼 호통도 치면서 캐릭터를 그대로 살려달라'고 주문하는 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그렇게 될까요? 그렇게 된다면 또 달리 생각해 볼 부분이 있지만, 제가 보기엔 가능성 없습니다.

무한도전 팀은 어떤 걸 기대하고 청와대에 가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무한도전이 해왔던 리얼 버라이어티를 못하게 된다면, 이는 최근 무한도전에 제기되는 여러 위기론에 그야말로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겁니다. 무한도전의 존재 가치가 더 이상 별 볼 일 없어지는 거죠.

고로, 본전도 못찾을 방송을 왜 굳이 할라고 하냐는 겁니다.

넷째, 청와대에 가서도 리얼 버라이어티를 한다? 거의 가능성이 없지만 혹시나 그렇게 된다고 해도 제가 보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무한도전의 리얼 버라이어티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스스로 혹은 서로 바보짓 하면서 궁상맞게 보이게 하는 반면 게스트들의 능력(운동역량, 스타성)은 돋보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물론 게스트를 불러놓고도 신경도 쓰지 않고 지네끼리 노는 재미도 있지만 이는 양념의 성격이 강한데다 대통령을 불러놓고 바보 만들수야 있겠습니까?

즉, 무한도전의 리얼 버라이어티는 잘해야 이명박 대통령을 띄우는 건데, 바로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나오는거죠. 리얼 버라이어티를 하지 않아도 어쨌든 청와대 가서 대통령을 출연시키는 것 자체가 대통령 띄우기와 무관하지 않을텐데, 기껏 프로그램 성격 살려서 열심히 해도 남는 건 '지금이 어느 땐데, 청와대까지 가서 명박이를 빨아주고 지랄이냐?'는 지적이 대부분일 거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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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저 또한 '무한도전'의 팬으로써 무한도전 팀과 MBC에게 간곡히 요청합니다. 무한도전의 청와대 방문과 이명박 대통령 출연을 재고해 보십시오. 과연 무한도전에 도움이 될 방송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십시오.

만약, 혹시, 무한도전에 흠이 될 게 분명한데도 꼭 가야한다고 누군가가 주장하고 밀어붙인다면 제가 보기에 그 사람은 분명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정인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범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을 망가뜨리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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