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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에 박은 연기대상 벗어나야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07. 6. 18.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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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에 박은 연기대상 벗어나야

지난 12월 30∼31일 방송3사의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이 일제히 개최됐다. '대상'과 같은 주요상의 경우 받을만한 사람이 받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번에도 '공로상' 내지는 '연기자 관리용'에 가까운 '상 나눠주기' 행태가 반복됐다. 앞으로 방송될 자사 드라마 홍보, 사회자의 미숙한 진행 등도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KBS·SBS 공동수상 남발…MBC <김삼순>에 집중

KBS는 공동수상과 의미가 불분명한 상을 남발하면서 상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했다. KBS는 이날 무려 41명(중복 포함)의 연기자에게 상을 줬는데, 이 가운데 '최우수연기상 여자' 부문이 2명, '우수연기상 남자' 부문이 3명, '우수연기상 여자' 부문이 2명 등 '공동수상'이 최대한 지양돼야할 부문마저 '나눠주기'식으로 상이 남발됐다.

이밖에도 인기상, 조연상 등 거의 모든 부문이 '공동수상'으로 진행됐다. 심지어 모든 드라마의 주요 '커플'을 후보로 '베스트커플상'을 선정하면서 무려 4팀(8명)에게 상을 나눠줬다. 이 상을 받은 모든 연기자가 연기상, 신인상 등 다른 상을 받은 터라 '상을 한 번 더 주는 것'으로 인기드라마 주인공을 배려하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SBS도 KBS 못지 않았다. 모두 35명(중복 포함)의 연기자에게 상을 준 SBS는 지난해에 이어 '10대 스타상'이란 이름으로 10명의 드라마 주인공에게 상을 나눠줬고, 타방송사의 신인상격인 '뉴스타상'으로 9명을 시상했다. 또한 시상분야도 '드라마스페셜' '특별기획' '연속극' 등 방송사의 자의적인 구분을 기준으로 '연기상'을 시상하는 관행이 반복됐다. 시청자들에게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루루공주> 등 일부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SBS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것이 당연시 될 정도였다.

MBC는 타방송사에 비해 상이 남발되지는 않았지만, 반면에 특정 드라마에 상이 편중되어 '중복수상'이 극심했다. '대상' 하나면 충분했을 김선아씨는 '베스트커플상'과 '인기상' '최우수연기상'까지 거머쥐어 수상소감만 4번을 밝히는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현빈씨 또한 3개의 상을 받으면서 <내이름은 김삼순>이 모두 8개의 상을 받았고, 나머지 상도 특정 드라마들에 집중되면서 주요 상을 단 4개의 드라마가 독차지했다.

물론 지난 해 MBC의 상황이 특정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시청률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탓도 있지만 '특별상'을 받은 이덕화씨가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한 동료들이 많아 마음이 휑하다"고 수상소감을 밝힐 것처럼 '2005 연기대상'이 MBC 드라마의 1년을 제대로 평가하는 장이 되지 못한 것은 분명했다. 아울러 KBS나 SBS와 달리 '단막극'이나 '실험극' 등에 대한 평가자리가 없었던 것도 문제로 지적할 만 하다.

'자화자찬'보다 경쟁력 높이는 자리 돼야

한편 방송3사는 모두 새해에 시작될 자사 드라마를 소개하고 출연자를 홍보하는 시간을 빠뜨리지 않았고, 특히 MBC는 시상식 도중에 연예리포터가 자사 새 일일드라마 녹화현장을 찾아가 드라마 내용을 소개하고 주인공과 인터뷰를 하는 등 '연기대상'을 자사 홍보의 장으로 전락시켰다.

또 시상식 사회를 맡은 일부 진행자의 경우 대본을 따라읽기에 급급하다 실수를 저지르는 등 미숙한 진행을 보였고, 일부 시상자들은 사전에 대본조차 제대로 맞추지 않는 등 성의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진행자, 시상자, 수상자 사이의 신변잡기나 말장난 수준의 인터뷰도 빠지지 않았다. 올해 방송사의 '연기대상'은 몇몇 대작과 '국민드라마'의 등장으로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받았고, 몇몇 연기자들은 솔직하고 재치있는 수상소감으로 감동을 주기도 했지만 시상내용이나 진행 등은 예년과 비슷했다.

최근 이른바 '한류열풍' 속에서 드라마의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방송사들의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런 만큼 '연기대상'도 단순히 '자화자찬'하고 연기자를 '관리'하는 자리에서 벗어나 '드라마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드라마, 곧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본과 연출이 안정돼야 하고 나아가 방송사의 지원시스템도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기대상' 또한 대본을 쓰는 작가와 연출자 및 스탭 등 제작진을 함께 평가하고 격려하는 자리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2006년 1월 3일자 미디어오늘 '보도와 보도사이' 코너에 기고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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