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방송3사 모두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을 다룬 보도는 한결같이 ‘단언’, ‘강조’, ‘당부’, ‘역설’, ‘호소’, ‘기대’ 등 긍정적 어감을 가진 단어를 동원해 리포트하긴 했다. 하지만 MBC와 SBS는 한 건의 보도에서 최대한 절제한 데 비해 KBS는 나눌 필요가 없는 내용을 굳이 두 개의 보도로 나눠 이 대통령의 발언을 최대한 상세히, 그것도 감성적으로 소개했다.
위에서 보듯 KBS의 이 대통령 시정연설 관련 보도 두 건의 마지막 리포트 내용은 ‘협력’과 ‘단합’을 강조하는 대동소이한 내용이었던 것이다.
여야의 엇갈리는 반응을 소개한 보도도 KBS는 남달랐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신뢰를 잃어 경제위기를 초래한데 대한 반성이 빠졌다. 실망스럽다고 혹평했다”면서도 정작 직접인용한 야당 대변인들의 발언은, “경제팀을 당장 교체해야 합니다. 경제팀은 국내외적으로 이미 신뢰를 상실했습니다”(민주당), “여·야·정 경제대책 특별기구를 조속히 결성할 것을 촉구합니다”(자유선진당) 등 대통령 시정연설 내용에 대한 ‘혹평’이라기보다는 낮은 수위의 ‘제안’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MBC는 “국민들은 모든 것을 상황탓 국민탓 야당탓으로 돌리는 대통령의 자세에 실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는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 발언을, SBS는 “실패한 기존정책을 고수하는데 온몸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는지 헷갈리는 연설이었습니다”(민주당)와 “국민의 경제상황에 대한 공포심과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요인이 오늘도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참담하기까지 합니다”(자유선진당)는 대변인 발언을 직접인용해 보도했다.
야당 대변인의 강도 높은 비판마저도 KBS는 최대한 약한 내용을 취사선택했던 것이다.
특히, 대통령 시정연설보다 더 큰 화제와 관심을 모으며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의 현수막 시위와 집단퇴장과 관련해, KBS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현수막 시위를 벌인 뒤 대통령 연설 도중 퇴장하는 것으로 반대의 뜻을 밝혔다”며 한 줄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MBC는 “연설이 시작된지 3분만에 벌어진 갑작스런 민노당 의원들의 피켓 시위. 잠깐 눈길을 줬던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고, 민노당 의원들은 퇴장했습니다”는 기자의 리포트와 함께 “서민 경제를 파멸의 늪에 밀어 넣는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동참할 수 없었”다는 강기갑 민노당 대표의 발언도 직접 소개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국회 시정연설은 조선일보조차도 평가가 인색하기 그지없었다.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관련 기사를 1면에 배치하긴 했지만, 1면 하단 끝자락에 그것도, 보다시피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작게 처리했다(위 이미지 빨간 박스 부분).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초음파 검사 건강보험 적용 추진’이나 ‘람사르 총회 개최’ 보다 기사 가치가 적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