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연합은 SBS에게 조중동 옆자리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똑같은 방송이 나가도 MBC, KBS에 대해서만 비난 성명을 냅니다. 저는 동아일보 앞에서 열렸던 ‘조중동에 할 말 있다’는 규탄 회견장에 나가서 이 문제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뉴라이트연합의 지상파 방송 갈라치기. 저의 주장에 당시 현장에 모였던 많은 분들이 큰 박수를 보내주셨습니다. 지금 뉴라이트를 앞세운 우익은 SBS에 전화를 하거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정신 차리라’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대로, ‘SBS는 뭘 해도 조중동과 같다’며 조중동 옆에 SBS를 놓으려 합니다. 조중동은 SBS에 대한 여러분의 취재 거부를 기삿거리로 삼습니다. 오늘도 KBS 앞에서 벌어진 SBS에 대한 취재 방해에 경찰이 대응하지 않았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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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여러분, 그리고 아고리언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하루하루, 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해 뛰고 있는 젊은 현장 취재기자들에게 힘을 주십시오. 비난으로는 바른 언론의 싹을 키울 수 없습니다. 그 젊은 기자들은 물론 정의감을 잃지 않은 데스크들이 자신 있게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못 한 것은 비판하고, 잘 한 부분은 칭찬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뭐라고 하시든, SBS에는 조중동 옆에 서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조중동 옆으로 가라고 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하지만 한편으로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 분명한 가치와 차별성이 있으며, 그 가치를 인정하고 지키도록 시청자의 감시기능을 높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상파 방송을 비판하는 것이 주된 업무인 내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지상파 방송사의 좋은 프로그램을 찾아서 알리고, 케이블 채널의 일부 저급한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가족이 지상파 방송보다는 케이블 채널을 더 많이 보게 되었으며, 지난해 케이블 방송사 모니터를 하면서 그 문제점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케이블 PP 자체제작 프로그램들이 모두 저급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 우리 케이블 방송은 말도 안 되는 황당한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케이블 프로그램을 보다가 SBS를 보면 ‘청정 방송’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굳이 수준 낮은 방송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SBS가 KBS와 MBC와 비교해서 무조건 뭇매를 맞아야 하는 것인가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이다. 최근 광우병 관련 보도에서 SBS가 문제가 있었다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약한’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이 나오면서, 집회 현장과 인터넷 공간에서 SBS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16일 인터넷 생중계로 KBS 앞 공영방송 지키기 집회를 지켜보니 ‘SBS 각성하라’ 등의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번 광우병 관련 보도는 SBS의 보도가 늘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MBC가 유난히 잘 했지만, KBS와 SBS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유의미한 문제점을 고발하고 지적했다. MBC도 군홧발 동영상을 첫날 보도하지 않아서 많은 지적을 받은 것처럼 방송3사 모두 집회 현장과 민심을 완벽하게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래도 방송3사는 이번에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지난주 〈뉴스추적〉 ‘난국돌파, 쇠고기 재협상’(6/11)과 〈그것이 알고 싶다〉 ‘촛불, 대한민국에 소통을 말하다’(6/14)도 MBC, KBS의 시사프로그램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는 충실한 방송이었다.
문제는 누구는 ‘SBS의 업보’라고 하고 SBS에게 가해지는 시청자의 의혹인데, 이 의혹의 눈초리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불식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SBS는 앞으로 국민이 원하는 정보,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보다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한 시간 빠른 뉴스로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의제를 한발 앞서 던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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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 |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몇 번을 강조한 시사프로그램을 늘려가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SBS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청자가 함께 감시하고 칭찬하고 독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나는 공영방송을 지키는 것만큼 민영방송 SBS의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가치 역시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 당근과 채찍은 권력자만의 특권이 아니다. 우리 시청자도 SBS에게 당근과 채찍을 잘 사용해보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