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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자를 위한 SBS의 '조세회피 특강 보도'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8. 11. 1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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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 땀시 포스팅이 늦어졌지만, 그래도 도저히 그냥은 넘길 수 없기에 한 번 후벼본다. 더구나 내가 보기엔 분명히 문제인데, 매체비평전문지 등에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기에 한 번 짚고 넘어가야 될 것 같다.

어제 헌재가 '세대별 합산'은 '위헌'이라며 사실상 종부세에 대해 사망선고를 내렸다. 물론 종부세 자체에 대한 위헌 판결은 아니기에 앞으로 종부세의 취지를 그나마 살려나갈 방도를 이 분야에 정통하신 분들이 많이 고민해주길 바란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건, 어제 헌재 판결과 관련한 SBS 보도에서 비롯됐다.

내가 문제 삼고 싶은 SBS의 보도는 <꼼꼼히 따져 본 뒤 결정>이라는 제목을 달고 "지금 부부중 한 사람 앞으로 집을 소유하고 있는 가구라면 부부 공동명의로 바꿀 것인지 고민이 될 것 같다. 어느 쪽이 이득인지 따져 봤다"고 하는 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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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봤다는 내용을 정리하자면, '세대별 합산'이 위헌이 되긴 했는데 그렇다고 당장 명의를 갈라 종부세를 피하는 게 이득이냐, 아니면 오히려 명의 이전으로 '증여세'가 많아질 수 있으니 그냥 종부세를 내는 게 이득이냐를 따져봐야 한다는 거다.

이 보도를 리포트한 '강선우 기자'
가 소개한 사례.

- 공시가격이 12억 원인 아파트를 갖고 있는 부부가 지난해 낸 종부세는 농특세를 포함해 540만 원. 개인별 과세로 바뀌고 지금대로 과세 기준이 6억 원일 경우 공동명의로 등기해 각각 6억 씩 나눠갖게 되면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음.

- 공시가격이 18억 원일 경우 부부 공동명의로 9억 씩 나누면 천2백24만 원에서 396만 원이 돼 1/3 아래로 떨어짐.

- 하지만 한사람 명의로 된 부동산을 부부 공동명의로 할 경우에 나누는 금액이 시가로 6억원을 넘으면 증여세를 내야 함.

- 증여세가 줄고 있는 추세지만 여기에 공시가격의 4%에 달하는 등록, 취득세 등을 추가로 내야 하는 만큼 감면되는 종부세액과 잘 비교해봐야 함.


이 보도에 등장한 어떤 세무사는 "명의를 배우자라던지 아니면 자녀 명의로 돌리게 되면 면세 점으로 간다던지 아니면 세부담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그런 형태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세대별 합산'이 아니면 가족들이 재산을 나눠가짐으로써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게 헌재 판결 이전에 가장 강하게 제기됐던 지적이었고, 현재도 그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음에도, SBS는 내놓고 '조세회피를 위한 명의 이전'을 부추기는 한편, "1주택 실 거주자의 경우 이번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2010년 이후에는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 기다릴지 공동명의로 바꿀 지 세무 전문가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라며 '세금 덜내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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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보도 한 장면)


MBC에도 비슷한 보도가 있었다.

"18억 원 아파트의 경우 15억 원까지는 종부세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나머지 3억 원만 부인에게 증여하면 된다.그렇게 되면 내년에 부과될 64만 원의 종부세 부담은 사라지지만 취득세 등록세 같은 거래세가 무려 1200만 원이나 나온다. 따라서 종부세를 내는 편이 유리할 수도 있다"

그나마 MBC는 세대별 합산에 대한 위헌 결정로 종부세는 이제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앵커멘트로 전제하고, 이미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9.23 대책'으로 종부세 자체가 약해졌음을 지적하는 등 "결국 종부세는 사실상 이름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을 덧붙였던 게 차이라면 차이랄까.

신문에도 비슷한 기사가 있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세금 줄이는 방법을 알려준 신문은 조선일보다. 조선은 경제섹션 3면을 통째로 털어 아래의 기사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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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별로 아주 상세하기 이를 데 없다. 공시가격별로 어떻게 되는지 표까지 실었다.

조선일보야 그럴 수 있다. 종부세 부과 기준을 6억원으로 하고 세대별 합산을 했던 이른바 '8.31대책'에 대해 '세금폭탄'이라며 강남 부자들의 분노를 '선동'한 어차피 강부자들을 위한 신문이 아닌가.

그런데 방송, 특히 SBS는 저딴 보도를 도대체 누구 염장 지를려고 내보내는건가. 대체 현행 종부세 대상자 가운데 세대별 합산이 위헌판결을 받아 혜택을 보게 된 사람, 그리고 그중에서도 부부 사이에 증여를 해서 증여세, 취등록세가 더 많이 나올 사람이 SBS 시청자 가운데 몇 명이나 된다고 저딴 보도를 메인뉴스인 '한 시간 빠른 뉴스, 8시뉴스'에 내보냐는거다.

6억원 이상 집은커녕 제대로 된 전세조차 구하지 못하는 절대다수 서민들, 부인 혹은 남편, 그리고 자식에게 넘겨줄래야 넘겨줄 것도 없는 사람들은 도대체 그 보도를 보면서 무슨 생각 하라는거냐. 그렇지 않아도 헌재 판결 때문에 속 뒤집어지는 판국에 염장 제대로 지르고 '대못' 제대로 박는다.

SBS도 조선일보처럼 마치 '강부자를 위한 전담 세무사'라도 되보려고 그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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