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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들, 영혼없는 '관변방송 직원'으로 전락할건가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8. 10. 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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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KBS ‘뉴스9’의 이명박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관련 보도는, 왜 요즘 KBS가 ‘땡이(李)뉴스’, ‘관변뉴스’로 비판받고 있는지를 유감없이 확인시켜줬다.

KBS는 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관련 보도를 3건 내보냈는데, 이 가운데 2건이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한 ‘받아쓰기 보도’였다. 나머지 한 건은 여야의 반응을 소개한 보도였다.
반면, MBC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한 보도가 한 건밖에 없었고, SBS도 한 건만 보도했다. 나머지는 역시 여야의 반응 소개 보도였다.

물론 방송3사 모두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을 다룬 보도는 한결같이 ‘단언’, ‘강조’, ‘당부’, ‘역설’, ‘호소’, ‘기대’ 등 긍정적 어감을 가진 단어를 동원해 리포트하긴 했다. 하지만 MBC와 SBS는 한 건의 보도에서 최대한 절제한 데 비해 KBS는 나눌 필요가 없는 내용을 굳이 두 개의 보도로 나눠 이 대통령의 발언을 최대한 상세히, 그것도 감성적으로 소개했다.

“경계해야할 가장 무서운 적은 상황에 대한 과잉반응과 공포감이라고 지적한 이대통령은 우리의 저력을 믿고 다시 한번 힘과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난국 돌파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국회는 비상국회의 자세로 임하고, 각계각층은 단합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5년 만에 예산안 시정연설을 직접 한 것은, 경제 위기 극복 의지를 밝히고 초당적인 협력을 당부하기 위해서라며 위기 극복의 계기가 되길 기대했습니다.”


위에서 보듯 KBS의 이 대통령 시정연설 관련 보도 두 건의 마지막 리포트 내용은 ‘협력’과 ‘단합’을 강조하는 대동소이한 내용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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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엇갈리는 반응을 소개한 보도도 KBS는 남달랐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신뢰를 잃어 경제위기를 초래한데 대한 반성이 빠졌다. 실망스럽다고 혹평했다”면서도 정작 직접인용한 야당 대변인들의 발언은, “경제팀을 당장 교체해야 합니다. 경제팀은 국내외적으로 이미 신뢰를 상실했습니다”(민주당), “여·야·정 경제대책 특별기구를 조속히 결성할 것을 촉구합니다”(자유선진당) 등 대통령 시정연설 내용에 대한 ‘혹평’이라기보다는 낮은 수위의 ‘제안’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MBC는 “국민들은 모든 것을 상황탓 국민탓 야당탓으로 돌리는 대통령의 자세에 실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는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 발언을, SBS는 “실패한 기존정책을 고수하는데 온몸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는지 헷갈리는 연설이었습니다”(민주당)와 “국민의 경제상황에 대한 공포심과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요인이 오늘도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참담하기까지 합니다”(자유선진당)는 대변인 발언을 직접인용해 보도했다.

야당 대변인의 강도 높은 비판마저도 KBS는 최대한 약한 내용을 취사선택했던 것이다.

특히, 대통령 시정연설보다 더 큰 화제와 관심을 모으며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의 현수막 시위와 집단퇴장과 관련해, KBS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현수막 시위를 벌인 뒤 대통령 연설 도중 퇴장하는 것으로 반대의 뜻을 밝혔다”며 한 줄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MBC는 “연설이 시작된지 3분만에 벌어진 갑작스런 민노당 의원들의 피켓 시위. 잠깐 눈길을 줬던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고, 민노당 의원들은 퇴장했습니다”는 기자의 리포트와 함께 “서민 경제를 파멸의 늪에 밀어 넣는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동참할 수 없었”다는 강기갑 민노당 대표의 발언도 직접 소개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국회 시정연설은 조선일보조차도 평가가 인색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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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관련 기사를 1면에 배치하긴 했지만, 1면 하단 끝자락에 그것도, 보다시피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작게 처리했다(위 이미지 빨간 박스 부분).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초음파 검사 건강보험 적용 추진’이나 ‘람사르 총회 개최’ 보다 기사 가치가 적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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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사설(쓰기 싫은 사설 억지로 쓴 듯 내용도 거의 없는 대단히 짧은 사설이었다)에서도 <국회와 국민을 향한 대통령의 호소가 먹히려면>에서 “대통령은 이 연설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정성을 기울였다고 한다. 경제위기를 넘으려면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얻어 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데 온 나라가 하나되는 모습을 만들어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는 이번에도 빗나갔다”며 ‘신뢰의 위기’ 수습을 강조했다. ‘청와대 기관지’나 다름없는 동아일보는 조선일보보다 비중있게 다루긴 했지만, 사설은 쓰지도 않았다.

수구보수신문조차 별 비중을 두지 않는 대통령 시중연설을 KBS는 유독 ‘호소력’있게 전하려 한 것이다.

KBS는 이날, 촛불시위 관련 경찰진압이 '인권침해'였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를 약 100여자의 단신으로 처리하는 데 그쳤고,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과 관련해 저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서는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고, 유인촌 장관 욕설 파문과 관련한 보도는 오히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발언의 문제점에 무게를 실은 '여야공방'으로 다루었다.

최근 KBS 시청자위원회에서조차 KBS 보도가 ‘땡이(李)뉴스’로 되고 있다며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KBS 기자들은 얼마 전 7800여명의 언론인이 참여한 '국민주권과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언론인 시국선언'에도 집단적으로 불참했다고 한다.

정녕, 낙하산 사장 한 명 들어왔다고 공영방송 KBS는 ‘관변방송’으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KBS의 기자들은 양심도, 영혼도 없는 ‘관제사장의 하수인’, ‘관변방송 직원’으로 추락하고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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