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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전방부대를 왜 가나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8. 12. 2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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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찾을 게 있어 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방통위 홈페이지(http://www.bcc.go.kr) 메인화면에 '주요뉴스/정책포커스'에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국군장병 위문"이라는 '뉴스'가 떡 하니 올라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니, 방통위원장이 국군장병 위문을 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기 위해 뉴스를 클릭해보니, 지난 11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경기도 연천에 있는 군부대를 방문해 위문금품을 전달했다는 건데, 군부대를 찾은 이유를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시키고자"였다고 하네요.

도대체, 방송과 통신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방통위원장이 왜 군부대를 찾아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시킨단 말이죠?

사진을 보면 더욱 가관입니다.




전방 부대를 방문해 해당부대의 브리핑 받고, 망원경으로 남북의 대치상황 한 번 봐주고, 장병들과 함께 기념사진 찍고 박수치는 모습...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쯤 되는 국정책임자가 부대를 방문했을 때의 전형적인 모습이네요.

도대체 방통위원장이 뭐길래, 군 고위 장교들이 그를 상대로 안보 브리핑을 하고, 사병들이 그림을 만들어줘야 한단 말입니까?

한때, 전방 GOP부대에 근무한 적이 있는 나로서는 대통령이나 고위인사가 한번씩 부대를 방문할 때면 얼마나 귀찮았는지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내무반에서부터 부대 내외, 초소에 이르기까지 쓸고 닦고... 어찌나 난리를 부리던지 괴롭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짓을 대통령도 아니고, 국무총리도 아니고, 국방부장관도 아니고, 하다못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도 아닌 방통위원장이라는 사람에게까지 하다니... 이 무슨 생뚱맞은 일인지 도통 이해가 안가네요.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이자 '멘토'로 불리는 사람이라서 이런 행보도 가능한 건가요?

최시중 위원장은 군부대 방문에서, '우리나라 주변 안보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고 있다'며 "개성관광 중단 및 개성공단 제한적 차단 등 최근 남북관계가 복잡하게 전개되고,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위기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의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우리 군에서도 과거와 차별화되는 정신자세와 철저한 준비로 국가안보 강화에 전념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고 하네요.

대통령 직속의 합의제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이 군부대를 찾아 군인들에게 '정신자세' 운운하고 '국가안보 강화에 전념해 줄 것을 당부'했다니, 정말 나로서는 이 풍경이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방통위 설치법에 의하면 방통위의 운영원칙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①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통신 이용자의 복지 및 보편적 서비스의 실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②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을 장려하며 공정한 경쟁환경의 조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③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사업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될 수 있도록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런 일을 해야 할 곳의 대표가 왜 군부대를 방문하는지 도저히 이해불가 입니다. 하물며 지금 한나라당이 내놓은 이른바 '언론장악 7대 악법'으로 인해 '조중동 방송', '재벌 방송'이 생기게 되어 이에 대해 방송계가 극심한 요동을 겪고 있는데, 주무기관의 책임자가 한가하게 군대를 방문했다????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방통위원장이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국가안보'와 '장병 정신자세'가 아니라, '방송계의 현안'입니다. 지금 방송계가 전쟁터로 변하고 있는데, 책임자가 자신의 전투현장을 버리고 딴 데 가서 '안보' 운운하다니요.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그 인물 자체로만 봐도 군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에게 '정신자세'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뒤 청문회를 받는 과정에서 '병역 복무 중 탈영'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고, 그의 자식이 병역 면제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었던 사람이 바로 최시중 씨입니다.

최시중 위원장은 얼마전 방송문화진흥회 창립 20주년 행사장에서 '축사'를 한답시고 '그동안 방문진과 MBC가 도대체 뭐했냐, 잘한게 뭐냐'는 식의 발언을 해 MBC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잔칫집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죠. 이에 대해 MBC노조는 "방송통제위원장답다"며 강하게 비판했고요.

최 위원장의 군 부대 방문 모습을 보니,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서 근엄한 표정으로 잔칫집에서도 꾸중을 할 수 있는 그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바로 '최시중'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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