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만으로 MBC 예능프로 살릴 수 없다
<내이름은 김삼순>과 <굳세어라 금순아> 이후 총체적인 시청률 난조에 휩싸였던 MBC가 지난 10월 31일 대대적인 가을개편으로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하지만 개편 1주일을 갓 넘긴 현재 MBC는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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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MBC | ||
시청률 높이려는 ‘처절한 노력’ 안쓰러워
앞으로 <일요일 일요일밤에>가 어떻게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일밤의 부활’을 책임지듯이 전면에 나선 이경규를 보면 ‘업그레이드 몰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을 잡기가 힘들다.
첫 회부터 “14년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앞으로 사람 속일 생각하니깐 흥분된다”며 ‘몰래카메라’라는 것이 무슨 대단한 것인 양 추켜세우고, 사람들에게 만세삼창을 시키는 등 ‘오버액션’을 펼치더니, 2회 때는 ‘가짜 결혼식’까지 연출해 ‘저렇게까지 해야하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갖 민망한 상황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냈다. 이경규는 ‘60대 가짜 장인’ 역할을 맡아 40분 동안 얼굴에 석고를 바르는 ‘곤욕’까지 치렀지만 ‘철저한 프로정신’보다는 어떻게든 시청률을 높여보려는 ‘처절한 노력’이 안쓰러울 따름이었다.
이경규가 10여 년 만에 정통코미디 프로그램에 복귀했다며 화제가 된 <웃는Day>도 안쓰럽긴 마찬가지다. <웃는Day>는 <코미디하우스> 이후 침체의 늪에 빠진 MBC의 코미디 프로를 살리기 위해 각종 연예프로그램에서 MC와 보조출연자로 ‘맹활약’하던 개그맨들을 대거 투입한 ‘야심작’이었고, 그 선두 주자가 바로 이경규다.
시청률 지상주의 편성 두 마리 토끼 놓쳐
이 프로에서 이경규는 김국진 등과 함께 거의 모든 코너를 맡고 있다. 하지만 이경규는 ‘별들에게 물어봐’의 ‘바보연기’를 부활시킨 ‘라이브 요리쇼 간단합니다’에서 제대로 익지 않은 낙지를 춤까지 추며 씹어먹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주접’ 이상의 코미디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정통코미디’를 내세우는 <웃는Day>의 다른 코너들도 시원한 웃음을 찾기 어려웠다.
수요일 밤 11시에 편성된 <웃는Day>의 고전은 MBC의 ‘철학 없는 편성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그나마 수요일 밤 시간대 시청률 경쟁에서 상위를 차지하던 <생방송 섹션TV 연예통신>을 목요일 11시로 옮기고, 간판 토론프로그램 <100분토론>을 1시간 늦춰 방송하는 ‘시청률 지상주의’ 편성으로 수요일 밤도 잡고, 목요일 밤도 잡아보려고 했겠지만 결국 MBC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친 채 ‘공익성 퇴보’라는 비난만 사고 있다.
예능프로가 연예인의 명성이나 과거의 영광만으로 성공하리라 여겼다면 이는 MBC의 착각이다. MBC는 ‘몰래카메라’의 재미에 시청자들이 빠져들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아울러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며 편성을 늘이고, 줄이고, 없애고, 옮기는 식으로 멋대로 운용한다면 더욱 헤어나기 힘든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것 또한 새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