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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10년 5월이 걱정된다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7. 6. 1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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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10년 5월이 걱정된다

5·31 지방선거 투표일이 다가왔다. 따라서 지금 무슨 말을 하든, 아무런 소용이 없을 테지만 그래도 ‘이것’ 하나만큼은 반드시 짚어보고, 선거 이후 본격적인 평가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번 5·31지방선거 관련 방송보도는 앞으로 두고두고 우리 방송사에 오점으로 남을 만한 몇 가지 문제를 드러냈다고 생각된다. 시기가 비슷하게 겹친 ‘2006 독일월드컵’에 방송들이 ‘올인’하면서 선거보도를 소홀히 한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각 지역의 시청자들이 올바른 지역 일꾼을 뽑음으로써 자신의 주거 지역에서 제대로 된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나아가 최소 4년 동안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있어 ‘축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진 지방선거가 오로지 ‘시청률’과 ‘광고수입’ 때문에 ‘월드컵’보다 못한 ‘뉴스가치’를 부여받은 것이다. 아마 지자체 단체장과 의회의원들의 임기가 바뀌지 않고, 지방선거가 앞으로 계속 4년마다 치러지게 된다면, 월드컵으로 인해 지방선거는 계속해서 방송에서 홀대받을 것이다.

최소한의 정보전달조차 못해

하지만 ‘월드컵 올인’보다 이번 5·31 방송보도에서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할 부분은 따로 있다고 판단된다. 그것은 방송들이 선거 시기에 유권자들을 위해 해줘야 할 최소한의 정보전달 역할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의원선출까지 ‘비례대표제’가 도입돼 한 명의 유권자가 광역단체장 1장, 기초단체장 1장, 광역의회 의원 1장, 기초의회 의원 1장, 광역의회 정당투표 1장, 기초의회 정당투표 1장 등 모두 6장의 투표용지에 기표해 각각의 투표함에 넣게 된다. 방송들에게 자치지역의회에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배경이나 이번에 함께 도입된 ‘기초의회 의원’ 정당공천제의 의미까지 설명해달라고 바라지는 않겠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투표 당일 투표소에서 혼란을 겪지 않도록 6장의 투표용지를 투표하는 방법이라도 알려줘야 하지 않았을까?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이번에 우리 동네 의회 의원은 2등 해도 뽑히고 1, 2등을 같은 당 사람이 할 수도 있다던데…’라며 유권자가 직접 주변 사람들에게 선거정보를 물으러 다니게 할 것이 아니라 방송에서 이번에 도입된 ‘기초의회 중선거구제’에 대해 설명해야 하지 않았을까. 정당투표로 뽑는 비례대표가 전체 의원 중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온 동네에 현수막과 후보 선전벽보가 넘쳐나는 데 왜 그렇게 출마한 사람이 많은지, 예전에는 기초단체 의원 출마자들이 정당 소속이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무소속 외에 모두 정당 소속인 이유는 무엇인지, ‘X-가’, ‘X-나’처럼 번호 옆에 ‘가, 나’ 붙은 건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비례대표로 출마한 사람들의 정보는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는지, ‘지방선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지만 방송들은 이런 선거와 관련된 정보를 전하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새내기 유권자’ 보도, 체면치레 수준

그나마 KBS가 5월 27일 <그들의 첫 선거…>에서 “정치적 무관심과 낮은 투표율을 넘어 새로운 젊은 유권자들이 새 바람을 불어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하고, MBC가 23일 <새내기 유권자>에서 “새내기 유권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다루는 등 다른 제도 변화에 비해 투표연령이 ‘만 19세 이상’으로 낮아져 61만 여명이 새로운 유권자가 된 것과 관련해서는 방송들이 약간 관심을 보여 그야말로 ‘체면치레’ 한 수준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사람들이 무관심하면 있으나마나한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뒷받침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부족하나마 몇 가지 도입이 되었음에도 외면당하고 있다. 제도의 도입 배경을 설명하고, 유권자의 관심을 유도한다면 얼마든지 지금보다 더 많은 투표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겠지만 방송들은 시청률을 높이려는 노력의 100분의 1도 쏟지 않고 있다. 벌써부터 4년 뒤가 우려된다.

(이 글은 2006년 5월 30일자 미디어오늘 '보도와 보도사이' 코너에 기고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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